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현대의 조화야 말로 오늘날 한국의 디자인이 직면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고전적 전통 속에 산업혁명을 이룬 영국의 발자취야 말로 우리가 주목하고 배워야 할 교훈이 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래된 것에서 발견하는 디자인
템즈 강은 런던을 가로질러 흐르며 광활한 공간을 만들지만, 역할은 도시의 중심을 꽉 채우는 척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템즈 강의 광활한 풍광을 마주하고 보면 새로 지은 건물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서로서로 어울려 하나의 캐릭터를 이루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국의 고풍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는 바로 이런 풍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런데 타워 브리지 위에서 강을 내려다 보면 뭔가 비슷한 이미지의 건물 둘이 강을 마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회색 빛 금속성 뼈대에 투명한 유리가 둥글게 돌아가고 있는 건물들이다.
하나는 비대칭적으로 기우뚱하게 기울어있고, 하나는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총알처럼 생겼다. 그러나 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모양이나 유려하게 회전하는 형상들은, 사람으로 치면 사촌지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닌게 아니라 이 두 건물은 영국이 자랑하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의 작품이다. 자하 하디드, 프랭크 게리, 렘 쿨하스와 같은 스타 건축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 중의 거장이다.
영국에서 특히 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처럼 런던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템즈 강을 사이에 두고, 그의 분신과 같은 두 건물이 도시의 기둥처럼 우뚝 솟아 있기 때문이다.
랜드 마크라는 말은 있지만 랜드 마크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런던 시청사를 가까이 가서 보면, 박스 형태를 벗어난 자유로운 모양이 현대 건축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좌우대칭을 벗어난 형태도 형태지만 기우뚱하면서도 아름다운 곡면을 그리며 회전하는 모양이 무척 매력적이다
강을 바로 앞에 두고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더불어서, 그리고 멀리 타워 브리지와도 신구의 조화를 잘 이루면서 자리 잡은 터잡이도 대단히 뛰어나다.
런던의 도심지에서는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스위스 르 빌딩은 찰스 황태자의 거북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런던을 상징하는 랜드 마크로서 위용을 자랑한다.
언제든지 하늘로 날아갈 기세의 초현실적 모습은 도심의 여러 건물들과 어울려 멋진 풍광을 만들고 있다. 단지 멋있는 모양이 아니라 이런 뉘앙스를 가진 탓에 런던 도심의 느낌은 기술과 시적 감수성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가까이서 본 스위스 르 빌딩은 격자 모양의 구조와 투명한 유리가 어울려 매우 조각적이고 미래적인 느낌을 가져다주고 있다. 과연 노먼 포스터 경의 거장다운 면모가 첨단 기술과 스타일 속에서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런 디자인을 도심 한 복판에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국은, 런던은 문명이 아니라 문화를 갖춘 첨단과 전통의 디자인 선진국이 되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디자인 수도는 어떤 국제 기관의 허가가 아니라 이런 디자인들이 살아 숨쉬는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 아닐까?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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