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시장 도전한 국내 대표 디자이너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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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1 오후 5:58:13

“뉴요커 문화 감성 꿰뚫어 현지화 성공”
김석원·윤원정 「앤디앤뎁」 디자이너

이름만으로 존재감을 주는 디자이너가 있다. 올해로 론칭 11년차를 맞는 「앤디앤뎁」의 김석원, 윤원정 디자이너가 그러하다. 한 층을 더 확장한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윤원정 디자이너는 그들의 옷과 같이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세계 4대 컬렉션 모두를 경험한 디자이너의 기운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일이었다.

1999년 론칭한 「앤디앤뎁」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를 졸업한 부부 디자이너 김석원, 윤원정이 시작한 브랜드다. 2008년 9월 뉴욕에 진출했고, 현지화된 글로벌 마인드로 프레스와 바이어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후 뉴욕 컬렉션은 매 시즌 진행한다. 2009년 코리아패션대상 지경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문광부에서 주관하는 콘셉 코리아에 참여하고 있다.

윤원정 이사는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적 배경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전체적인 방향을 조절하려면 언어는 필수적인 것이다”며 “이방인의 모습을 버리고 역으로 그들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한국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디자이너였지만 뉴욕에서는 신인 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청량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뉴욕에서의 쇼는 긴장의 연속이다. 옷을 운송하는 시간, 모델 섭외, 후반 작업 등을 고려하면 10일 이전에는 의상을 완성해야 한다. 하루 전에도 의상을 수정할 수 있는 서울컬렉션과 달리 사전에 완벽한 작업을 끝내야 한다는 것. 특히 각 도시의 컬렉션 일정에 따라 이동하는 모델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쇼 일주일 전부터는 ‘초조함’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난 2008년 2월 F/W 쇼룸을 오픈 했을 때 호의적 반응을 얻었고, 이후 컬렉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현재 뉴욕 비즈니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단독 쇼룸 오픈도 고려하고 있다.

2000년부터 서울패션위크에서 쇼를 선보여왔고, 남성복으로는 3번 참여했다. 윤 디자이너는 “서울컬렉션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남성복 론칭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남성복 시장이 각광받는 상황에서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성 컬렉션을 진행해오면서 의상 협찬, 잡지 촬영 등에는 다수 사용되었지만 판매처가 없어 고객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남성 브랜드의 론칭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백화점 조닝 정도는 명확히 정해놓고 있었다.

「앤디앤뎁」의 콘셉을 간략하게 정의하면 ‘로맨틱 미니멀리즘’이다. 두 명의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만큼 서로의 개성을 증대하거나 수정, 보완하는 역할이 계속된다. 김석원 디자이너가 미니멀리즘이 강하다면 윤원정 디자이너는 컬러, 재질감, 디테일 등을 담당한다.

윤 디자이너는 “성장 과정에서 놓쳤던 부분을 되짚어 보면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외 비즈니스 전략, 남성복 론칭, 여성 컨템포러리 라인 진출 등 모두 멀지 않은 미래에 구체화될 계획들이다’고 밝혔다.





“대한민국패션대전 런던 유학한 실력파”
배승연·정혁서 「스티브J & 요니P」 디자이너

“대한민국패션대전은 오래 전 기억이지만 학생 때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고, 열 번 실패하더라도 한 번의 성공을 위해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최근 가장 핫한 디자이너 브랜드 꼽으라면 단연 「스티브J&요니P」다. 인터뷰 전날에도 가수 보아가 직접 한남동 작업실을 찾아 옷을 구매해 갔고 지난 연말에는 노홍철과 함께 ‘캐릭터스’라는 이름으로 TV홈쇼핑에서 대박을 치기도 했다. 「스티브J&요니P」는 정혁서, 배승연 부부가 이끌고 있는 브랜드로 런던에서 브랜드를 론칭했으며,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두 디자이너는 센트럴 세이트 마틴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들의 행적을 쫓다보면 대한민국패션대전에서 입상한 경력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많은 상금은 아니지만 그들이 영국 유학을 떠나는데 심적, 물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두 디자이너는 영국에서 브랜드를 론칭하고, 「탑샵」 등에 입점하게 되면서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연이어 수상하면서 런던 컬렉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혁서 디자이너는 “배승연 디자이너의 도움으로 대한민국패션대전에서 수상할 수 있었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가질 수 있었다”며 “지난해 국내로 돌아와 서울컬렉션 등에 참가하는 이유는 받은 만큼 국내 패션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서울컬렉션에는 해외 초청 브랜드, PT쇼로 2번 참가했다. 두 디자이너는 메인 무대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PT쇼를 선호한다. 조형물, 미술, 음악 등 컬렉션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두 디자이너가 기획하고, 소품들은 직접 제작한다.

