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패션인사이트> 기고에서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패션산업의 컬처비즈’에 대해‘과거 정적인 개념의 컬처에 대한 인식보다는 동시대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나 가치관과 같은 무형의 라이프 스타일과 이것이 표현해내는 정신적, 물질적 특징이 컬처라고 정의한다면 우리가 고민하는 패션 산업의 컬처 브랜딩은 양면성에 놓여있다고 보고, 프로덕트 개념에서 본다면 패션 상품은 그 자체가 컬처 콘텐츠이지만 우리 패션 기업이 컬처 콘텐츠 조직인가라는 개념에서 본다면 컬처 부재의 생산자라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다’고 언급했었다.
그 이후로 2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패션업계가 고민하는 생존가능성과 지속 경영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의 컬처브랜딩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호기심, 혹은 리퍼런스의 축적을 기다리는 정도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컬처마케팅, 컬처 비즈, 컬처브랜딩 이러한 용어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길래 기업들이 고민하면서 속 시원하게 자신들만의 것으로 선뜻 체화시키는 것을 주저하는 것일까?

차별화를 통한 인지에서부터 시장 동화로
실체가 모호하다 보니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컬처브랜딩의 개념을 보다 쉽게 정의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컬처브랜딩의 의미를 컬처마케팅 수준으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현재의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컬처마케팅도 컬처브랜딩의 한 페이스로 단계적 행위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본질적 의미의 컬처브랜딩은 기업의 구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브랜드와 브랜딩의 상관관계만 놓고 본다면 브랜딩은 궁극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더 쉽게 표현한다면 시장에서의 인지 우위를 위한 차별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딩의 개념이 비주얼 개념에서부터 발전되어 기업의 체계와 이념까지로 확대 정립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이후에도 브랜딩은 시장 차별화의 우선적 도구였고, 방법론적 귀결은 단순성 개념을 통한 접근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단계까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면서 더 이상 확대 되기 힘든 상품 콘텐츠의 제한과 무한 경쟁구도 속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장의 요구 속에 동원된 방법론은 차별화를 통한 인지가 아닌 시장 동화(Synchronizing with Market)를 통한 생존이라는 벼랑끝 전술까지 생각해 내게 되었고 이러한 접근에 동원된 방법론이 지금 거론되고 있는 컬처브랜딩이라고 이해하면 조금은 쉽게 개념 정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배경은 과거 자본주의 형성기에 적용되던 시장의 수요 공급 원칙에서 발전하여 물질문명의 극대화를 보여준 매스 프로덕트 시대를 지나 디지털 문명이 제공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시장의 구성원들(여기에선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에 의해 구성된다는 과거 이분법적 구도의 해체 시대에 돌입했다라는 인식이 먼저 이루어 져야 한다)이 균질한 정보를 동시성을 가지고 생활하는 현재의 시장 환경구조 속에서는 과거처럼 콘텐츠(과거 개념이라면 프로덕트 혹은 브랜드가 되었을 테지만)의 독립적인 존재 가치보다는 콘텐츠를 생산한 자와 소비하는 자들로 이루어진 특정 커뮤니티 속에 동시성을 가지고 존재할 때 가치 인정, 혹은 교환이 이루어 지는 시대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에서 출발 한다.
이러한 시대 특성을 초기 접근 방식에서는 공급자 일방의 경제적 가치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컬처노믹스, 컬처마케팅 혹은 컬처비즈라는 용어가 업계에 지속 등장해 왔고, 방법론으로는 초기 단계의 유산적 의미의 문화를 가치화 한다거나 직접적인 문화 표현을 가치화 한다는 개념(지금도 가장 많이 동원되는 방법)에서부터 다른 영역과의 결합이나 이용을 꾀하는 컨버전스(PPL이 가장 대표적이고 익숙한 방법론 일 것이다) 단계까지 더 확산되고 발전된 과정을 지내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 모두가 컬처브랜딩에서는 유용한 전술적 접근 경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컬처브랜딩이 대두되는 배경에 대한 이해는 현재 시장환경에 대한 고민을 한 분들은 충분히 이해하였으리라 생각한다.
급격한 사회의 진화와 더불어 점차 생산자와 수용자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구분 해체 현상(De-Differentiation)’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패션 영역의 증거현상은 패스트 패션 붐이나 글로벌 SPA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꼭 세기말적 불안감에 의해 확대 생산되었던 과거의 기형적 문화사조 산출물들처럼 비추어 지는 것도 대량생산 시대의 종말이 현실화 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쉬운 접근이 가능하리라 본다.
