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vs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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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뛰 꾸튀르 vs 종묘대제 대례복

2011-05-09 오후 4:00:30


태양왕이 현재 서울의 차도녀들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태양왕 루이14세는 국가 육성사업 프로젝트 일환으로 파리가 사치품의 본고장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나를 위해서라면 유명한 헤어 드레서에게 비싼 머리를 맡긴 다던지, 귀한 가죽으로 만든 신상 구두를 신으며, 카페에서 커피를 즐기고, 때론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음미할 줄 알아야 하며, 그 많은 보석 중에서도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며 여자들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노래가 불려진다. 이 모든 것이 다 태양왕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차도녀들의 일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넘볼 수 없는 영역이 남아 있다. 바로 오뜨 꾸튀르이다. 발음하기도 힘든 이 단어는 다른 태양왕의 유산들이 대중으로 넘어온 21세기에도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남아 있다.
오뜨 꾸튀르. 흔히 고급 맞춤복으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프랑스의 왕과 귀족들의 까다로운 취향에 맞도록 만들어진 고급 맞춤복으로 값비싼 천에 레이스, 리본, 보석, 자수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옷을 일컫는다.


오뜨 꾸튀르를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한 우물을 판 장인들이 만든 최고급 의상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에도 그에 절대 뒤지지 않는 옷들이 있었다. 바로 대례복, 예복 중에서도 가장 최상급의 예복이란 뜻이다. 이 대례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바로 종묘 대제 행사가 그것이다.


조선의 오뜨 꾸튀르


서울 한복판 종로에는 조용한 숲으로 둘러싸인 종묘가 있다.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들의 신주가 모셔진 사당이다. 예를 숭상하던 성리학의 이념으로 세워진 조선은 조상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일 년에 다섯 차례 종묘에서는 큰 제사가 치러졌는데 지금은 축소되어 일 년에 한 차례 5월 첫 째 주 일요일 행사를 치른다. 종묘에 들어서면 파릇파릇한 연두색의 녹음이 드리워진 키 큰 나무들이 현대의 바쁘고 시끄러운 도시와 잠시 단절시켜 준다. 신들이 다닌다는 울퉁불퉁한 신도를 따라 쭉 들어가면 선왕들의 신주가 모셔져 있는 정전이 나온다. 화려한 단청 없이 검은색의 기와와 붉은 기둥으로 이뤄진 정전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절로 몸가짐을 추스르게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묘 제례를 보고 있으면 이처럼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왕실 행사는 보기 힘들 것 같다.
종묘 제례복 하이라이트는 문,무관과 임금님의 예복이다. 우리 옷에서의 오뜨 꾸튀르적 면모가 드러난다. 전체적으로는 검은색 바탕에 가는 하얀색 선단들이 목과 소매단, 치마끝단을 두르고 있어 면적, 명도 대비가 확실하며 그래서 눈에 잘 들어온다. 자세히 보면 검정색을 바탕에 오색 수가 놓여져 있고 그 위로도 화려한 자수가 놓인 여러 겹의 치마를 덧입으며, 보석장식의 허리띠와 머리에 쓰는 관 화려한 장식의 임금님 면류관과 걸을 때마다 부딪혀 맑은 소리가 나는 옥구슬 허리장신구까지 수많은 장인들의 노력이 들어간 예복은 프랑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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