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함을 뒤집는 ‘반전의 미학’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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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이 바라본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 ⑳-미우치아 프라다 2

2011-01-18 오전 10:53:46



낯설고 실험적인 옷

2011년 봄/여름 프라다의 컬렉션은 화려한 문양과 색의 옷들이 점령했다. 선명한 주황색, 파랑색, 초록색 등으로 물든 런웨이는 기존의 얌전하고 조금은 엄숙했던 프라다 컬렉션과는 완연히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사진 ①의 옷은 어깨와 소매를 장식한 형광 연두색과 노란색이 화려하게 섞인 곡선적인 무늬와 검정색과 초록색의 줄무늬가 배 부분에 대비되며 들어가 있다. 자세히 보면 어깨엔 원숭이가 있고 나뭇잎 무늬의 치마까지 상, 하의가 초록 계열의 색과 현란한 문양으로 도배되어 있다. 과연 이것이 일하는 현대여성을 위한 지적인 옷이라는 평을 듣는 프라다의 옷인가 의문이 들 정도다.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면 벙벙한 실루엣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깨와 소매, 허리의 품이 넉넉하여 몸의 실루엣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확실히 여성의 몸매를 드러내어 섹시함을 강조하는 옷이 아니다. 게다가 네크라인은 짧은 V라인이며 치마단도 무릎 바로 위까지 와서 움직이면서 아슬아슬하게 속이 보일까 걱정할 필요도 없겠다.

보여 지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여성을 배려한 옷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저 화려한 무늬와 색은 여전히 눈에 낯설다. 프라다에 대한 기존 이미지가 이랬던가. 전 시즌 컬렉션을 살펴보자. 

지난주에 소개했던 숙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컬렉션이다. 전체적으로 저명도의 의상들로 색상은 어둡지만 깜찍한 프릴 장식과 새로운 형태의 액세서리로 산뜻한 느낌을 준다. 

사진 ②의 모델은 강렬한 눈매의 안경테가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갈색 톤으로 색상의 강약 조절이 잘 된 의상과 액세서리가 차분하고 얌전한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새로운 스타일의 스타킹과 니트와 모피가 잘 어우러진 칼라의 조화 등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간 미우치아 프라다의 미적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보통은 프라다 컬렉션에서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미를 기대하지만 그 해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이건 또 뭔가 싶은 컬렉션을 선보였었다.    

여름날의 해변 풍경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프린트의 의상, 단 처리가 되지 않아 실밥이 풀려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함, 초현실적인 컬렉션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야기된다. 

2009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어땠나. 갈색과 빨강, 황토색이 주류였던 이 컬렉션에서는 부스스한 머리의 모델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를 신고 다리가 푹푹 빠지는 늪을 걸을 듯 우울한 표정이다. 사진 ④의 옷은 상의의 긴 니트가 짧은 바지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허리 벨트와 장화도 가죽 끈으로 연결돼 있어 가죽 부츠가 내려가지 않도록 잡아주고 있다. 상의와 하의, 부츠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독특한 구성이다. 

이렇게 독특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프라다를 관통하는 정체성은 무엇일까. 보통 프라다하면 ‘단순하고 소박하며, 소박하고 단순하다’라는 패션 철학으로 설명되곤 한다. 심플함과 절제의 대명사 프라다와 전반적으로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이 대세이던 1990년대 컬렉션은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처럼 우선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맞물려 발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프라다를 형용하는 말에는 ‘지적인’ 이라는 표현도 많다. 섹시함의 본질은 노출을 통해 보여 지는 것이 아니라 지성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 미우치아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라다를 입는 여성은 지적이며 자의식이 강하면서 매력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2000년은 어느새 10년이 지난 지금 프라다의 컬렉션을 보면 프라다에 관한 이러한 설명들이 잘 들어맞는 것인가 반문하게 된다. 치렁치렁한 디테일이 없는 컬렉션은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일하는 여성을 위한 실용적인 옷인가 하는 데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패션 평론가 프란카 소차니의 설명이 미우치아 프라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미우치아 스타일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때는 그녀가 올바른 취향과 수준 높은 감각을 내동댕이치고 부적절한 취향을 선택하는 순간이에요.”라고 했다. 말하자면 미우치아는 다른 사람들이 거부하는 것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처음엔 미우치아의 미적 감각을 낯설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따분하고 지겨운 규칙을 뒤집는 반전의 미학에 열광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2009년의 봄/여름 컬렉션처럼 가슴이 환히 드러나는 브래지어를 상의로 선보인 프라다의 컬렉션도 노출을 통해 섹시함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상체가 거의 드러난 야한 옷이겠지만 그 아래에는 새로움에 대한 실험의 연속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옷 표면에 드러난 디자인만으로 프라다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항상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즐기는 프라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은 본능적으로 몸과 마음의 안정감을 추구한다. 평온한 상태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새로운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거부되는 것이 대중의 심리다. 프라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프라다는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실용적인 가방과 구두
미우치아 프라다는 새로운 시도가 받아들여지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용하기 편하고 실용적인 제품은 언젠가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의 컬렉션을 보면 그러한 생각이 이중적인 체제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인다. 즉 새로운 시도는 실험적인 옷으로 하여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실제적인 매출은 실용적인 가방과 구두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개성 강한 옷에 가려졌지만 앞의 사진의 모델들은 모두 가방을 들고 있다. 색채와 형태가 실험적인 옷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도 실용적인 모습이다. 구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프라다에서 가방과 구두가 차지하는 매출의 비중은 60% 가까이 된다. 런웨이의 실험적인 옷은 바로 사서 입기엔 부담스럽지만 가방과 구두는 바로 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사실 액세서리를 빼놓고 브랜드 프라다를 얘기할 수 없다. 프라다는 가방에서 시작 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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