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쇼가 모델쇼라는 말을 듣는 것은 그리 나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자동차와 모델의 상호관계가 관람객들에게 읽혀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번 모터쇼는 그런 점에서 대단히 많은 볼거리를 가져다 주었다. 특히 자동차와 패션 이미지의 종합적 표현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패션계에도 큰 교훈을 새롭게 보여주었지 않았나 싶다.
아우디와 BMW
독일을 대표하면서도 각기 다른 이미지들로 쌍벽을 이루고 있는 두 브랜드들이 모델 패션에서는 어떤 표현을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두 브랜드 역시 명성에 걸맞게 모델들의 의상과 옷들에 있어서도 자사의 독특한 이미지들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두 브랜드 모두 획일적인 유니폼은 피했다. 대신에 개별 자동차의 이미지에 맞게 다양한 스타일의 모델들과 패션을 구현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브랜드의 인상이 은근하게 느껴지도록 하고 있었다. 아우디는 전체적으로 우아했고, BMW는 파워풀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우디 자동차의 디자인은 부드럽고 우아한 인상이 있다. 자동차에 흐르는 곡선의 유려한 느낌은 독일의 다른 자동차 디자인에 비해서 유연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우디의 모델들은 대체로 우아하고 격조있는 느낌의 패션으로 일관되어 있었다. 아우디 마크를 패턴으로 한 원피스를 입은 모델을 통해서는 아우디가 루이 뷔통이나 샤넬과 같은 명품의 이미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우디의 다른 모델들의 패션들도 대체로 환하고 우아한 이미지의 패션으로 아우디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여기에 비해 BMW는 자동차의 이미지부터가 아우디와는 다르다. 상어처럼 생긴 외관은 오래 전부터 파워풀한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따라 BMW 부스에는 힘이 넘치면서도 기계적 질감이 느껴지는 패션의 모델들이 BMW의 이미지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었다. 가죽 질감의 옷에 선글라스를 쓴 파워풀한 여성 모델의 포스(?)는 BMW콘셉트 카의 파워풀한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동시에 BMW의 이미지를 견고하고 기계적으로 강화하였다. 이런 모델들의 모습을 통해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BMW에 대한 기계적 신뢰를 가지게 되고 아우디에서와는 다른 격조 높은 품위를 감상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다른 모델들도 디자인은 다르지만 그 느낌 만큼은 격조가 있으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디자인의 패션들을 통해 BMW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에 있어서도 아우디에서와는 달리 좀 차도녀스러운 모델들을 선정하여 BMW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었다.
이 두 브랜드들을 통해 우리는 세계 정상급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어떤 수준에서 자신들의 이미지들을 조화시켜 나가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브랜드들은 어떤 수준에 이르렀을까? 그것은 현대 자동차와 기아 자동차가 잘 드러내고 있었다.

현대와 기아를 통해 본 한국 자동차 디자인 브랜드의 수준
한국에서 모터쇼를 한다는 것부터가 사실은 대단한 발전이다. 세계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손에 꼽을 수 있고, 그 속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지난 시절의 고단했던 개발도상국 기간을 생각하면 나라 한복판에서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직접 자동차를 들고 들어와서 쇼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욱 놀랍고 고마운 것은 그렇게 명함만 내밀던 단계를 벗어나 한국의 자동차 제작의 수준이 외제 차로 대변되는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을 뒤로 할 만큼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의 제작에서 뿐만 아니라 모델들을 통해 자동차의 이미지를 종합하는 수준들도 보통이 아니었다.
현대나 기아나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브랜드들이긴 하지만 실지 디자인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들은 오히려 서로 상반되기 때문에 아우디와 BMW의 비교만큼이나 재미있는 비교가 되었다. 그런 상반된 이미지들을 통해 서로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나아가 한국의 디자인 수준을 목격하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모델과 자동차 브랜드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볼 때 현대 자동차와 기아 자동차는 서로 차별화되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자동차의 이미지를 보면 현대 자동차와 기아 자동차의 차이는 눈에 확 드러난다. 현대 자동차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아예 ‘Fuluidic Sculpture" 즉, ’흐르는 조각‘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고 디자인을 한 탓인지 자유롭게 흐르는 곡면이 두드러졌다. 우아하면서도 힘이 넘치게 흐르는 자동차의 표피는 세계적으로도독특한 개성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맞추어 모델들의 패션들은 마치 하늘에서 방금 내려온 선녀인 듯한 모습으로 자동차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었다. 옷도 옷이지만 현대 자동차의 모델들은 헤어 스타일이나 얼굴형들이 모두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넘쳤다. 직선적이기 보다는 곡선적인 인상들이 우리에게는 무척 친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독특한 이미지들을 줄 수 있었다.
모델들이 입은 옷들의 전체적인 이미지들도 모두가 하얀색에 가까운 색들에 하늘하늘한 천에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듯한 질감의 우아함이 지극히 아름다웠다. 현대 자동차의 이미지를 옆에서 120% 보완해주었다.
이런 현대 자동차의 상황에 반해 기아의 자동차는 일단 자동차의 이미지부터가 약간 직선적인 인상이 강하다. 특히 이번 모터쇼에서 인기가 많았던 ‘네모’는 이름부터가 기하학적이고 직선적인 성격이 강해서 현대 자동차와는 차별화가 많이 되었었다. 자동차의 이미지에 따라 모델들의 인상이나 그들이 입었던 의상도 많이 달랐다.
우선 ‘네모’는 직선적이면서도 귀여운 이미지의 차여서 모델도 산뜻하면서도 어려보이는 이미지에 그런 느낌의 의상을 입어서 자동차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기아의 단단하면서도 산뜻한 직선적인 느낌이 제일 표현이 잘된 모델은 콘셉트 카의 모델이었다.
다리의 곡선에 완전히 밀착해서 흐르는 바지의 금속성 질감은 자동차의 질감과 동질감을 이어주고 있었다.
상의의 금속성과 신비로운 색상의 어울림은 기아 자동차의 내적 속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모델들이 입고 있는 옷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세련되면서도 미래적인, 역설적이지만 고전적인 느낌을 자아내면서 기아 자동차의 품격과 첨단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강조하고 있다. 모델의 우아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 또한 기아 자동차의 이미지를 대단히 고급스럽게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모델들도 제각각 다른 이미지의 옷들을 입고 있었지만 대체로 기아 자동차의 단단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현대 자동차의 경우와는 달리 기아 자동차는 자사가 지향하는 단단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모델 의상들을 통해 잘 조율하고 있었다.
다만 모델들마다 의상의 이미지가 너무 차이가 많이 나서 전체적으로 기아 자동차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에는 역작용을 준 것 같았다.아무튼 현대 자동차나 기아 자동차는 자사의 자동차를 분명한 방향에 입각해서 아름답게 디자인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모델들의 모습이나 모델들의 패션을 통해서 뚜렷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통합된 이미지를 잘 구축하고 있었다. 단지 자동차 뿐 아니라. 자동차를 보완하는 모델들에까지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면서 이미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델쇼가 되었든 모터쇼가 되었든 이번 모터쇼에서 우리가 살펴 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자동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또한 모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이미지를 중심에 놓고 자동차 디자인과 모델의 인상, 모델의 의상이 종합적으로 결합하여 다양한 이미지들의 향연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로 종합되어서 보이는 큰 그림들은 우리에게 현대 디자인이 얼마나 높은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잘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쇼가 아니었나 싶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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