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한 스페인 패션
스페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뜨겁고 관능적인 화려함이 떠오른다. 문화적 선입견이란 자칫 한 나라의 인상을 이렇게 단순한 몇 개의 이미지로 단촐하게 만들어 버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스페인의 길거리만 걸어봐도 이것이 비단 투우나 플라맹고와 같은 몇 개의 문화적 아이템으로부터만 추출된 선입견은 아니란 것을 쉽게 알게 된다.
스페인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일반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우리는 스페인 특유의 어떤 뜨겁고 화려한 문화적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얼핏 보면 스페인 사람들의 옷차림새는 이탈리아의 파워풀한 컬러 감각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화려함을 넘어서서 무언가 진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감각과는 좀 달라 보인다.
특히 스페인의 이국적인 길거리 풍광과 더불어 사람들의 옷차림새들을 살펴보면 스페인 특유의 독특한 미감을 살펴볼 수 있다.
열대를 연상케 하면서도 서양의 고전주의가 묘하게 변형된 듯 한 건물들의 모습과 그 속에서 왔다 갔다하는 사람들의 화려한 옷차림새들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시 스페인 문화를 좀 전체적으로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즈니 랜드 같은 스페인 문화! 그리이스나 로마 혹은 르네상스의 고전주의적 전통에 익숙한 눈으로 스페인을 바라보면 매우 당혹해 질 수가 있다. 스페인을 점거(?)하고 있는 오래된 건물들의 외양들은 대체로 우리의 두뇌 속에 녹아있는 엄격하고 정리된 모습과는 꾀나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에서도 만만치 않은 외양으로 손꼽히는 가우디의 건물들이긴 하지만, 구엘공원이나 까사미아와 같은 건물들의 모습들은 우리가 배운 고딕이나 바로크, 르네상스와 같은 양식의 범주 어디에도 끼워 넣을 수 없는 모양이다.
80년 대부터 유행했던 포스트 모던 건축에 비해도 너무나 파격적이고 생소하다. 하지만 이런 건물들이 만들어진 것은 19세기. 좀 더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건물들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이런 건물들을 보면 실지로 사람이 사는 집이라기 보다는 디즈니랜드와 같은 특수한 용도를 위해 만들어진 세트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이런 집들에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가우디가 설계한 까사미아와 같은 건물은 많은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니 그 파격성은 지금과 비교해도 대단하다. 아무튼 스페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서양문화의 특징과는 많이 다르다. 이런 스페인의 문화적 특징은 ‘이국성’이라는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
서유럽의 고전주의적 문화에 비해 스페인은 매우 이국적인 특징이 강한데, 그것은 다 알다시피 유럽에서는 유일하게 아랍에 의해 지배되었던 스페인 역사에 기인한 바가 크다. 스페인은 서유럽에서도 서쪽 끝자락에 있음에도 동쪽의 아라비아 문명에 오랫동안 지배되었다. 그런 까닭에 스페인에서는 난데없이 아랍 계통의 조형적 이미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질적인 두 문명이 묘한 변이를 일으킨 것 같은 이미지가 스페인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그것이 스페인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문화적 인상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상상할 수 없이 자유롭고 파격적인 조형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일반사람들의 옷차림에도 스며들어서 스페인 특유의 패션 감각을 만드는 것 같다.
가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아라비아 계통의 문양 같은 장식이 프린트된 옷들을 볼 수 있는 데, 스페인의 전통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열정적이고도 관능미 넘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부류의 문화가 어울려 있는 스페인의 이런 독특한 문화적 특징은 피카소나 미로와 같은 초현실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하기도 하는데, 그 정점은 아무래도 가우디가 아닐까 싶다.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만큼 파격적인 건축물도 없을 것이다. 실루엣만 보면 고딕성당처럼 보이지만 디테일은 서양의 고전건축의 전통과는 완전히 결별하고 있다. 바로 이런 특징들 때문에 가우디를 세기의 천재로 말하고들 있지만 사실 이런 건축이 상상에서 그치치 않고 현실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스페인 문화의 독특한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원천으로 본다면 서유럽의 고전주의와 아랍 문화의 이종 결합이겠지만 이것이 역사적으로 흘러내려 오면서는 가우디의 건축처럼 파격적이고 이국적인 문화적 유전자로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구엘공원의 도마뱀 조각은 요즘에 유행하는 캐릭터와 비교해도 더 파격적으로 보이며, 스페인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시각적 이미지들이나 도시의 노점들에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이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들은 스페인적 문화의 독특한 성격을 대변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미지들이 오늘날 스페인을 열정적이고 관능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표피적 인상 저변에는 다양한 문화들이 교류하고 숨 쉬는 흐름들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다양한 문화에 대해 열려있는 스페인의 개방성과 이질성들이 이런 문화적 성취를 이루었던 것이다. 그것은 곧바로 스페인 사람들의 옷차림에 적용되어 화려하면서도 이국적인 독특한 패션 취향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독특한 패션 감각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 매우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의 그런, 눈을 파고들 듯 한 패션 전통이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적 가치와, 세월의 흐름에 녹슬지 않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좀 만 더 세밀하게 보면 풋풋하긴 하지만 다소 촌스러운 부분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오랜세월동안 서유럽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스페인 역사의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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