즉 컬처브랜딩에 대한 모호함은 이제까지 가장 화려하고 풍요로웠던 우상이 사라지려는 시점에서의 알 수 없는 공황상태라고 인식해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지금의 이 인식오류 현상을 단순히 풀어 본다면 과거와 현재의 마켓 플레이스는 동일하지만 플레이어는 현격하게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시점에 상품이라는 눈에 보이는 스탁(STOCK)이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매개체 (MEDIA)였다면, 지금은 위대한 천재 앨빈토플러가 예견한대로 생비자(Prosumer)에 의해 마켓 플레이스가 구성되는 시대로 이관하면서 스톡보다 더 강력한 다른 매개체를 필요로 하는 시대로 돌입하게 되었고 그 강력한 매개체의 DNA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자들에 의해 구성된 문화 유전자가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사실 앞에서 컬처브랜딩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
시작부터 언급하였지만 프로덕트 자체가 컬처 콘텐츠인 패션상품으로 구성된 패션 산업이지만 지금 이 시대엔 상품이 아닌 다른 매개체로 무게중심을 옮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우리들이 직면한 것이다.
지금의 시장에서 기존의 프로덕트 콘텐츠에서 출발하여 컬처브랜딩화 한 사례를 찾아보면 누구나 익히 잘 알고 미디어로 활용중인 정말로 쿨한 애플의 IPhone이나 IPad 혹은 닌텐도 WII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인 이 시대의 컬처미디어로 브랜딩한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 사회가 컬처 브랜딩에 대한 인식에서 얼마나 뒤져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는 저 높은 곳에 계시는 대통령님부터 KBS, MBC, 조중동 그리고 한겨레 신문까지 모든 미디어들과 관련 기업의 대표나 임직원들마저도 IPhone의 경쟁자는 Galaxy S이고 IPad의 경쟁자는 Galaxy Tab이라는 프로덕트 대 프로덕트의 구도 속에서 인식하고 사고한다는 슬픈 현실인 것이다.
우리 대통령께서 주무부처를 방문해서 ‘우린 닌텐도 같은 상품 만들 수 없는 가?’라고 주문하는 정말 코믹하면서도 슬픈 일화는 컬처브랜딩의 본질에 정말 접근하기 어려운 한계를 잘 설명해 준다.
아이폰이 브랜드일까? 스티브잡스가 브랜드일까?
지난 1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지병인 췌장암이 악화되어 다시 병가를 냈다는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 한 줄에 애플의 주가가 흔들렸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다시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고 잡스가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계속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컬처브랜딩이 시장에 미친 영향력을 확인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폰의 경쟁 구도가 갤럭시 에스라는 프로덕트 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면 개발의 주역이라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한다는 엄연한 사실은 애플의 미래에 대해 계속 비관적 판단으로 머무르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이폰이란 프로덕의 차별화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와 그 추종자들이 만들어낸 애플의 창조적 문화란 배경이었을 것이다.
애플이란 기업이 존재하고 지속가능성에서 시장의 긍정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프로덕트 때문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가 구축해 온 애플의 창조적 문화가 바탕이 되었다는 엄연한 사실 속에서 우리가 컬처브랜딩을 보는 시각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다 해도 애플의 창조적 문화를 이해하는 경영자가 준비되었다면 애플의 미래는 제2, 제3의 아이폰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시장의 인식 사례에서 보듯이 컬처브랜딩의 의미는 분명해 진다.
컬처 브랜딩! … 컬처 블렌딩?
분명한 것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한 프론티어들은 변혁기에 다른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고 이들에 의해서 인류의 역사가 바뀌어 나갔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스티브잡스란 아이콘이 있었기에 애플의 컬처브랜딩이 가능했다’란 분석도 틀리진 않다. 하지만 특별한 사람에 의해서만 컬처브랜딩이 구축되는 건 절대 아니다.
닌텐도의 WII는 해체되는 가족을 다시 복원시킨 위대한 산물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공한 콘텐츠이다. 하드웨어적 상품으로만 본다면 누구나 쉽게 복제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디지털 게임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픽이나 게임의 완성도로 비교한다면 소니의 PS3나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시리즈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의 프로덕트 퍼포먼스를 지니고 있다는 한계도 분명히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승자가 된 배경은 무엇일까?
