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격적인 모양
만화 같은 모양들이 일상생활 깊숙한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스페인은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어느 곳인 것처럼 보인다. 미국 건축가의 작품이긴 하지만 빌바오를 단박에 세계적인 도시로 만든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경우 건물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덕목들을 모두 벗어나 있다.
자유롭게 3차원으로 휘어진 벽면들은 건물을 구성하는 구조물이라기보다는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 바람을 잔뜩 머금고 있는 모양이다. 어디가 벽면이고 어디가 지붕인지 모를 황당한 모양들도 지구상에 세워진 건물의 자태를 아주 많이 넘어서 버리고 있다.
이건 건물이라고 하기 보다는 차라리 지구에 잠시 내려앉아 있는 유 에프 오(UFO)라 할 만 하다. 스페인이 아니었다면 어느 곳에도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 아파트라고 가우디가 설계한 까사미아(Casa Mila)의 옥상 같은 경우에는 정말 외계인(?)이 조각되어 있다.
하지만 이건 약과다. 가우디의 대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성 가족 성당 같은 건물은 아예 외계인, 정확히(?)는 화성인이 직접 강림하사 지구인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화성을 한 번도 안 갔다 왔을 지라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모양이 아닐까 싶다.
이런 황당하기까지 한 건물의 모양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 보면 또 하나의 몹시 독특한 효과들을 접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색’이다.
색깔로 드러나는 스페인의 기상
성 가족 성당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 건물이 희한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성당이라는 사실을 길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통해 알 수 있다. 여느 유럽의 성당처럼 이 건물도 화려한 색깔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 창 밖으로 들어오는 빛의 색깔이 약간 다를 뿐이다.
일반적인 유럽 성당들의 스테인드 글라스들도 화려한 색깔을 뽐내지만 이 성당의 색깔은 좀 별다른 구석이 있다. 붉은 색이 좀 강하고 색감이 좀 진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구엘 공원의 아이콘이라고 할 만한 도마뱀 조각이나 그 밖의 장식들을 보면 모양도 모양이지만 색상 또한 독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국적인 모양 못지 않게 원색에 가까운 색상들이 빚어내는 이미지는 화려함을 넘어서서 뜨겁고 격정적이다. 스페인을 상징하는 열정의 대부분은 이런 색깔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스페인 사람들의 패션에서도 어김없이 이런 뜨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의 옷차림새가 스페인 특유의 장식과 색상에 전혀 눌리지 않는다.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더라도 뜨겁고 강한 색상들로 점철되어 있다. 스페인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스페인적인 인상을 가지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이런 색깔들이 만들어 낸다.
옷차림 뿐만이 아니다. 잠시만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독특하고 강한 색상들이 일상생활 속에 버젓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된 허름한 가게이지만 가게 앞을 치장하고 있는 색상들은 그런 허름함을 한참이나 뒤로 물리치고 있다. 얼핏 보면 녹색이나 연두색에 가까운 평범한 색인 것 같지만 형광 빛을 머금은 강한 색이다. 특수한 기능성을 위한 것이 아닌 이상은 일상생활 속에는 너무 튀어서 잘 도입하고 있지 않은 색이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눈을 후벼 파고 들어오는 이런 색들이 일상사 속을 주저 없이 차지하고 있다.
쇼윈도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이미지들 역시 강렬함 일색이다. 형광 빛이 아니더라도 마젠타 계열의 색들은 형광 빛에 육박하는 강렬함을 머금고 있다.
꼭 그렇게 눈에 띄는 강렬함을 가진 색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스페인에서는 색의 대비를 통해 그런 강렬함을 여전히 머금고 있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어떤 식이든 스페인에서는 색의 강렬함을 잃지 않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반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강렬한 색상을 가진 스페인의 거리 패션
파란색을 주조로 하는 원피스라 할 지라도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꽃들의 색들은 파란색들과 강렬하게 부딪히는 보색계통의 색들을 가지고 있다. 꽃의 모양도 화려하고 이국적이지만, 그래서 스페인 특유의 뜨거운 인상을 풍기고 있다.
빨간색 꽃 봉오리에 밝은 파란색 꽃잎의 부딪힘 또한 뜨거움을 고조시킨다. 스페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색이라 하겠다.
얼핏 보아서 차분하고 두드러지지 않은 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스페인 특유의 뜨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세로 줄무늬에 들어간 색들이 붉은색을 주조로 하고 있고, 밝고 어두운 색들로 강하게 부딪히기 때문에 그런 뜨거움이 연출되고 있다. 어떤 이유가 되었던 스페인적인 느낌이 강하다.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이루어진 스페인의 국기로 대변되는 스페인의 국가 이미지 또한 스페인의 그런 색감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찌보면 담담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색인 것 같지만, 놰쇠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를 머금은 빨간색과 진한 노란색의 어울림은 스페인적이라는 느낌을 두말 없이 잘 표현하고 있다.
이런 스페인의 강렬한 색상은 결국 뒤를 받쳐주는 녹색의 자연이 있을 때 더욱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뜻한 계통의 색들이 어둡고 진한 녹색을 바탕으로 했을 때 가장 눈에 띄면서도 눈을 피로하게 발산하지 않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처럼 스페인의 뜨거운 화려함은 자연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식지 않은 열정과 매력을 발산하면서 우리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것인가 싶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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