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예술은 건축으로 모인다는 말을 생각하면 프랑스 디자인의 발자취를 건축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영국과 독일의 건축이 주로 현대 건축에서 빛을 발한 것에 반해 프랑스의 건축은 12세기 고딕 건축에서부터 존재감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 디자인은 이미 12세기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백화점도 고전주의
수많은 명품들이 피워 올리는 매력의 향기가 프랑스의 이미지를 지금처럼 신비로우면서도 예술적으로 만드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명품들을 품고있는 백화점은 명품들의 매력을 크게 잠재울 정도라는 사실은 파리 한 복판에 가면 느낄 수 있다. 품위와 격조를 가득 머금은 명품들을 고풍스러운 상자에 정성들여 포장한 듯이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들은 프랑스라는 나라가 어떤 곳인지를 한 번에 설명해 준다. 커다란 현대풍의 광고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광고의 럭셔리한 이미지는 뒤를 받치고 있는 건물의 고전적 기품과 너무나 잘 어울리고 있다.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도 바깥의 분위기와 몹시 일치하는 화려하고도 고전적인 공간을 만나게 된다. 백화점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상업적이고도 현대적인 분위기는 찾을 수가 없다.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장삿속을 오페라 극장과 같은 분위기 밑에 감추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고객들이 물건을 사든 말든 콧대를 높이고 분위기와 격조만을 챙기고 있는 것 같은 건물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단지 신고전주의적인 외모를 하고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유명한 노틀담 성당을 보자. 성당의 우뚝하면서도 세련된 외양을 독일 쾰른의 대성당과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다.

같은 고딕 성당이라고 하더라도 독일의 것은 프랑스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발산한다. 격조와 화려함보다는 단순함과 직선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미 고딕시대의 건물들에서부터 각각의 민족성들이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상들이 오늘날 브렝땅 백화점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건물이야 옛날에 지은 것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옷은 좀 다르다. 과거보다는 현재를 앞서가야 하는 게 패션의 속성인데, 하지만 프랑스의 패션들을 보면 과거의 질감이 현대적으로 정확하게 표출되고 있음을 느낀다. 산업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필립스탁이 디자인한 스툴을 보면 현대적 디자인이긴 하지만 고전주의적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의 디자인은 이처럼 프랑스의 고전 건축물에서 살필 수 있는 여러 면모들을 현대 디자인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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