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력 양성, 학계·업계 공동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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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오후 5:35:05


저성장 시대에는 인력 수요가 확연히 줄어든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일자리’ 자체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SPA 브랜드가 사세를 확장하고 유통 패러다임이 리테일 중심으로 바뀌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자라」 「유니클로」 「H&M」 등은 각 본사로부터 상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리테일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다. 브랜드를 선별해서 구성하는 셀렉트 숍도 제품 생산이 아닌 매장 및 판매 관련 인력이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리테일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에 적합한 인력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인데, 마땅한 인재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따라서 각 분야에 맞는 전문 인력의 완성도를 높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뉴노멀 시대가 원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각 패션기업과 교육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업 내부 구조를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과감하게 바꾸고 리테일 시대에 적합한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학계에서는 리테일 전문 교육을 강화해 실무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해야 하고, 업계에서는 현재 각 기업의 고비용 인력 구조를 타파하고 제대로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덕트 생산 → 리테일 중심
대학은 리테일 인력 양성 커리큘럼 늘려야
리테일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대학 및 학원은 패션 디자인•의상 디자인에만 집중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는 등 실제 업무와는 거리가 먼 측면이 많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다수 업계 종사자들이 현재 패션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대학 대부분이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 여성복 브랜드 디렉터는 “디자인 전공을 한 신입 사원들에게 물어보면 1년에 블라우스 하나, 치마 하나 만드는 게 고작이라고 한다”면서 “보다 집중적이고 체계 잡힌 디자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 캐주얼 브랜드 영업MD는 “디자인 외에 리테일 업무에 특화된 인재는 거의 없다”면서 “요즘에는 기업들이 셀렉트숍 사업이나 SPA 형태 비즈니스를 많이 하는데 이에 맞는 인재가 늘어나야 한다”며 리테일 전문인력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이 의상 디자인에 편중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어 리테일 전문 인력 양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관련학과가 개설된 전국 67개 4년제 대학, 34개 전문대학 중 의상디자인 및 패션디자인 전공이 총 46개로 전체 45%를 차지한다.


뒤이어 의류학과 및 의상학과가 45개로 44%로 조사됐다. 디자인 외 전문 분야 관련 전공은 패션스페셜리스트과, 패션디스플레이•마케팅과, 패션코디네이션과 등 극소수로 나머지 11%에 포함됐다.


이렇듯 대학에서 디자인 관련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기업에서 원하는 다양한 직무에 적합한 전문 인력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디자이너 채용은 갈수록 줄어들고 리테일 전문 인력 수요는 늘어나는데 학교에서는 해마다 수천명의 디자인 전공 졸업생만 배출하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4년간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분야가 아닌 업무를 맡게 되면 자발적으로 재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한 SPA형 캐주얼 브랜드에서 바잉MD로 근무하고 있는 A씨(27세, 남)는 “학교에서 MD에 관련된 교육을 받은 것은 4년 통틀어 한 두번 이론 수업을 들은 게 전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의상디자인과로 입학해도 희망하는 분야에 따라 리테일 관련 교육이 필요한데 한 두 차례 특강 수준의 수업이 전부”라며 “분명 패션을 전공했는데 디자인이 아닌 다른 업무에 관한 것은 독학을 하거나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회의감을 나타냈다.


리테일 전문 인력 양성 관련 학과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부 디자인과에서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교육 과정에 변화를 시도를 하고 있다.


상명대학교 의상디자인과는 리테일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마케팅 관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2개였던 마케팅 관련 교육 과정을 5개로 늘리고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적극 초빙하겠다는 계획이다.


