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바라본 2012년 한국 패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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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31 오후 5:16:48

지난 해 우리 패션 업계가 겪었던 일들을 되돌려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 결론으로 귀결되는 듯 하다.
하나는 신과 동업해야 한다는 교훈. 또 하나는 특별한 리더없이 평준화 되어버린 업계. 자조적인 표현이라 나무랄 이들도 있겠지만 지난 겨울 날씨 문제로 온통 우왕좌왕 거린 업계와 그럴듯한 리딩 브랜드 하나 찾아볼 수 없이 그럭저럭 빠르게 지나 버린 한 해를 회고할 때 더 이상의 적절한 표현은 없을 듯하다.
올해의 패션 시장 전망과 관련해서 가장 큰 변수는 정부 정책의 향방과 두 번의 선거가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다.


실질 마이너스 성장과 가처분 소득 감소
정부는 지난해 보다 더욱 정밀하게 유통업체들의 가격구조 문제를 파고 들 것이다. 또 몇 년간 시장 성장을 주도해온 아웃도어에 대한 규제도 정책적으로, 지금 정부의 마지막 집권연도인 올해 동반 성장이라는 명제와 더불어 심각한 압력으로 다가올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위기 요소일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규제와 더불어 국민경제의 실질 마이너스 성장과 이에 따른 가처분 소득의 감소라는 내?외부에서 한 번에 불어 닥칠 악재에 대해서 패션 업계의 근심은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생활비는 줄여도 샤넬백을 사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줄을 설 용의가 있는 양극화 된 소비 구조를 동시 수용하는 소비자들과 다양한 채널에 점차 익숙해 지기 시작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패션 업계는 스스로 위축되는 선택을 해온 것이 사실이기에 올 한 해 더욱 차가워진 체감 경기 속에 시장 전망이 불안하기만 할 것이다.


긁어 부스럼 된 백화점 수수료
지난해 불거진 백화점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 아니냐? 상생의 의미 속에서 연결 고리에 대한 문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다수의 시각이었지만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 요구는 국내 패션 업체들에겐 부메랑으로 서서히 큰 원을 그리면 다가오고 있는 것도 패션 업계가 올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지극히 제한적인 채널 의존 비즈니스 모델 속에서 성장해 오다가 갑자기 그 모델이 문제가 있으니 리모델링 해 달라고 동네 이장한테 말하는 격이 되어 버린 백화점 수수료 문제는 이웃 일본의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듯이 패션 산업의 위축으로 바로 연결된 사례를 참조해서 보다 상생의 협상을 해 나가야 옳은 방식이 아닌가 한다.


지난 주 발표된 현대백화점 그룹의 한섬 인수, 지난 연말에 있었던 롯데쇼핑의 중국 여성복 브랜드 입점, 신세계백화점의 해외 브랜드 도입 가속 등 국내 패션 업체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백화점 채널의 새로운 수익 모델에 동참?
국내의 백화점 업계는 2009년 1월 이후 34개월 연속 매출이 신장했는데 2011년 하반기 들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됐고 2012년에도 성장 정체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이중에서도 패션 부분의 이익 구성비는 더욱 감소된다는 예상 속에서, 올해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과세부담 증가와 역 자산 효과에 의해 고액 소득자들의 지출 감소 등이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판매 수수료율 문제로 백화점 가격 구조가 노출된 만큼 수수료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 모델 찾기에 국내 패션 업체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동참할 수 있는 지도 미지수다. 또한 복합 쇼핑몰의 발전에 따라 백화점 역할의 감소 추세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백화점을 대형 복합몰의 키 테넌트 역할로 축소 시킬 개연성이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중소형 콘텐츠로 구성하는 국내 패션 업계에는 더큰 위기감을 전달할 것으로 본다.


백화점이 키테넌트로 입점하는 쇼핑몰에서의 경쟁은 패션 업계에는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이 아니라 타 업종 전문점 및 해외 대형 SPA들과의 경쟁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앞으로 쇼핑센터 개발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디벨로퍼들이 참여한다면 기존 백화점이 누리던 역할은 더욱 축소가 예상된다.


순서가 바뀌는 해
이렇게 불확실성 속에서 출발한 2012년을 패션 기업들에게는 순서가 바뀌는 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에서 순서가 바뀔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준비된 기업과 준비하는 기업, 그리고 준비하지 않는 기업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 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덩어리가 아닌 골격과 신경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덩어리는 무엇이고 골격과 신경계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바뀌는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은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거 방식의 패션 패러다임은 상품을 잘 만들어 내는 기초적인 제조 관점에서 출발해서 빨리 잘 만드는 시간 관리의 관점, 그리고 싸게 빨리 잘 만들어 내는 상품 밸류의 관점까지 만드는 것에 익숙히 길들여 지면서 성장해 왔다. 그러다 보니 국내 패션 기업은 브랜드로 성장하기 보다는 트렌디한 범용상품, 즉 Commodity를 만들어 파는 회사로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다.


브랜드가 아닌 Commodity 판매회사
이러한 상품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의 전부라는 생각의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UNIQLO 같은 브랜드와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치달을 지도 모를 일이다. 상품이 전부가 아닌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하지만 파괴력 있게 다가 온다. 지난 겨울 글로벌 기업 나이키가 도쿄 캣스트리트의 작은 우라하라 셀렉트 숍 fragment design과 콜래보레이션 상품을 선보였다. (사진 참조)



fragment design은 도쿄 젊은이들로부터 주목받는 인기 음반 프로듀서이자 힙합 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 후지와라 히로시(藤原 ヒロシ)에게 유니크한 디자인을 의뢰하였고 이 디자인을 NIKE의 베스트셀러인 all coat 시리즈 운동화에 적용하여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냈다. 보통 셀렉트 숍은 대형화하기 전까지는 사다 파는 판매 중개의 역할에서 벗어 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초대형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에 자신들 만을 위한 상품을 요구했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이런 결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시리즈는 론칭 한달 만에 온라인에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고 더 놀라운 것은 신발에서 나이키의 상징인 swoosh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고정관념으로 제조하는 우리들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 두 시간 떨어진 패션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은 지금 패션 업계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상품과 상품기획에서 상품 운영과 소비자로 무게 중심이 이전하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한 골격과 신경계가 무엇일지 영리한 패션 업계는 금방 캐치했을 것이다.


