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 패션 사업, 집중과 혁신으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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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오후 5:24:55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매출은 더디게 성장하고 있는데 매출을 제외한 인건비•수수료 등은 모두 오름세에 있다.


심지어 저렴한 인건비로 최고의 생산기지로 꼽히던 중국 내 생산직 근로자의 인건비도 월평균 500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여기에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는 의상을 주 단위로 선보이는 해외 SPA 브랜드, 이보다 더 빠르게 매일 수십 개의 신상품을 업데이트하는 온라인 쇼핑몰까지 등장해 소비자들이 국내 패션 브랜드에 기대하는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 속에 국내 패션 업체들 역시 상품기획과 내부 구조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패션과 비패션 업계를 구분하지 않고 상품기획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 상품기획의 ‘뉴 노멀’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선택한 아이템에 ‘집중’
최근 「뉴발란스」 574, 「카파」 컴뱃팬츠 등 판매량 100만장을 넘어선 ‘밀리언셀러 아이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비 패턴이 아이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만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아이템을 선택해 집중한 상품기획을 통해 소비자에게 특정 분야의 전문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템에 집중한 상품 기획의 성공 사례는 동네 제과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지바이(EasyBuy)는 고객님이 맛있고 따뜻한 빵을 쉽게 구매한다는 뜻입니다.’
잠원동의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제과점 「이지바이」는 낮부터 밤까지 빵 굽는 냄새가 멈추질 않는다. 겉보기에는 작고 화려하지 않은 가게지만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곳을 거의 매일 찾는다는 한 주부는 “이지바이가 들어서기 전에는 이곳에 프랜차이즈 떡집이 있었다. 그때는 손님이 뜸했는데 지금은 이곳에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처음엔 얼마나 맛있길래 사람들이 줄을 서는지 궁금해 호기심에 방문했는데 이제는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이지바이」에서는 제과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케이크를 팔지 않는다. 대신 팥빵, 깨찰빵, 소시지빵 등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빵에 집중한다. 가장 인기가 많은 깨찰빵은 금세 품절이 돼 구매하지 못한 손님들도 많을 정도다. 가격도 저렴하다. 대부분의 빵이 500원부터 시작하며 매장 안에서도 ‘고급 빵’에 속한다는 슈크림깨찰빵의 가격도 1000원에 불과하다.


2010년 1월 목동에 처음 매장을 연 「이지바이」는 2년이 지난 1월 현재 수도권 지역에만 48개점을 운영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 항간에는 서울에만 780개 매장을 갖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인 「파리바게뜨」를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로 「이지바이」를 언급할 정도다.  「이지바이」의 성공 비결은 제과점의 기본으로 돌아가 ‘빵’에 집중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상품 수를 20여 개로 줄이고 대신 각 아이템의 맛에 집중하고 주방을 개방해 제빵 전문가가 직접 빵을 만드는 모습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해  보는 맛을 더했다. 또 포장과 매장 인테리어를 최소화하고 본사 공장에서 보낸 반죽을 굽는 기존의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다르게 밀가루를 공급해 매장에서 직접 반죽하도록 해 ‘맛’과 ‘가격’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패션 업계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옷’에 집중한 사례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유니클로」는 적은 종류의 상품을 대량 생산하는 업체로 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상품 기획 단계부터 세세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유니클로」의 매출을 이끄는 인기 상품에는 후리스 재킷, 캐시미어 니트, 히트텍 등이 있다. 그 중 히트텍은 출시하기 위해 일본 섬유업체 도레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소재부터 공동 개발했다. 히트텍은 국내에서만 2009년 75만장, 2010년 110만장 판매됐다. 올 겨울 판매량은 200만장을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프로세스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브랜드 내부 구조의 변화, 외부 업체와의 협력 등 상품기획의 프로세스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브랜드는 디자인 실장의 통솔 하에 상품 디자인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하향식 구조’에서 벗어나 팀장급 혹은 그 아래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상향식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김해숙 동광인터내셔날 전무는 “내부 고객(직원)이 중요하다. 스스로 자신의 일에 책임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만족도도 올라가고 회사와 일에 열정을 갖게된다. 물론 그 열정이 상품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나올 것이다. 디자인 컨펌 후에는 디자이너에게 모든 과정을 맡기도록 하고 디자인 실장은 품평회를 통해 디자인과 상품을 ‘품평’하고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업체와의 교류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최근들어 패스트 패션의 열풍과 이상기후가 계속되는 예측하기 힘든 날씨에 무엇보다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요소가 됐다. 이를 위해서는 상품기획 능력이 있는 업체와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김해숙 전무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아이템은 기존 방식대로 내부 상품기획 인재를 활용, 선기획을 진행하며 동시에 트렌디한 아이템은 외부의 디자이너, 벤더들과 협력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상품에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들과 우수한 생산 기지를 연결해 주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도 브랜드의 몫”이라고 말했다.


