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턴가 영 쇼퍼들은 백화점에 가지 않기 시작했다.
대신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과 한 자리에서 여러 브랜드를 비교해 보고 고르는 재미까지 더한 멀티 브랜드 편집숍에 푹 빠져버렸다.
편집숍은 그동안 구매 대행으로 어렵게 ‘구해’ 입었던 해외 인기 브랜드를 직접 입어볼 수 있는가하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인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또 신발, 가방, 스마트폰 액세서리, 주얼리, 안경, 문구류 등 상품군도 다양해서 약간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없는 게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너도나도 편집숍을 시작한다고 무작정 뛰어들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 철저한 운영과 관리 시스템이 선행되지 않으면 장기적 성공은 보장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최근 시장에서 편집숍이 대세를 이루면서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에이랜드에서부터 시작한 편집숍은 해를 거듭할수록 활성화해 올해 들어서는 패션기업들이 새롭게 론칭하는 편집숍 형태의 브랜드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내년에도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셀렉트숍 오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편집숍 열풍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된 운영 시스템 마련이다. 대세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집숍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내실있고 탄탄한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것.
편집숍의 성공 요건으로는 우선 다양성을 들 수 있다. 해외 인기 브랜드부터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그리고 가방, 신발, 안경, 시계, 문구류, 스마트폰 케이스, 인테리어 소품 등 여러 가지 상품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미 쇼핑은 하나의 즐기는 문화로 자리잡았고 소비자들이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현실성이다. 리얼리즘, 즉 현재 가장 트렌디한 아이템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국내 미출시 제품도 손쉽게 안방에서 주문하고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똑똑해진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려면 트렌디한 상품을 구비해 놓아야 한다.
세번째는 지속성이다. 제아무리 수많은 종류의 브랜드를 갖다놓고 가장 핫하다는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하더라도 꾸준히 상품을 공급할 수 없다면 편집숍이라는 형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물량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결국 빠르게 새로운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인 도매 시장 사입 밖에는 없는데, 이 경우는 일반 보세 매장과 크게 차별화할 수 없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마지막은 차별성이다. 다양한 편집숍이 생기는 상황에서 차별화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성공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PB 브랜드를 강화해 상품 차별화를 할 수도 있고 팝업스토어 등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열어 남다른 기획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오픈하는 편집숍들은 다양한 요소들로 차별화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상품성창의성 갖춘 상품 다양하게 모아야
편집숍은 말 그대로 여러 가지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매장을 뜻한다. 따라서 편집숍 운영에 있어서 다양성은 필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한때 편집숍은 고가 수입 브랜드 위주의 매장으로 인식되었으나 지금의 편집숍은 보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해외 홀세일 브랜드는 물론 도매 시장 상품까지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특히 국내 편집숍 활성화에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에이랜드는 약 500개 브랜드를 모아놓고 있다. 의류, 신발, 가방은 물론이고 우산, 안경, 수영복 등 액세서리류와 부엌 소품과 인테리어 소품, 음반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올 초 오픈해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스파이시칼라는 50여개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여러 가지 콜래보레이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입점 브랜드와 스파이시칼라의 콜래보레이션 라인은 다양성은 물론 타 편집숍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성까지 갖추어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브랜드가 아닌 스타일의 다양성으로 승부하는 편집숍도 있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언더앤오버는 남성전문 편집숍으로, 총 6개의 각기 다른 스타일의 브랜드가 입점돼 있다.
락시크 무드의 「문군」 유러피언 어반시크 스타일 「M+W」 감성 캐주얼 「제이브로스」 세미 캐주얼 「모아이」 감성 클래식 「세인트바론」 등으로 남성 소비자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다양하게 제시하며, 의류부터 액세서리까지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인석 대표는 “언더앤오버는 남성들이 원하는 다양한 스타일을 한 데 모아놓은 편집숍”이라며 “입점 브랜드 모두가 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 아이템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원하는 스타일만 고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매대행으로만 구입할 수 있었던 해외 인기 브랜드를 입점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고 있다. 「조이리치」 「칩먼데이」 「인사이트」 「글래머킬스」 등 인지도와 상품력을 고루 갖춘 수입 브랜드들은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과감한 스타일과 합리적인 가격대로 편집숍의 필수 MD로 각광받고 있다.

리얼웨이에서 각광받는 상품 구성은 필수
몇 백 개가 넘는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놓았다 하더라도 트렌드에 뒤쳐진다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리얼웨이에서 최근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트렌디한 상품을 구비해 놓는 것 또한 편집숍의 주요 성공요건 중 하나다.
