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진 춘천 가는 기차 안. “노르웨이 숲을 아세요?”하고 우연히 앞에 앉아 그 책을 읽고 있는 여자에게 작업 거는 콘티로 만들어 졌던 걸리버 핸드폰 광고. 또 최근엔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책이 ‘1Q84’ 3권이 아닐까 싶다. 이 모두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스트셀러다. 그의 작품이 대중적 인기를 끄는 데에는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일반 독자들의 감상평은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생생한 묘사와 솔직한 표현” 등으로 모아진다. 등장 인물과 상황을 생생히 표현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상세한 묘사다.
이를 테면, 주인공이 주로 가는 장소, 입고 있는 옷, 사용하고 있는 액세서리 등등 그를 둘러 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노출시키고 세세한 설명까지 덧붙인다. 독자는 여기서 주인공의 정확한 소비 취향을 알게 되고 그의 정체성을 생생하게 전달받는다는 이야기다.
여기 A씨가 있다. A씨는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자 무인양품에서 산 베이지색 코튼 워셔블이불에서 빠져 나왔다. 냉장고 홈빠에서 에비앙 생수 한 잔을 마시고 일리(illy) 캔 커피 하나를 뜨겁게 데워 테이블에 앉았다. TV와 신문을 보지 않은 A씨는 ‘심해 동물’을 특집으로 다룬 이번 달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를 뒤적거리면서 오늘의 스케줄을 떠올려 봤다. 정신이 깨어나자 그는 서둘러 집을 나서야 했다. 브라운색 코듀로이 말로보클래식 재킷을 걸치고 가슴 안주머니에 지난 여름 출장 중 스페인 마드리드 빈티지숍에서 건진 ‘지포’ 라이터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그의 신발장에는 절반 이상이 ‘탐스’ 슈즈가 차지하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지 그는 ‘탐스’를 신어야 가장 편안한 느낌을 갖는다. 오늘의 첫 스케줄은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의 캐주얼한 미팅이다. 날씨도 그의 특별한 애마인 ‘할리데이비슨’ 로드스터를 타고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길을 나서자 그의 얼굴에 햇살이 사선으로 떨어진다. 기분 좋을 정도의 눈부심이 일었다.
A씨의 아침에 함께 한 몇몇 브랜드. 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굳이 세세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인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만큼 이들 브랜드들은 컬처라이징을 통해서 이미 브랜딩이 꽤 진행된 상태이다. 새로울 것은 크게 없다. 단지 그 컬처라이징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혹 놓친 것은 없는지”하는 의미에서 6개 브랜드의 사례를 모아 봤다. 또 A씨가 어떤 사람인지도 좀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조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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