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패션 디자이너들이 드디어 하나로 뭉쳤다. 2000년부터 시작되어 10년이 지나서야 형식적으로나마 통합 서울컬렉션을 만들어 냈던 디자이너들은 그로부터 2년 뒤 (사)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라는 패션 디자이너 단체를 출범시킴으로서 내용적으로도 실질적 통합을 이뤄냈다.
그동안 일부 패션 그룹의 집단 이기주의와 신진 디자이너들의 기성 디자이너들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그야말로 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 ‘패션 대통령’ 이상봉이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 디자이너 이상봉은 이전의 국민 디자이너 故 앙드레김과는 다른 패션 코리아의 꿈을 디자인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그럼 이 대목에서 이상봉의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가 걸어온 패션 코리아의 과거이자 미래 청사진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이상봉은 1983년 중앙디자인컨테스트에 입상한 후 중앙디자인 정기 컬렉션에 참가함으로써 자신의 브랜드 「LIE SANG BONG」을 론칭했다. 1985년에는 남산 본사와 명동 매장을 열어 당시 매장에서 패션쇼 의상을 판매하지 않았던 불문율을 깨고 컬렉션 의상을 매장에 걸어 마니아를 만들어 냈다. 스타 디자이너 시대를 연 것이다.
국내에서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1988-92년 세계면화협회가 주관하는 ‘코튼쇼’를 비롯, 국내 대표로 참가한 ‘타이페이 패션위크’를 계기로 국제적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해 1990년에 처음으로 파리 프레따 포르떼 전시회와 뉴욕의 PRET 전시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93년부터 국내 최초 정기 컬렉션인 SFAA 컬렉션에 참가하기 시작한 그는 94년 도쿄 ‘Wind Invitation Collection of Asia’, 95년과 97년 오사카에서 열린 ‘World Fashion Show’ 등 파리 컬렉션을 진행하기 전 아시아에서 열리는 다양한 국제 행사에 참가해 해외 프레스 및 바이어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는 의상을 조형 예술과 접목시켜 패션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1995년 제 1회 광주비엔날레 국제 미술 의상전 참가와 1996년 죽산 국제 예술제에서의 패션 퍼포먼스, 그리고 1997년 문예회관 대극장과 예술의 전당 10주년 기념 패션 퍼포먼스가 대표적이다. 2010년 세계 디자인 도시로 선정된 서울시 홍보대사를 맡은 이상봉은 서울 디자인 올림피아드의 디지털 큐브를 큐비즘으로 풀어내는가 하면 바우하우스의 시대 정신을 옷에 옮기고, 무속인을 퍼포먼스에 등장시켜 한국의 원초적 미를 전파했다. 특히 한글, 소나무, 전통 자수, 조각보, 민화, 산수화, 단청 등의 한국적인 모티브를 서양복 스타일에 접목시킨 동양적 감성으로 2002년 3월 부터 최근까지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고 있는 그는 유럽 시장에서 패션 코리아 국가 대표로 활약 중이다.
2006년은 그가 스타 디자이너로 방점을 찍는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프랑스 파리 후즈넥스트 전시회에서 선보인 한글 패션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한글 디자이너라는 닉네임을 얻은 그는 특유의 한국적인 선과 색을 살린 디자인으로 다양한 기업들과의 콜래보레이션 작업도 전개했다. ‘패션은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 그는 자신의 디자인 감각을 패션의 영역에만 그치지 않고 LG 핸드폰 이상봉 에디션을 시작으로 행남자기 그릇과 프랭클린 다이어리 커버 디자인, 금호건설의 아파트 벽지와 문, 뮤지컬 선덕여왕 의상 제작과 김연아 선수의 의상 디자인 등 기업들과 건설, 다이어리, 그릇, 담배, 휴대폰, 공연, 스포츠 등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시켰으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라이선스 란제리 브랜드와 침구 브랜드 이상봉 메종도 출시했다. 이상봉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 패션은 무궁무진한 고급 콘텐츠를 가진 고부가가치 문화 사업이다.
이제 이상봉을 선장으로 옹립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과제는 명확하다. 한류 바람을 적절하게 이용해 한류 패션으로 변주할 수 있는 영민함과 신진 디자이너 발굴을 통해 패션 코리아의 미래를 준비하는 준비성, 디자이너와 기업과의 콜래보레이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섭외력과 소비자들이 하이엔드 패션을 즐길 수 있도록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소통성, 마지막으로 새로운 하이엔드 유통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추진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 중심에 ‘패션 대통령’ 이상봉이 있다. 이제 그가 꿈꾸는 패션코리아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도록 한국 패션계가 힘을 실어줄 차례다.
유재부 패션평론가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