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 1위를 넘어 아시아 시장까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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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오전 11:46:23



화장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위치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수입 브랜드가 범람하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로서 매출 1위 자리를 고수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2009년에는 「샤넬」을 밀어내고 당당히 백화점 화장품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해마다 연매출을 경신하며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설화수」에게 이제 한국 시장은 비좁아 보인다. 미국 뉴욕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의 입점을 비롯해 올 3월부터는 중국에 매장을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서기로 한 것.

아줌마용 화장품으로 인식되던 「설화수」가 어느새 20~30대 여성으로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이제는 해외 시장으로까지 그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설화수」는 ‘한국의 것이 아름답다’는 일관된 신념과 지속적인 전통 문화 후원 활동을 펼치며 고급 한방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수입 브랜드를 제치고 몇 년 동안 국내 화장품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는 「설화수」의 저력,그것은 바로 창업 스토리로부터 뻗어 나온 컬처 브랜딩의 결과다.

창업주로부터 이어오는 아름다움의 가치
“엄마가 받은 설화수 샘플을 몰래 써봤는데 피부에 착착 감기는 게 너무 좋아요!”
“생신 선물로 설화수 세트 사드렸는데 엄마보다 제가 더 많이 써요!”
모 포털 사이트 화장품 커뮤니티에서 「설화수」를 검색하자 이런 댓글들이 페이지를 넘기며 줄을 잇는다. 흔히 ‘아줌마 전용’이라고 여겨졌던 「설화수」가 까다로운 2030 여성들의 입맛까지 만족시키며 화장품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1930년대로 시계를 되돌려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故 서성환 회장은 황해도 개성 출신으로 유명하다. 서 회장의 어머니 윤독정 여사는 1930년대부터 개성의 특산물인 인삼을 원료로 동백오일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한다. 서 회장은 이를 이어받아 1945년 ‘태평양상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의 포문을 열었는데, 설화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이수진 과장은 “이때를 아모레퍼시픽의 시초”라고 얘기한다.

“1945년부터 서 회장님이 가지고 있었던 신념은 현재 설화수의 모든 가치를 아우르는 기본 근간이다. 인삼뿐 아니라 동백, 소나무, 매화 등 한국 산천에서 자라는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서 회장님은 어떻게 하면 우리 땅의 원료를 화장품에 적용할 수 있을 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현 서경배 대표의 마인드도 창업자의 그것과 일맥상통한다.
“수천년 전 실크로드를 통해 전파된 동방의 차(茶)는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가 장수 비결로 삼을 정도로 고급 귀족문화의 하나로 유럽 전역에 널리 퍼졌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정한 럭셔리는 아시아에 있다’는 게 서 대표님의 생각이자 「설화수」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때문에 「설화수」는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한국 전통 문화에서 찾는다”고 이 과장은 말한다. 형형색색의 색깔로 겉모습을 치장하는 화장이 아니라 오랫동안 가꾼 내면과 외면의 조화로움이야말로 「설화수」가 생각하는 진정한 미인(美人)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예부터 우리네 여자들은 과한 몸치장을 하지 않았다. 정갈하게 내면을 가꿔서 그것이 은은하게 겉으로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다. 「설화수」는 이러한 기존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화가인’이라는 여인상을 설정하고 과거의 아름다움을 제품화해서 보여준다.”

이 과장은 또 “「설화수」의 태생 자체가 과거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전통문화에 대한 연구와 지원활동은 당연한 것”이라며 전통 문화 지킴이로서의 「설화수」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화 메세나로서의 입지를 강조한다
2003년 ‘설화클럽’이라는 문화계 모임을 만들면서부터 「설화수」의 전통 문화 지킴 활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작가 배병우,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를 비롯한 총 41명의 예술인이 활동했던 ‘설화클럽’은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를 살리는 데 앞장섰다. 2006년부터는 ‘설화문화의 밤’이라는 자선행사를 열고 작품 경매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으로 문화재 복원에 힘쓰는 등 「설화수」는 지속적으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설화문화의 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지만 좀 더 많은 작가를 후원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서 2009년부터 ‘설화문화전’으로 이름을 바꾸고 완전한 전시회 형태를 갖췄다. 작가들은 주로 혼자 작업을 하기 때문에 다소 폐쇄적인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전시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작품활동 하는데 더 힘이 실릴 거라는 판단에서다.

‘설화문화전’에 참여한 작가는 이제 막 예술계에 입문한 신진작가와 유명 현대작가, 그리고 평생을 전통공예에 바쳐 온 장인들로 구성되었다. “각각의 작가들을 섭외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서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전통공예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이 과장은 설명했다.

“30년 동안 대나무 발을 만들어 온 염장(簾匠) 조대용 선생과 고급 한지공예를 하는 장성우 현대작가의 만남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한지로 만든 발’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계승자가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중요무형문화재의 맥을 이어가는 것. 또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설화수」가 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 12월 인사동에서 열린 ‘설레임展’ 후원은 한국 전통 문화를 후원하는 문화 메세나로서 「설화수」의 입지를 강화한 계기였다. 북촌의 한옥 주거지를 홍보하는 예술가 모임 ‘북촌가게’가 주최하는 ‘설레임展’은 채화칠장에서부터 도예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3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 중 10명의 작가는 설화수의 로고, 패턴, 용기를 형상화한 제품을 제작했고, 특히 설치미술가 박선기는 설화수 용기 1000개로 만든 대형 샹들리에 조형물로 화제를 모았다.

“뜻 깊은 것은 ‘북촌가게’ 예술인들이 먼저 우리 쪽에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 전통 문화를 탐구하고 후원해 온 「설화수」의 철학이 예술인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매개가 된 것 같아 기뻤다. 「설화수」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도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것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



한지형 기자
strong7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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