권혜숙 상명대학교 의상디자인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과 졸업생들을 보면 백화점 편집 숍이나 멀티 브랜드 셀렉트 숍에 바이어로 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최근에는 리테일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커리큘럼을 점점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비용 타파하고 인력 구조 혁신 실현해야
뉴노멀 시대에 대학이 새로운 전문 인력을 배출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 기업은 리테일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고비용 구조를 과감하게 혁신하고, 내부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비용을 줄이고 기존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해서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해야만 저성장 시대에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연매출 500억원 규모의 한 여성복 브랜드 인사팀장은 “현재 브랜드 본사 조직 구조는 매출 규모에 비해 인건비가 말도 안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며 고비용 인력 구조를 따끔하게 꼬집었다.


그는 “연평균 매출이 500억원이라면 각종 비용을 제외한 월평균 순매출은 대략 20억원인데, 디자인 실에는 디자이너를 비롯해 패턴 개발자, 니트 디자이너 등까지 약 30명의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면서 “1인 당 월급을 평균 200만원으로 일괄 적용해보면 디자인 인력 인건비만 월 6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는 언뜻봐도 수익이 나지 않는 고비용 구조”라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백화점 위주의 유통 구조에서 오는 높은 수수료도 고비용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특히 여성복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에 평균 36% 가량의 수수료를 내고, 여기에 판매 인력 수수료 13%까지 주고나면 월평균 매출의 절반만 수중에 남는다. 나머지 절반으로 기타 인건비, 원단비, 공임비, 마케팅비 등에 투자하고 나면 순이익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일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저성장 기조가 밑바닥에 깔려 있는 뉴노멀 시대에 이러한 고비용 구조로는 금방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생산 과정을 아웃소싱 등을 활용해 슬림화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내부 인적 자원을 핵심 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일부 기업에서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참존어패럴(대표 문일우)이 전개하는 아동복 「트윈키즈」는 디자인실과 기획MD, 영업MD를 하나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토들러, 기획•액세서리, 베이비•주니어팀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각각의 팀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책임과 권한을 부여했다.


또 각 라인을 대표하는  FM(First line Manager)을 두어 상품 기획부터 생산, 디자인, 납기, 리오더, VMD, 판매전략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을 총망라해 관리하게 했다.


이 같은 내부 조직 개편은 전반적인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디자이너들은 기획 MD의 스피드와 영업MD의 이성적인 영업 마인드를 공유하게 됐고, MD는 디자이너가 가진 소프트한 감성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안목을 키우게 됐다.


또 매장 현황 조사부터 기획, 디자인 결정 등이 한 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매장에 상품을 출시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각 라인의 기획 상품과 리오더 상품으로 판매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비주류 라인의 매출도 오르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문일우 대표는 “리테일 시대에는 부문별 역할이 제한되고 책임이 불문명한 조직으로는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분야별 강점을 모아 조직을 유연하게 관리하면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내부 인력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직장(職場) 아닌 직업(職業)을 위한 곳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 갖춰야
기업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 인력을 적절히 활용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데코네티션(대표 김광래)은 이랜드그룹에 인수된 이후 전직원이 각자의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만들어 제대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1:1로 관리하고 있다.


예컨대 영업직으로 입사한 직원이 경영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적절한 시점에 생산, 기획 등으로 직무를 바꿔주면서 다방면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상하반기 정기 승진이 아니라 성과에 따른 수시 승진제도를 통해 적합한 보상을 하고 최종적으로 경영자급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회사가 책임지고 ‘키워주는’ 것이다.