많은 물량을 출시하는 볼륨 브랜드는 생산지의 접근성이 중요하다. 가까운 예로 기획에서 생산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 동대문 브랜드야 말로 글로벌 SPA 브랜드들과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는 기획과 생산 능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과 손잡고 단독 상품을 제작하고 상품의 다양성을 추구해야하는데 아직 그런 체계가 잡힌 곳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김 전무는 “패션 기업에서는 일정 물량을 보장하고 벤더는 한 브랜드만을 위한 디자인을 꾸준히 제시하는 등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신 이 과정에서도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기획자의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방법은 해외 소싱에도 적용될 수 있다.
보끄레머천다이징(회장 이만중)의 잡화 브랜드 「라빠레뜨」에는 디자이너가 따로 없다. 모든 상품을 외부 소싱하기 때문이다. 특히 ‘말 가방’으로 유명한 홍콩의 디자이너 잡화 브랜드 「컵케이크」는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 공장 시스템 등 필요한 부분을 보끄레 측에서 지원하고 「컵케이크」에서는 ‘컵케이크 바이 라빠레뜨’라는 이름의 독점 상품을 제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매장 대형화 열풍… 상품 기획으로 승부
몇 년 전부터 해외 SPA 브랜드 유입으로 점차 매장이 대형화 되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들도 넓은 매장에서 자유롭게 즐기며 쇼핑하는 문화에 익숙해진 터라 국내 패션 기업에서도 매장의 크기를 키우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내부에서 기획•생산한 상품으로 매장을 채우는 국내 브랜드의 구조대로라면 대형 매장을 알차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상품 기획단계에서 더 많은 인재를 필요로하게 되고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매장의 대형화는 이미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으며 내부 인력으로 대처하는 현 시스템에서 벗어나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에 새로운 상품기획의 방법으로 ‘PWC’ 이론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PWC는 △Private label △Double label △Collaboration 등 3개 단어를 의미한다. 자체 제작 상품(P)은 기존의 방식대로 선기획으로 진행하며 이 상품에 브랜드의 색깔을 담아내는 것에 주력하고 상품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브랜드(W)를 숍인숍으로 구성하거나 유니크한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와 콜래보레이션(C)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융통성 있는’ 상품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이션패션의 「폴햄」은 「스페리」의 한국 공식 에이전트사인 네오미오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10월부터 매장 면적이 132㎡(약 40평) 이상인 「폴햄」의 30개 매장에 「스페리」를 숍인숍으로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


박재홍 사장은 “「폴햄」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기 위한 브랜드 확장이며,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최근 국내 패션 시장에서 신발 시장, 특히 패션 스니커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제휴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획이야 말로 모든 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다. ‘뉴 노멀’ 시대에 맞춰 패션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상품기획에서의 ‘뉴 노멀’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각 브랜드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상품기획 방법을 고안해야할 때다.



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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