다음 서울컬렉션은 PT쇼와 메인 무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브랜드 감성을 표현하기 위한 공간으로는 작은 쇼장이 좋지만, 팬들에게 보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눈 앞에는 해외 컬렉션, 콘셉 코리아 등의 일정도 잡혀있다.

쇼 이외에도 콜래보레이션, 방송출연 등의 스케줄도 빡빡하다. 지난해에는 신세계백화점 블루핏과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골프웨어 「먼싱웨어」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주에 한번씩 촬영하는 방송은 한국 시장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배승연 디자이너는 “스티브J&요니P를 대중적으로 알리는데 방송이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며 “방송을 준비하면서 트렌드, 시장 흐름 등을 공부 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 적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두 디자이너는 패션 시장의 유통과 판매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이 명품 이상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유통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국내보다 해외 편집숍에 더 많이 입점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패션시장의 성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정 디자이너는 “인디 브랜드가 살 길을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인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 있는 매장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파리 무대는 ‘크리에이터’로 접근해야”
문영희 「Moon Young Hee」 디자이너

“디자이너가 아니라 크리에이터(creator)가 되길 원했다. 내가 컬렉션에 올린 옷이 그 시즌의 트렌드를 생산해내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재생산해 내길 원했다. 96년 파리컬렉션을 시작하고 곧 IMF 를 겪었다. 유로화가 두 배 반이나 올라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물론 컬렉션을 떠나는 디자이너들을 보며 외로웠다. 디자이너가 아닌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하는 열망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이제 파리컬렉션 진출 15년 차, 국내 디자이너들 중 가장 오랜 동안 파리컬렉션을 이어온 문영희 디자이너. 화장기 없는 얼굴과 검은 단말머리가 인상적인 그녀는 3월 초 파리컬렉션을 코앞에 두고 있다.

“왜 파리였을까? 가장 아티스틱한 감성이 살아있고 크리에이티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밀라노, 뉴욕, 파리를 무대로 문영희를 알린 지금에서야 둘러볼 여유가 생기는 무대지만 당시만해도 오로지 파리였다. 나는 이미 70년대 여행을 통해 파리의 이국적인 감성과 스타일에 흠뻑 취해 있었고 그 무렵 유명했던 파리 유명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견주고 싶었다.”

문 디자이너는 “파리컬렉션에서 입지를 굳히는 것이 어느 컬렉션보다 치열하고 혹독하지만 오히려 ‘힘들다’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84년부터 파리전시회를 참가하기 시작해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해외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컬렉션에 나가보자라고 결심한 것은 사실 88년. 8년이나 늦어진 96년에 나오게 된 것은 아내와 어머니로써의 삶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외아들에게 시집 온 며느리였다. 가슴에 욕망의 불을 안고 있었지만 내 도리는 다하고 싶었다. 준비를 좀 더 철저하게 한 셈으로 여겼다. 남편과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겠다’라고 생각한 시점에 컬렉션을 시작했다. 늦어진 만큼 더 열심이었다.”

프랑스는 패션이 예술에 중심에 있다. 아직까지 패션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문 디자이너의 생각.

“프랑스는 프레스부터 패션 전문 기자로 입문하면 계속 패션쪽 기자로 남는다. 국내는 산업, 정치, 경제 기자로 몇 년마다 부서를 옮기지 않나. 아쉽다. 또 바이어나 고객 역시 패션을 ‘사기 위한’ 이 아니라 ‘감동 받는’ 것으로 이해한다.”

문 디자이너는 처음 컬렉션을 진출했던 96년 프레스와 바이어로부터 받았던 평가를 잊지 못한다
“철학과 히스토리가 있는 옷”. 그녀가 만들고자 했던 옷을 그대로 이해해주고 피드백을 준다는 것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던 것.

“나는 매 시즌 컬렉션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동시에 차기시즌 컬렉션을 함께 생각한다.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인드와 자기 아이덴티티가 없으면 해외 무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내가 선보이는 옷은 내 안에 녹아있는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현대화, 단순화 시키느냐에 초점을 둔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조’다. 일단 내 중심을 가지되 한 해에 두 번씩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시즌마다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을 재해석해 표현해낸다.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컬렉션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영희 디자이너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트렌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홍보, 비즈니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컬렉션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창조성이 중요하다는 것.

최근 들어 예년보다 늘어나고 있는 정부의 해외 진출 디자이너 지원 사업에 대해 무척 고무적이라고 평하는 문영희 디자이너는 “여러 디자이너들에게 폭넓은 지원을 하는 것도 좋지만 비전이 있는 유력 디자이너에게 꾸준히 지원해 ‘세계적인 한국 대표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0년대 일본이 요지 야마모토를 키워내고 최근 터키 정부가 후세인 샬라얀을 키워냈듯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출한 디자이너를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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