박민주 인사팀 부장은 “이랜드그룹에서 사용하는 채용 프로세스와 인재 분석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해 여성복 시장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 14명을 공개 채용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채용 인원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랜드그룹의 채용 프로세스와 인재 분석 프로그램은 지난 8년간 사례 연구와 분석을 통해 개발한 것이다. 최근들어 적중률이 80%를 넘을 정도로 채용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즉 신입사원 10명 중 8명은 자신이 원하는 업무와 회사에서 원하는 직무가 일치하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랜드그룹이 이처럼 체계적으로 인재 채용 및 양성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박성수 회장의 철학에서 기인한다. 회사는 단순한 일자리 즉 직장(職場)이 아닌,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평생 할 수 있는 일인 직업(職業)을 위한 곳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크게 네 단계를 거쳐 인재를 성장시킨다. 첫 번째 단계는 ‘보여주기’다.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나 일처리 과정을 그냥 일단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다음 두 번째는 ‘가르쳐주기’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단계다. 세 번째는 ‘지켜보기’로, 그동안 보고 배운대로 잘 하는지 한 발 뒤에서 관찰한다. 설령 이 단계에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실수를 하더라도 이는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값을 치르는 것’이라 여기고 크게 문책하지 않는다. 마지막 네 번째는 ‘위임하기’다. 이제 혼자서 모든 업무를 능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믿고 맡기는 것이다.”



Interview 박철운 에프에이모스트 대표


“리테일 전문 인력 수요 커질 것”


최근 매장이 대형화하면서 판매인력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330㎡ 이상 매장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분야를 컨트롤할 수 있는 판매 전문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객 응대 서비스나 판매 기술을 기본이고 매장 관리, 직원 관리, 재고 관리 등 매장 운영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매장 관리 방법은?
「자라」나 「유니클로」는 기존 매장과는 매장 운영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채용 대행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특별히 채용방식에 대한 제한이나 규정은 없으나 브랜드 특색에 맞는 인재의 특성을 갖춰야 된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특이한 점은 어중간한 경력자보다 아예 신입직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 매니저를 목표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 채용하고, 6개월에 한 번씩 인사평가를 통해 승진을 시킨다.


두 브랜드 모두 전 세계에 대형매장을 운영하는 만큼 구체적인 매장 관리 매뉴얼이 있다. 본사는 각 매장마다 레이아웃, 신상품 점검, 재고 관리 등 요일별, 시간별로 해야할 업무를 정해주고 그 결과를 매일 체크한다. 따라서 점장 및 직원들은 시간별로 정해진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실행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뉴노멀 시대에 판매인력 채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모바일을 통한 채용 서비스를 실시했다. ‘패션잡’이라는 어플을 통해 미리 등록해 놓은 구직자의 프로필과 매칭하여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맞춤채용 공고를 알려준다. 기존 패션 유통분야 채용에 관련된 정보가 다수의 지원자에게 도달하는 시간을 최소화해 주기 때문에 최적의 서비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



Interview 이규한 코오롱패션산업연구원 원장


“적극적 산학 연계로  뉴노멀 시대 인재 육성”
FIK의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자면?
FIK는 패션 업계로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과정과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실무자들을 위한 과정 두 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정규과정은 산학연계 프로그램과 인턴십을 통해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고, 실무자 과정은 3~7년차 경력자들에게 체계적인 재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규과정 산학연계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정규과정은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패션 기업들과 산학연계를 활발하게 진행해서 학생들의 실무 감각을 높이고 취업도 알선하고 있다.
산학연계 프로그램은 한 학기에 평균 2개 기업과 특정 주제를 가지고 업무를 협업하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젊은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학생들은 실무를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최근에는 여성복 「쿠아」와 ‘고객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학생들이 제시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한 마케팅 방법을 「쿠아」 측에서 실제로 적용하기도 했다.


실무자들을 위한 특별 교육이 있다면?
원내 수업이 기본이지만 경우에 따라 ‘기업체 맞춤교육’이라는 출장 교육을 통해 실무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려고 한다.
기업체 맞춤교육은 말그대로 각 기업별 니즈에 따라 강의 내용을 재구성해서 진행된다. 매월 1~2개 업체에서 교육을 하는데, 지난해에는 신세계백화점 바이어 아카데미, 코오롱 「시리즈」 매니저 교육, 교보문고 핫트랙스 VM 특강, 롯데홈쇼핑 신입사원 트렌드 교육 등 패션유통 분야의 다양한 직무에 관련된 교육을 실시했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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