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덩어리 같은 생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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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디자인 ③

2011-03-04 오후 3:30:42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라면 고가의 첨단기술이 깃든 물체들만 디자인 할 것 같지만 사실 뛰어난 디자이너 일수록 생활소품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영국의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가 디자인해서 유명해진 티난트(Tynant) 생수병을 보면 왜 그런지 쉽게 알 수 있다. 분명 생수병이긴 하지만 물병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 갑자기 얼어서 덩어리가 된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병이겠지만 플라스틱의 공업적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그대로 물이 되고, 어떠한 장벽 없이 우리 몸과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는 물방울 같은 모양의 생수병을 디자인 한 게 아니라 물과 같은 성질의 물체를 디자인 한 게 틀림없다.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자기의 디자인이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순결하고, 어떠한 형태라도 포용할 수 있고, 차가우면서도 만물을 성장시키는 그런 따뜻한 물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 세상에 가장 좋은 것은 물이라고 한 사람은 춘추전국시대의 노자였다. 항상 아래로 흐르고, 남을 깨끗하게 만드는 물은 동아시아에서는 겸손과 포용의 상징이었고, 자연이 압축된 모습이었다.

이런 노자의 가르침이 영국 웨일즈 출신의 디자이너에게까지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은 시대와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진리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차가우면서도 따뜻하게 보이는 자기의 디자인을 로스 러브그로브는 물방울을 의미하는 블로브(blob)와 물체를 의미하는 오브젝트(object)를 합쳐서 블로브젝트(blobject)라고 부른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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