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양품은 1980년에 태어났다. 그 발상의 기본은 매우 싱겁다. 철저한 생산과정의 간소화, 소재의 선택, 포장의 간략화로 심플하고 낮은 가격의 상품을 만들어 냈다. 무인양품은 개성과 유행을 상품화 하지 않고 상표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무인양품은 지구 자원, 소비의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상품을 만들어 낸다.
소재는 품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버려진 물건을 선택하는가 하면, 제작공정은 소비자들의 생활을 충분히 고려한 후에 '있음으로 인해 구속받을 수 있는 요소' 들을 과감히 버린다. 반면에 제작 과정 중에 발생하는 버려졌던 제품 혹은 부품들을 모아 상품화 한다. 소재를 버려지는 것 없이 알뜰한 공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포장은 모든 장식적인 기교를 벗어 던졌다. 붉은 색채의 로고와 재생지의 느낌을 주는 종이 봉투, 상자를 활용하여 최소한으로 한다. 단순한 물건을 만들고 동시에 지구의 자원을 불필요하게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무인양품은 고객에게 ‘이 상품에는 매우 특별함이 있다’거나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식의 주장은 없다. 그러나 ‘이래서 좋다’라고 하는 이성적인 만족감을 고객에 전달한다.
‘하라 켄야’는 2001년부터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일본의 디자이너다. 그는 제품의 전반적인 디자인에 대한 자문과 광고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의 디자인을 관리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디자인 철학은 Emptiness. 무인양품은 “텅 빈 그릇에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지만 이것을 가치 없다고 보지 않고 무언가 들어갈 징조로 보는 창조성이 Emptiness에 힘을 부여한다”는 그의 말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대부분의 상품은 자연과 가까운 색상을 쓰되 화려한 디자인이 없고, 상품에는 한 가지 기능만을 담아 단순하다. 상품 위 브랜드의 이름이 찍힐 공간은 여전히 여백으로 남아 있다.
무인양품 마니아들은 상품만 생각해 본다면, 어떤 브랜드보다 단순하지만 거기에서 상품을 디자인한 ‘하라 켄야’와 닮은 감성과 철학을 느끼는 것이다. ‘하라 켄야’가 추구하는 극한의 소박함, 담백함, 창조성이 담긴 여백을 좋아하고 배우기 위해 무인양품을 사고 이에 열광하고 있다. 무인양품도 이를 알고 있기에 마니아들을 따라 일관성 있는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상품이 아니라 만든 이와 그들의 특별한 감성과 철학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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