역시 마찬가지로 컬처브랜딩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애플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게 집단 지성의 노력의 결과로 성공적 사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세상의 컬처 트렌드를 조사했고 철저하게 그 트렌드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분석했고 철저하게 그러한 분석의 결과를 상품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20여 년 전부터 미래 사회의 트렌드로 예측해 온 키덜트나 코쿠니즘이라던지, 퍼블릭 헬스, 로하스와 같은 주요한 시대의 문화적 동향을 반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디지털 게임이 갖는 가족과 집단의 해체라는 사회적 불안요소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담아 내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컬처브랜딩을 이룩해 내었다고 칭찬받아도 아깝지 않은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두 사례만 놓고 본다면 컬처브랜딩의 키는 컬처 블렌딩(Culture Blending)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애플은 내부의 컬처를 블렌딩해서 외부로 확산시켰고, 닌텐도는 외부의 컬처를 집약 블렌딩해서 내부 콘텐츠로 압축시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패션은 태생이 컬처다
패션산업의 일반적 인식은 패션을 컬렉션 디자이너 위주의 쇼 비즈니스로 인식하거나 산업 포화상태에서 다양한 시장 기호 조작 마케팅이 성행하는 산업으로 되어있지만, 이미 오래 전에 패션산업의 소비자들은 프로슈머의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이제까지의 관행적인 일방 제안과 공급으로는 컬처비즈 시대의 프로슈머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20세기의 자본주의 시대의 상품(STOCK)을 매개로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대는 이제 서서히 의미를 잃어버리고, 동시대 동일 공간 안에서 생활자의 시간을 사는(Buy the Time Killing) 시대로 가장 먼저 진입하고 있는 산업이 패션 산업이다.
프로덕트 콘텐츠와 관련해서 패션 산업은 이미 나올 것이 다 나온 산업이다. 21세기 디지털 사회에 진입하면서 봉건적 개념의 패션 산업들은 정말로 단 시간안에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을 요구하여,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도 계속 변화 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한 일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변혁기가 아니면 신분 이동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고금의 진리다.
한국사회 혹은 한국의 패션산업이 주변국의 위치에서 주도국의 위치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만들어 준다.
현재 세계 패션산업의 주도자들은 분명 인디텍스나 H&M, 유니크로 같은 기업들이고 이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지난 시대의 지배 논리인 대량생산에 의한 가격 경쟁력 비교 우위 유지라는 20세기적 관점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경쟁력이 가만히 놔두어도 소멸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 할 지 모르지만, 이들은 이미 흡인한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컬처 브랜딩을 지속 강화 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려해야 할 것이다.
인디텍스의 경우에도 「자라」라는 브랜드의 폭발력 뒤에는 지구환경을 걱정한다는 ‘Carbon Foot Print’ 인증과 같은 사회적 참여를 무기로 소비자와 동질시 하려는 정말 질긴 결합력을 지닌 컬처 브랜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니크로」도 글로벌화 하기 이전부터 Wieden+Kennedy 같은 회사나 사토카시오(佐藤可士和) 같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과 결합하여 UT Grand Prix나 UNIQLOCK같은 현재의 효율적인 콘텐츠를 개발 하는 등 분명 파괴력 강한 컬처 브랜딩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듯 패션 세계의 패자를 꿈꾸는 이들은 시장과의 강력한 소통을 위한 그들만의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패션업계가 해야 할 일도 무언가 명확해 지지 않을까?
한시적 마케팅이 아닌 소통의 컨텍스트로서의 컬처브랜딩 구축이 절대 시급한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이다.
전달과 수용, 그리고 반응
지금 시대의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이나 서비스의 질 그 자체보다 유, 무형의 제품이 담고 있는 동 시대 정신과 상품과 상품 관련자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소비하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컬처브랜딩을 마케팅 관점에서 다루어 낼 것이 아니라 기업과 시장이 공유하는 문화 접속을 통해서 차별화된 생존을 추구 하라고 하고 싶다.
문화는 특권층의 배타적 영역이 아니라 모든 일상의 실천방법에 대한 포괄적인 영역이다. ‘삶의 총체적인 방식(a whole way of life)’이라는 학술적 이해 속에서 일상성․ 평범성의 문제를 확대하고 친밀하게 만드는 노력을 통해 시장 구성원들 간에 ‘확장된 커뮤니케이션 체계(a system of extended communication)’를 구축하는 행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업 내부 안에서 먼저 전달(transmission)과 수용(reception) 그리고 반응(response)이 원할히 이루어지는 컬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업이 제품을 파는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기업이 소비자의 시간을 사기 위해서 과거의 물질이 아닌 다른 미디어를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분명히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바로 컬처비즈에서 다루는 보이는 실제에서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세상, 즉 새로운 패러다임의 실체를 확인한다는 점이 될 것이고 이런 상황 속에서 패션업체의 브랜딩에 있어 문화 코드의 활용은 단지 중요한 역할이 아니라 중심축으로 다루어 져야 할 것이다.
컬처 공감을 통해 공유한 쌍방향의 감성코드는 시장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미디어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컬처브랜딩은 이래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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