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패션시장에는 무한 경쟁을 의미하는 ‘보더리스(Borderless)’가 화두로 부각했다.
수 조~수십 조원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의 잇따른 진입으로 국경이 사라졌으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좋은 상품을 좋은 조건에 판매하기 위해 브랜드와 유통의 경계도 무너진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에 이은 모바일 이용자 및 관련 시장의 성장은 향후 시장 판도를 변화시킬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패션인사이트>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최근 급변하는 환경 변화, 특히 온오프 라인 채널 변화에 따른 ‘뉴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대부분 국내 패션기업은 성장기 시대에 걸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저성장기로 진입한 요즘 생존을 위협받을 만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시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다양한 선진 사례들을 살펴보고, 앞선 경영자 및 전문가들의 탁월한 안목을 통해 생존을 넘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뉴 비즈니스에 대한 해법에 대해 공동으로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경계가 무너진 무한경쟁 시대 진입
「유니클로」와 「자라」 등 해외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최근 국내 지역상권에 잇따라 점포를 오픈하는 등 전방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11월 30일 경기도 포천 송우패션타운에 1000㎡ 규모의 대형 점포를 오픈했다. 이 브랜드는 같은날 포항과 서울 문정동에도 매장을 오픈해 전체 유통망을 90개점으로 확장했으며, 오는 2015년까지 200호점을 열어 연매출 1조원을 올리겠다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자라」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올 1월(회계연도 마감)까지 약 2500억원(55개 유통망)을 판매한데 이어 올 회계연도에는 80개점에서 3000억원을 목표로 설정하는 등 볼륨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패션시장은 해외 고가 사치품 브랜드에서부터 저가 패스트 패션까지 앞다퉈 국내 시장으로 진입함에 따라 국경없는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유통업체들의 패션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올 겨울 CJ오쇼핑은 최범석, 고태용, 크리스한 등 젊은 디자이너들과 제휴해 ‘홈쇼핑發 패션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1일 박승건 디자이너의 메리노울 롱코트가 20분만에 4억원, 최지형 디자이너의 다운 점퍼가 25분 동안 5억5000만원, 크리스한의 다운점퍼가 30분에 7억원 등 70여분만에 16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상품기획 단계부터 CJ가 참여하고, 생산은 태평양물산, 부산방직과 같은 세계적인 생산 공장을 활용함으로써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 및 홈쇼핑 채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성장한 기업의 오프라인 진출도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스타 브랜드 「스타일난다」는 최근 홍대 플래그십숍과 롯데 영플라자 등에 매장을 오픈했다. 이에 앞서 팬콧은 롯데 10여개 점포에 입점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낮은 유통비용을 기반으로 성장한 온라인 브랜드들이 오프라인까지 과감히 진출하면서 온 오프 라인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패션사업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나이스클랍」 「훌라」 「타스타스」 등 PB를 통해 올해 1조원 가까운 매출을 바라보고 있어 5대 패션 대형사로 성장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자사가 보유한 채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브랜드와 유통의 경계가 무너졌으며, 패션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참존어패럴 문일우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좋은 상품을 좋은 조건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유통업체와 패션업체 모두 불필요한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이에 따라 브랜드와 유통의 경계는 사라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채널 환경 변화와 새로운 주역의 탄생
최근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은 “우리는 복합쇼핑몰 시대로 간다”고 공식 발표했다. 20여년간 백화점이란 채널에서 성장한 롯데의 이 선언은 향후 국내 패션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복합쇼핑몰 시대로의 전환은 단순하게 들어갈 수 있는 브랜드 숫자는 크게 줄어드는 대신 단위 점포 사이즈는 최소 330㎡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대형 매장서 효율을 낼 수 있는 해외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복합쇼핑몰이 활성화 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위축은 명약관화 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새로운 채널에 적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일모직과 신성통상 등은 「에잇세컨즈」와 「탑텐」 등 패스트 패션으로 맞대응 하고 있다. 대기업의 자본과 수출 전문기업으로 쌓은 소싱 기반을 활용해 ‘트렌드&가격’으로 해외 브랜드와 겨루겠다는 것이다.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은 “해외 패스트 패션이 볼륨화 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상품 본질에 대한 지식이 뛰어나며 실용적인 패턴이 분명하다. 이런 추세에 따라 소싱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거품을 최대한 줄여 소비자가 행복해 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성통상은 사업 첫 해인 지난해 유통망을 20개점으로 늘렸으며, 올 연말까지 60개점으로 늘리는 등 파상 공세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탑텐」은 중대형 직영점 위주로 운영하면서 50여명으로 구성된 소싱사업부가 구성됐으며, 디자인 기획까지 도맡아 진행하는 ODM 기업과 거래도 활발해졌다.
◇ 본격화된 리테일 시대, 홀세일 마켓 급성장
채널 환경 변화는 셀렉트숍의 확대와 홀세일 브랜드 마켓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백화점 시대에는 매장이 작았기 때문에 모든 상품을 자체 기획했지만, 330㎡ 이상으로 늘어난 매장에 다양한 구색으로 무장하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이에 따라 아이덴티티가 분명하고 가격경쟁력 높은 홀세일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신발과 가방 등 전문 아이템 중심으로 이미 브랜드별 100억원 이상의 스타급 홀세일 브랜드도 적지않게 성장했으며, 로컬 브랜드의 수준도 상당하다.
「카시나」 「브라운브레스」 「커버낫」 등은 스타급 홀세일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으며, 네오미오와 플랫폼 등은 홀세일을 기반으로 리테일 비즈니스까지 안착시켰다.
『에이랜드』는 10여개 국내 점포에 이어 해외 시장까지 진출했으며, 『원더플레이스』는 20여개 점포를 통해 상당한 매입력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 셀렉트숍 마켓은 수도권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 패션기업들의 변화도 주목받고 있다. 아이올리는 『랩』을 통해 사입 편집숍이란 새로운 영역을 백화점 유통에 정착시켰으며, 유력 패션기업 상당수가 전문 브랜드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아이올리 최윤준 사장은 “규모와 가격으로 무장한 해외 패스트 패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품 브랜드’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한 시즌에 수 백 스타일의 토털 컬렉션을 진행해서는 경쟁력도 없고, 미래도 없다. 전문 아이템에 대한 경쟁력을 높인 홀세일 마켓이 활성화 된다면 새로운 사업모델이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다.
국내 패션기업에서도 디자인 감각이 있는 머천다이저 중심으로 조직이 재구성돼야 하며, ODM과 OBM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국내 패션시장은 국경과 온오프 경계가 사라진 경쟁시장에서 브랜드와 브랜드, 브랜드와 유통업체 등 다양한 사업 모델 간 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기존 익숙한 방식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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