사람이 없는 게 아니고 사람을 안 만드는 것
지난 겨울 많은 자리가 사라졌고 많은 브랜드가 또 문을 닫았다. 세상 변화에 맞추어 이동도 하고 발전적 전환도 일어났으면 했지만 실적 악화로 인한 시장 상황 책임은 모두 사람이 지는 일이 몇 년 만에 또 되풀이 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올 상반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궁금증 하나는 사람이 들고 나는 것으로 상황 악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건가에 대해선 모두들 아니라고 할 것이다. 늘 이야기 하지만 아키텍처에 시스템이 결합하면 사람이 들고 나는 건 무의미 하다.


분명한 건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을 안 만드는 것이고 책임 지울 사람은 밖에서 데려오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키워지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 조차도 상호간에 서로 해석이 틀리다는 점은 우리 업계에 드리워진 정말 가장 큰 그림자임에 틀림이 없다.


2012년 새해 전망은?
분명 올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패션인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지난 하반기 고생을 한 건 사실이므로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서 조심스런 표현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앞에서 이야기 한대로 순서가 바뀐다는 관점에서 모두 어렵고 힘든 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과거처럼 포지션 별로 쉽게 언급해 본다면 △포멀 웨어는 시장 파이 자체를 다 내주고 존재 가치 걱정하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고, 대기업 중심으로 해외 도입 브랜드로 유지하려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이지 캐주얼은 과 포화된 시장 거품과 타 포지션과의 경계면 속에 브랜드의 위상 흔들림을 걱정할 것이다. △TD와 남성 캐릭터는 젊은 보수를 끌어 안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못하고 기회를 맞고 있는데 시장을 읽을 줄 모르니 시장 기회를 잡을 여력이 없고, △여성 캐주얼은 현재 상태라면 계속 시장이 축소될 것이다. 왜냐고? 비싸잖아.
△노면점 어덜트들도 몇 년간 호황 끝 축소 추세로 돌아설 것이다. 왜냐하면 아줌마들도 점점 더 바빠지기 때문이다. 생활 준거의 확장이 이 포지션 고객 층에서 제일 크게 일어날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이 구매층에서 ‘마우스 투 마우스’ 되             어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트레이드 업 소비 경향도 위협이고 글로벌 SPA들도 좋은 장소에서 화려한 치장을 하고 더 좋은 가격대로 유혹을 하니 정말 힘들어 질 것이다. △남성 역시 경기 영향으로 올 한해 여전히 힘들 것이다. 기존 리딩 브랜드들도 좋은 시절은 다 가고 30~40대의 포지션 이탈이 눈에 띄니 어떻게 끌어 않을까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유니섹스 그룹들은 정말 그 동안 오랜 시간 즐거웠다. 모든 연령층 다 수용하고 휘저었으니…. 그러나 컨템포러리가 무언데 고객을 이탈시키는지 모르겠다는 함정에 빠졌다. 반걸음 앞에 있다는 컨템포러리를 잡아야 할 텐데 타성에 젖어 있으니 모험할 생각도 없는 듯 하다.
△아웃도어, 지금도 벌써 속으론 매우 힘들겠지만 이제 그만 좋은 시절 잊어버리고 카테고리 확장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처럼 똑 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아동, ‘아이고 애가 있어야 옷도 팔지…’ 하는 푸념이 앞선다. 그리고 어린애들은 왜 그리 빨리 크는 거야,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입을 옷을 어디서 찾나 고민이다. 일찍부터 다른 포지션으로 탈출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정말 간단하지만 심각하게 올해 패션 업계 고민할 일들만 나열해 보았다. 하지만 늘 강조 하듯이 이러한 전망조차 과거 패러다임에서 떠들어 댄 소리라는 것이다.


내부 경쟁은 그만, 새로운 경쟁자는 외부에
지금 우리들 앞에 다가오는 실제는 이제 패션계 내부의 경쟁은 끝나고, 외부로부터 조여오는 보이지 않는 실체와의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는 엄연한 사실이 될 것이다.


내부 경쟁에 동원하던 전략과 전술로는 더 이상 생존의 최소 에너지를 공급하기가 어려워지고 모호한 실체를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 준비를 하고 새로운 경쟁 구도에 뛰어들 자격이 생겨날 텐데, 당장 그 모호한 실체는 고객에게 패션의 즐거움을 영위할 시간을 뺏어가는 길거리에 넘치는 커피 전문점도 될 수 있고, 온통 사용자의 시간과 혼을 빼앗아 가버린 스마트 폰과 태블릿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들도 패션으로부터 소비자를 격리시키고 있다. 이러한 외부 경쟁자 외에도 많은 잠재적 경쟁자들이 점점 포위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의 시장 전망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도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 우리 앞에 다가오는 잠재 위협 요소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가 새로운 순서를 정해 준다는 분명한 사실이 지난해 날씨 불안정보다 우리들을 더 아프게 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은 절대 안 되고 우리가 예전과 달리 힘을 합치고 협력해서 준비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면 이런 이들에겐 비관적 전망은 진실로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相生! 올 한 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될 것 같다.



김묘환 CMG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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