「포에버21」의 상품기획 시스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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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매출에 디자이너 40여명…2000여개 벤더의 비밀

2013-02-01 오전 10:19:47


해외 패스트 패션의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짐에 따라 그들의 상품기획 시스템 구조에 국내 패션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중국과 LA에 기반을 두고 있는 A사 대표는 국내 4~5개 패션기업과 깊이있는 상담을 가졌다. A사는 미국 「포에버21」와 연간 3000만 달러 규모를 거래하고 있으며, 디자인 개발에서부터 생산, 창고 입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조율하는 ODM 기업. A사는 1월말 현재 「포에버21」과 올 6월에 판매할 상품 발주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 시간은 20분. 「포에버21」 바이어들은 완제품으로 제공된 샘플에 대해 품질과 패턴을 체크한 후 수량을 결정해 그 자리에서 발주를 마친다고 한다.


매주 20여 디자인을 개발해 완제품 샘플을 제안하고 있으며, 소재 개발에서부터 완제품 샘플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의 비용은 A사가 부담하고 있다. 상담을 마친 상품은 5월 중순까지 창고에 입고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입고 이후 30일 이후 현금 결재하며, 「포에버21」의 판매 진도율을 감안하면 50% 이상 소진할 때까지 상품공급에 투입한 비용은 없는 셈이다. 유통기업인 만큼 대형 직영점 오픈과 마케팅 등 철저히 판매에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A사 대표는 “벤더가 상품개발에서부터 생산, 창고 입고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납기도 소재 개발에서 90일, 생산 발주일부터 60일, 선적일로부터 30일 등으로 매우 타이트하다. 일단 제안한 디자인에는 수정이 거의 없고, 개발과 생산 인프라에 투자한 만큼 결과가 있기 때문에 거래를 희망하는 벤더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기업은 디자인부터 자금 투자, 고비용 구조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대부분 패션기업은 길게는 판매시점으로부터 1년, 짦게는 6개월 이전부터 상품개발과 생산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 연매출 500억원인 한 여성복 브랜드는 디자이너 12명을 비롯 소재 및 패턴 개발, MD까지 더하면 상품개발에만 25명의 인력이 메달려 있다.


비싼 비용도 문제지만 개발 과정에서 소재 및 완제품 프로모션과 수많은 컨펌과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싱이 어려워지면서 위험부담도 증가 추세다. 비용을 절감 차원에서 원부자재를 본사가 직접 사입해 공장에 투입하고 있는데, 컨펌이 늦어지거나 대형 브랜드 공정이 물리면 일정은 장담하지 못한다. 이때 공장을 바꾸거나 클레임을 요구해보지만, 이미 원부자재가 물려 있는 상황에선 발주사가 '수퍼 을'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포에버21」은 벤더 상품을 팔아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납기와 가격에서 ‘베스트’를 요구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면서 ‘칼 끝을 잡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 2000여개 벤더, 1만명의 디자이너 힘


「포에버21」에는 3000여개의 벤더가 등록돼 있다. 그 가운데 정기적으로 상품을 개발해 거래 중인 기업은 대략 2000여개로 추정된다. 1개 벤더가 매주 5개 디자인만 개발하더라도 매주 1만개 샘플이 개발되고 있다. 이 벤더들이 5명의 디자이너들만 고용하더라도 1만명의 디자이너가 신상품 개발에 메달리는 셈이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은 철저히 내부 디자이너에 의존하고 있다. 10여명의 디자이너가 매일 같이 밤을 새우더라도 다양한 트렌드를 빠르게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대형 복합쇼핑몰 시대를 맞아 작게는 165㎡에서 넓게는 330㎡ 이상의 중대형 매장으로 확장하면서 적지 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 중견 여성복 기업 경영자는 “과거 백화점 시대 33㎡ 안팎의 매장을 운영할 때는 자체 디자인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장 면적이 확대되고 소비 트렌드가 변하면서 내부 기획만으로는 한계가 많다. 전문 브랜드와 ODM 등을 과감하게 활용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고비용 구조와 백화점 유통환경의 한계와 변화를 외면하는 디자이너들의 자세 등이 걸릴돌로 작용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랩」 「숲」 「지센」 등 변화 서둘러
「랩」 「숲」 「지센」 등 국내 기업들도 상품기획 시스템의 변화에 적극적이다.


아이올리(대표 최윤준)의 「랩」은 현재 27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신세계 강남점(132㎡)은 월매출이 5억원을 상회하면서 패션업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브랜드는 올 봄에도 롯데 본점 등에 입점해 유통망을 31개점으로 확장하며, 지난해 500억원에 이어 올해 1000억원으로 외형을 키운다는 목표이다.


특히 「랩」은 출범 초기부터 디자이너가 아닌 머천다이징 중심으로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상품기획팀도 PB팀 6명, 바잉팀 3명, 벤더팀 3명 등 심플한 조직으로 구성했다.


물량은 PB와 아웃소싱이 각각 50%씩 구성하고 있으며, 아웃소싱은 바잉과 벤더로 나눠진다. ODM 업체로 구성된 벤더들은 2주 단위로 상품을 입고하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20여개 기업을 확보할 만큼 정성을 들이고 있다.


이지안 「랩」 스타일팀 실장은 “궁극적으로 「자라」나 포「포에버21」과 경쟁해야겠지만, 아직은 경쟁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획력이 우수한 벤더들을 「랩」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얼마나 우수한 벤더를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랩의 경쟁력”이라며 우수한 벤더 개발을 강조했다.


「랩」은 콜래보레이션도 과감하게 추진 중이다. 올 봄에는 BMW와 제휴해 바이시클과 관련된 재미난 이벤트를 다양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랩」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PB는 3~4배수로 마크업을 설정하지만, 아웃소싱 아이템은 2~3배수로 낮춰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위비스(대표 도상현)은 「지센」의 트렌드 라인인 ‘지스바이’와 「컬쳐콜」에 대해 ODM 업체와 적극적인 아웃소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별도 바잉팀을 구성했으며 글로벌 기업과 거래하는 우수 벤더를 대상으로 상담 및 내부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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