올 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문을 연 랩은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의 인기 아이템 ‘칸켄백’을 종류별로 입점시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남성스럽고 큼직한 백팩이 대부분이었던 상황에서 여성스럽고 가벼우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의 ‘칸켄백’은 금방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격도 10만원대로 합리적이어서 올 봄 시즌 하루 평균 10개씩 판매되는 등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또 올 여름에는 에스빠드류 신발이 큰 인기를 끌면서 편집숍에서도 앞다투어 에스빠드류 전문 브랜드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에스빠드류란 신발 윗부분은 캔버스나 면 소재를 사용하고, 굽은 마 소재의 끈을 이어 붙여 편안하고 가벼운 신발을 말한다.
랩은 지난해 5월 론칭한 미국 브랜드 「솔루도스」를 입점시켜 여름 시즌 동안 주말 평균 9개씩 꾸준히 판매했다. 삼베로 짜여진 밑바닥과 캔버스 소재가 조합되어 가볍고 통풍이 잘 되는 것은 물론 컬러도 다양해서 특히 커플 고객 구매가 많았다. 에이랜드는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4일까지 스페인 브랜드 「스캘퍼스」의 팝업스토어를 가로수점에서 열어 에스빠드류 신발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품질의 넥타이를 디자인하는 작은 아뜰리에로부터 시작된 이 브랜드는 최고의 소재와 마케팅으로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아 마드리드에 첫 매장을 오픈함과 동시에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도 소개된 바 있다.
최근에는 태블릿PC와 노트북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휴대하기 좋은 관련 액세서리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기능만 강조한 것이 아닌 때로는 클러치나 파우치 등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멀티기능형 아이템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온라인 편집숍 먼슬리맨션은 기능성과 패션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아이패드, 맥북에어 전용 파우치 브랜드 「페넥」을 입점시켜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페넥」은 컬러풀한 캔버스 소재에 가죽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파우치 브랜드. 튼튼하면서 가격도 저렴해 애플 유저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패션 아이템으로 구매를 하고 있다.

불규칙적인 상품 공급은 해결해야 할 과제
대부분의 편집숍들이 매장 오픈 초기에는 여러 가지 브랜드에 다양한 상품을 구성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품 구성이 빈약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인기 상품 등 전반적인 물량 수급에 대한 지속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올 초 오픈한 한 멀티 브랜드 편집숍은 균형잡힌 물량 공급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편집숍은 오픈 당시만 하더라도 가장 트렌디한 스타일과 핫한 브랜드를 모아 놓아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새로운 형태의 매장으로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이목도 집중되었다. 그러나 불규칙적인 상품 수급은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입한 해외 인기 브랜드와 미국 등지에서 직사입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동대문 사입 상품의 비중이 전체 70%까지 늘어난 것. 이같은 방법은 즉각적으로 최신 유행 스타일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편집숍을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편집숍 춘추전국시대 … 차별화가 관건
남들과 똑같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편집숍도 마찬가지다. 눈뜨면 새로운 편집숍이 생겨나는 바야흐로 ‘편집숍 춘추전국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차별화가 필수 요건이다.
지난해 홍대에 오픈한 편집숍 People of Tastes는 카페, 쇼룸, 에이전시 사업 등으로 타 편집숍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매장 1층에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매장과 접목시켜 색다른 콘셉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 해외 유망 디자이너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역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해외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에이전시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플로우는 1층에서 매번 다른 콘셉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남다른 기획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기네스 맥주의 팝업스토어를 열어 무료로 맥주 시식행사를 하고 맥주 제조법을 알리는 등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또 8월에는 서울패션위크 참가 남성복 디자이너인 신재희, 김재환, 최철용 3명의 팝업 스토어를 열어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스트리트 브랜드 「브라운브레스」는 홍대에 ‘브라운브레스월’이라는 전시 공간을 열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브라운브레스월은 더 새롭고 다양한 활동을 위해 전시 및 팝업, 쇼룸 등의 목적으로 지어진 곳. 의식 있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작업물과 다양한 브랜드의 컬렉션을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선보여 대중과 소통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 2일 가로수길에 첫 매장을 연 오프닝숍은 입구에 아이웨어 포진시켜 상품 차별화에 나섰다. 또 11월에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이면서 아이웨어로 유명한 「톰브라운」의 공식 론칭 행사도 있을 예정이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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