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비용 구조 패션기업 만드는 슈페리어홀딩스
슈페리어홀딩스(대표 김대환)는 지난해 연매출 460억원을 기록했다. 홈쇼핑에서 골프웨어를 판매하는 「K.J.Choi」가 400억원, 잡화 브랜드 「블랙 마틴싯봉」이 60억원이다.
두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직원은「K.J.Choi」사업부 5명, 「블랙 마틴싯봉」 3명이다. 회계 부문에서 모기업 슈페리어의 도움을 일부 받는다는 걸 감안해도 전직원 10명 안팎이 연간 매출 500억원대 회사를 운영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연간매출 500억원대 중견 캐주얼 브랜드가 디자이너 8명, 영업부 6명, 홍보&VMD 4명 등 30명 내외의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 것에 비해 1/3 인력으로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패션비즈니스 성공 공식 더 이상 안 통한다
김대환 슈페리어홀딩스 대표는 “「K.J.Choi」는‘기존의 사업 방식이 정답일까?’라는 고민이 밑바탕이 된 브랜드”라며 “100억원을 넘게 투자해도 성공 확률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워진 시장 상황 속에서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주목한 비효율 원인은 초기 투자비용이 무리하게 높다는 데 있다. 브랜드 인지도나 상품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시즌당 150 스타일이 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백화점 중심으로 유통망을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판매액의 50% 가량이 수수료와 판매관리비로 들어가는 구조 속에서는 신규 브랜드가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김 대표는 “최근 5년 사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홈쇼핑이 새로운 패션 유통으로의 기능이 정착된 점을 착안해 홈쇼핑 전문 브랜드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유통 비용과 인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송곳 이론’으로 탄생한 「K.J.CHOI」 바지
「K.J.Choi」는 2010년 10월 3일 첫 방송 2시간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최경주 선수의 프로 골퍼 경험을 바탕으로, 슈페리어가 생산 노하우를 결집해 만든 브랜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먹혀든 것이다.
가능성을 확인한 김 대표는 다음 단계인 ‘송곳 이론’의 실전 적용에 나섰다.
김대환 대표는 “단단한 나무에 구멍을 내기 위해서는 뾰족한 송곳으로 힘을 줘서 파고 들어가야 한다”면서 “과거 소비자는 소비 경험이 적기 때문에 무딘 나무젓가락으로도 쉽게 뚫렸지만 지금의 소비자는 정보와 지식, 다양한 소비 경험으로 중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K.J.Choi」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기능성 바지에 ‘송곳 이론’을 적용했다. 기존 백화점 고급 골프웨어 브랜드에 견줘도 손색없는 원단에 기능성, 디테일을 강조했다. 밑단의 배색 파이핑과 안감 등 구석구석에 공을 들였다. 시즌당 150 스타일 안팎의 풀 컬렉션을 소화해야 했다면 쉽지 않았겠지만 ‘바지 하나만 잘 하자’라고 생각하고 집중하다보니 곳곳에 보완할 수 있는 요소가 보였다.
이 결과 지난해 「K.J.Choi」가 출시한 아이템은 40개에 불과한 데 반해 전체 판매량은 110만장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바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0%인 77만장에 달한다.

◇3배수 미만으로 수익 모델 만든다
‘송곳 이론’의 또 다른 관점은 원가 대비 3배수 미만으로 판매가격을 책정하는 데 있다. ‘소비자 가격은 기업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하지만 3배수를 적용했을 때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판매율 70%를 넘기지 못하면 이익을 낼 수 없다는 답이 나왔다. 결국 40~50%에 달하는 반품률을 극복하지 못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배수 정책은 강행됐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반품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지난해 「K.J.Choi」의 평균 반품률은 15% 수준. 스웨터류는 10% 미만인 제품도 있었다.
김대환 대표는 “홈쇼핑 소비자들은 품질 기대 수준이 백화점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데 제품 완성도가 백화점 브랜드에 비해 손색이 없다면 굳이 귀찮게 반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판매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면서 판매율은 증가하고 반품율은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선순환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홈쇼핑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노세일 전략을 고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K.J.Choi」는 판매 계획을 벗어나 무리하게 생산하지 않고 시즌 중반 리오더도 하지 않는다.
이 결과 11월 말 겨울 시즌 메인 방송이 종료됐다. 이후에는 온라인몰을 통해 남은 물량을 소진하는 단계다. 올 F/W 시즌 판매율은 93% 수준이 예상된다.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중요하다
「K.J.Choi」의 2012년 영업이익률은 15% 수준. 모기업 슈페리어 뿐만 아니라 패션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매출 볼륨을 늘리고 개선 가능한 비효율 요소를 줄이면 20% 수준도 달성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목표 매출은 440억원. 전년대비 10% 가량 신장한 수치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 외에 채널을 늘리면 500억~600억원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겠지만 아직 소비자들과 더 확고한 신뢰를 쌓고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당분간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치중할 계획이다.
슈페리어홀딩스는 지난해 잡화 브랜드 「블랙 마틴싯봉」도 론칭했다. 「K.J.Choi」가 홈쇼핑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블랙 마틴싯봉」은 인터넷 쇼핑몰과 직영점을 통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5월 압구정동에 첫 직영점을 낸 이후 6월 온라인쇼핑몰, 9월 타임스퀘어, 10월 홍대점까지 연이어 매장을 오픈했다.
압구정점이 월평균 1억5000만원 이상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고 H몰에서는 지난해 7월 2억원이 넘는 기염을 토했으며 8~9월에는 생산량이 미치지 못해 예약 주문만 1억원이 넘게 밀리기도 했다. 히트 아이템 ‘론리슈즈(Lonely Shoes)’는 1만족이 넘게 팔려 나갔다.
김대환 대표는 “향후 5년은 패션 산업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며 “기존 고정관념을 깨뜨린 새로운 시도와 변화로 소비자 만족을 추구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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