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 3사가 과점하고 있던 TV매체에도 큰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젊은층 시청자들이 갈수록 재미를 추구하게 되면서 케이블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예능 대세라는 리얼버라이어티를 넘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케이블과 지상파를 넘나드는 경쟁은 거의 전쟁에 가깝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TV속 키워드 들을 통해 영쇼퍼의 컬처 코드를 살펴봤다.
“저희 CG가 제일 재밌어요”
2011년 7월 21일 비틀즈코드 49회 중 MC유세윤의 멘트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 엠넷(Mnet)에서 방영중인 ‘비틀즈코드’는 공통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것 같은 두 팀이 나와 소름끼치는 평행이론을 증명한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적절한 효과음과 함께 “불!”하고 외치면 불이 나오는 식의 가감없는 CG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송에서 CG의 힘은 막강하다. 49회 방송의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이민기는 ‘비틀즈코드’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게스트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화면에 그린 그림은 기억이 난다”고 대답했을 정도.

수요일 오후 11시 5분에 방영되는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의 코너 ‘라디오스타’는 CG로 주목받은 프로그램의 원조격이다. 기존의 방송에서 시도 되지않은 화려하고 때로는 과하기도 한 CG는 ‘신들린 CG’로 불리며 젊은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스트가 곤란해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화면에 비가 내리고, 손바닥을 치며 웃는 게스트에게 펭귄 그림을 씌워주는 식이다.
화려한 자막과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CG는 마치 만화를 보는 것 같다.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이해하려 하기 전에 이미 CG와 자막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왜 그러는 지 아실거에요~ 다들 공감하실거에요~”
2011년 9월 4일 개그콘서트 609회 중 ‘애정남’ 최효종의 멘트 일요일 저녁 10시 쯤이면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 ‘애정남’. KBS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줄여서 ‘애정남’이다. 주로 ‘축의금 내는 기준’이나 ‘조카에게 추석 용돈은 얼마를 줘야 하나’와 같이 일상에서 느꼈던 애매한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애인이 있는 사람이 만나도 되는 이성친구의 기준’의 경우, 여자는 종교오빠?엄마 친구 아들 등 다양하다. 가장 위험한 인물은 오랜만에 만난 동창, 특히 외국에서 살다온 친구다. 만나면 다짜고짜 허그부터 하는 아메리칸 마인드의 소유자기 때문이란다. 남자가 만나서 안되는 사람은 ‘여자’. “왜 그런지 아실거에요! 남자는 마인드가 다릅니다! 우리는 마음가짐 자체가 틀려요! 다들 공감하실거에요!”라는 설명이 더해진다. 방송을 보던 이들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60초 후에 다시 시작됩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방영 중인 슈퍼스타 K3 도전!슈퍼모델 코리아?위대한 탄생?기적의 오디션?다이어트 워?도전자… 케이블?공중파 너나 할 것 없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지금의 서바이벌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슈퍼스타K. 지난해 방영된 시즌2는 최고 시청률 19%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서 슈퍼스타K가 주목받는 이유는 방송 내내 탄탄한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악마의 편집’이다.

지역 예선의 경우 스토리가 있는 특정 인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나머지는 쿨하게 스쳐지나간다. 속도감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다. 오디션 참가자가 기존 가수 못지 않은 노래 실력을 선보일 때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예쁜 출연자가 등장할 때도 별 다른 설명없이 심사위원과 출연자의 얼굴을 빠르게 교차 편집해 보여줄 뿐이다.
또한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60초 후에 다시 시작됩니다”는 시청자의 집중력을 최고치로 높이고 이야기가 극에 달했을 때 한 회를 마무리해 다음 회를 본방사수하게 만든다. 슈퍼스타K의 팬들은 “아예 안 보면 안 봤지 한번 보기 시작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마력을 가진 방송”이라고 말한다.
“갖고 싶다, 강개리”
2011년 8월 13일 무한도전 262회 우천 시 취소 특집 1탄에 등장한 자막 힙합 그룹 리쌍의 멤버 개리가 대한민국 여성의 새로운 이상형으로 떠올랐다. 그는 이제 한 번 빠지면 답도 없다는 ‘못생긴 매력남’의 대표 주자가 됐다.

‘못매남’ 개리는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송지효와 러브라인을 구축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리가 ‘월요여친’ 송지효의 눈빛만 보고 원하는 과자 봉지를 뜯어서(!) 주던 장면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터넷에서 회자되곤 하는데 사실 이 장면의 주인공은 김종국이었다. 개리와 송지효는 화면 구석에 조그맣게 잡혀있을 뿐이다.
인터넷 다운로드와 IPTV의 다시보기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한 번 본 방송을 보고 또 보는 사람이 늘어났고 본방송 때 놓쳤던 숨은 장면을 찾기 위해 ‘매의 눈’으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이 개리의 사소한 손짓 하나, 흘려말한 말 한마디를 캐치해 하나 둘 씩 인터넷에 간증(?)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개리는 ‘갖고 싶은 남자’, ‘대세남’이 되었다.
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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