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패션쇼까지 한국 베이커리 문화를 선도하는 파리바게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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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오전 11:21:00



오늘날의 파리바게뜨를 있게 한 것은 발 빠르게 시대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브랜딩에 적절하게 적용시켰다는 사실이다. 국내 베이커리업계에 처음으로 카페라는 콘셉을 도입해 일찌감치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했고, 고객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SPC그룹 내 다른 브랜드인 파리크라상이 레스토랑 콘셉트를 접목시켜 「파리크라상 키친」을 선보이고 프리미엄 디저트 갤러리를 표방한 「패션5」까지 등장함으로써 앞으로 파리바게뜨가 보여줄 베이커리 문화는 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프리미엄 버전 「패션5」
지난 18일, 최근 잇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패션5(Passion5)」를 찾아가는 길은 유난히도 추웠다. SPC그룹에서 운영하는 「패션5」는 한남동 꼼데가르송길에 위치한 명품 디저트 갤러리다. 꼼데가르송길은 제2의 가로수길로 불리며 소위 ‘잘나가는’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급부상 중인 핫 스팟.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내려 삼성 리움 미술관 쪽으로 가면 맞은편에 번쩍거리는 검은색 건물이 하나 있다. 외관만 봐서는 카페인지 미술관인지 헷갈릴 정도다. 건물 정중앙에 있는 입구로 가까이 가보니 양쪽으로 출입문이 있다. 내 키보다 훨씬 큰 왼쪽 문을 밀고 들어가니 바로 1층에 「패션5」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젤라또 아이스크림 코너. 냉장 쇼케이스 안에서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을 보니 조금 전까지 바깥의 추위에 떨다 들어왔다는 사실도 잊을 만큼 한 입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군침 도는 아이스크림 코너를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패션5」가 자랑하는 디저트가 말 그대로 갤러리처럼 펼쳐져 있었다. 크로와상에서부터 마카롱, 케이크, 푸딩까지 정통 유럽 스타일 디저트로 가득했다. 진열대 뒤편으로는 부엌이 노출되어 있어 제빵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빵을 만드는 모습이 보였다.

먹음직스러운 빵들을 쳐다보며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장밋빛 인생’이라는 이름의 딸기맛 마카롱 케이크에 시선이 멈췄다. 꼭대기에 진짜 장미꽃송이와 금가루를 올려 먹기가 아까울 것 같았지만 순전히 예쁘다는 이유로 케이크와 함께 「패션5」의 베스트셀러인 푸딩을 골랐다. “2층으로 가면 먹고 가실 수 있습니다.” 주문한 디저트를 접시에 받아 들고 2층에 있는 레스토랑 ‘라뜰리에(L’atelier)’로 올라갔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느라 레스토랑 안이 분주했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복숭아 향이 난다는 따뜻한 녹차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에 가봤는데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클림트의 그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부인’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보니 1cm크기의 정사각형 타일을 붙여 만들어 놓았다. 평소 ‘화장실에도 그림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클림트의 그림이 있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다가 올려다 본 거울 전체 모양이 손거울을 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인 것도 독특했다.

다시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값비싼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온통 자식 얘기에 수다가 멈출 줄 모르는 아주머니들, ‘케이크가 너무 예뻐!’라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하는 여자친구를 귀엽다는 듯 쳐다보는 남자, 성질 나쁜 상사 때문에 힘들다는 회사 동료들. 저마다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달라도 달달한 케이크를 먹은 후 나가는 얼굴은 모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은 “집에 가면 오늘 먹었던 케이크 또 생각날 것 같아! 들어가는 길에 집 앞에 파리바게뜨에 들려야겠어.”라고 말했다.

「패션5」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비싸지만 예쁘고 맛있다’였다. 그리고 너무도 당연하게 바로 이어지는 생각은 ‘동네 파리바게뜨에도 오늘 먹었던 거랑 비슷한 게 있겠지?’였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너무나도 예쁜 케이크를 먹으며 느꼈던 기분을 다시 경험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빵이 아닌 경험을 판다
이렇듯 「패션5」에서의 경험을 「파리바게뜨」를 통해 보다 대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파리바게뜨는 경험을 파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파리바게뜨」가 베이커리업계 1위로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바로 이런 체험(experience)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의 체험 마케팅 중 가장 성공적이라 할만한 것은 빵집에 카페 문화를 접목시킨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스타벅스, 커피빈 등 해외 커피 전문점이 늘어나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공부를 하는 20대 여성들이 새로운 유망 소비자층으로 떠올랐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좋은 빵이나 간단한 디저트에 대한 수요 역시 점점 커지자 「파리바게뜨」는 2003년에 「파리바게뜨 카페」를 탄생시켰다. 이제 고객들은 「파리바게뜨」에서 오래 머무르면서 빵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리바게뜨 카페」는 주요 타깃 고객을 20~30대 젊은 여성으로 설정하고 ‘도시의 시크한 유럽풍 베이커리’를 메인 콘셉으로 잡았다. 로고 디자인에서부터 인테리어, 메뉴 구성, 광고 이미지 등 모든 요소들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먼저 차가운 파란색을 이용해 BI부터 시크한 느낌으로 변화를 주었다. 인테리어 역시 바닥과 외벽을 콘크리트로 처리해 도시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스테인레스 스틸과 하얀 대리석이 조합된 진열대와 조도를 높인 케이크 쇼케이스까지 「파리바게뜨 카페」는 지금까지 베이커리 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카페형 베이커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뉴요커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브런치 문화가 국내에도 점점 자리잡기 시작하자 「파리바게뜨 카페」에서는 아예 브런치 세트메뉴를 만들었다. 휴일 늦은 아침 이태원이나 가로수길로 브런치를 먹으러 가던 사람들은 이제 집 근처 「파리바게뜨 카페」에서도 맛있는 브런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나타낸다. ‘노릇노릇 베이글 토스트 세트’, ‘챔피언스 팬케익’ 등 재미있는 이름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했다.

최근에는 더욱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체험 마케팅으로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2009년 9월 「파리바게뜨」는 집에서도 브런치를 즐기기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신제품 ‘에브리데이 브런치 식빵’을 선보였다. 출시 기념 행사로 고객들을 초청하여 개최한 ‘브런치 파티’는 신제품을 이용해 직접 브런치를 만들어 보게 함으로써 보다 공격적인 체험 마케팅의 한 방법이 됐다.

지난해 12월 5일 파리바게뜨 카페 강남본점에서 열렸던 ‘Christmas in Paris’는 「파리바게뜨 카페」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찍게 만드는 이벤트였다. ‘Christmas in Paris’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출시된 케이크 26종 중 8가지를 골라 패션쇼와 접목시켜 일종의 쇼케이스를 선보인 것. ‘너에게로 스노우맨’, ‘못말리는 진저맨의 메리크리스마스’, ‘너에게로 주고 싶은 세가지 초코선물’ 등 독특한 네이밍과 마치 장인이 만든 값비싼 인형의 집을 보는 듯한 입체적 케이크 디자인은 이벤트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행사 마지막 순서로는 ‘케이크 패션쇼’를 마련해 지금까지 베이커리 매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경험을 선사했다. 한 손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든 패션 모델들이 카페 안을 런웨이 삼아 워킹하는 장면은 베이커리와 패션이 어우러진 색다른 시도였다.



한지형 기자
strong7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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