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스러운, 지극히 독일스러운 ̒독일 패션̓
가+
가-
독일 - 디자인 성지순례 ⑮

2010-12-17 오후 1:32:41



복잡함을 싫어하는 민족성?

독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들을 보면 패션 못지않게 단순하다는 것을 살필 수 있다. 아니, 삭막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독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들은 직선적인 시멘트 덩어리로 둘러 싸여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격자 모양의 철골기둥이고 온통 생명체와는 관련이 없는 물질과 형태 뿐이다. 심지어는 도심 한복판의 백화점 조차도 20세기 초반, 기능주의라는 이념으로만 디자인된 딱딱하기 짝이 없었던 현대 건축 초창기의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그 아래로 걸어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면모는 좋게 말하면 건물의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들이고 나쁘게 말하면 딱딱한 차림새로 일관되어있다. 독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옷차림새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아 보일 정도로 단조롭다. 그 흔한 장신구도 이탈리아나 프랑스, 스페인 사람들처럼 눈에 띄게하고 다니는 경우를 보기가 어렵다.

검은색의 짧은 원피스에 거의 바닥만 붙어있는 샌들 하나만 달랑 신고 나온 아가씨의 모습이 우리와 비교해 보면 검소해 보인다. 귀에 걸린 장신구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가방 하나만 어깨에 걸치고 있는데, 보아하니 명품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오래 보다보면 이 단순한 옷차림에서 나름대로 독일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 바도 아니다. 주렁주렁 예뻐보이려고 발광하는 듯 한 사람에 비해 정갈하고 쾌한 느낌이 나쁘지는 않다. 가장 좋은 장식은 몸매인지. 게르만의 훤칠한 피가 단순한 옷 안으로부터 자욱하게 피어 오르면서 시원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혹시 이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멋있게 보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타고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대충 걸치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사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몸매가 좀 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원피스 한 장 달랑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짐작대로라면 이들은 자신을 최고로 멋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혈통이란 것을 정확하게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다.

다행히 한국 사람들의 다리 길이도 날로 길어지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조금만 참으면 이렇게 단순한 옷차림으로 한껏 멋을 부린 사람들을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독일적 색채 
독일 사람들의 옷차림이 단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형태에 한해서 이다. 색에 이르면 독일 사람들의 옷 색깔들은 나름대로 개성도 있지만 눈에 띄는 화려한 색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한 옷에 여러 색깔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기는 힘들며, 아울러 화려한 노란색 계통의 색들이나 붉은색 계통의 색들도 찾기가 좀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런 색채의 취향을 주변의 건물들과 같이 보게 되면 이들이 왜 하필 이런 색들을 선호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크림색을 주조로 하고 있는 건물들 사이로 여러 가지 색의 옷들을 입고 지나다니는 행인들을 보면 무채색 계통의 옷 색깔이든, 원색에 가까운 옷 색깔이든지 주변의 환경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독일 사람들이 색 감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변의 환경에 입각하여 옷 색깔을 고려했다는 것은 짐작하게 된다.

아무튼 이런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인지 독일 사람들의 옷 색깔들을 보면 일정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얼핏 보면 독일 사람들도 다양한 색의 옷들을 입고 산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붉은 색 계통의 색들도 선호하고 푸른색 계통의 색들도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붉은 색의 옷들은 대체로 원색보다는 약간 보라색이 섞인 붉은 색들이 많고, 파란색들도 원색보다는 많이 밝게, 정확히 말하자면 하늘색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중충한 날씨에 붉은색의 원색은 자칫 핏빛으로 보이기 쉽고, 파란색도 칙칙해 보이기 쉽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왜 이런 색들을 선호하는지 어렵지 않게 이유를 알 수 있다.

대체로 독일 사람들은 원색의 옷을 입더라도 붉은색이나 노란색 보다는 파란색이나 녹색 계통의 색을, 그것도 흰색이 많이 들어간 색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어떤 원색을 쓰더라도 색의 밝기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검은색이나 어두운 회색이 아니라면 밝은 원색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덕분에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강한 핏빛의 붉은색, 얼음보다 차가워 보이는 깊은 파란색을 독일에서는 흔하게 찾아 볼 수 없다. 이것은 모두 주변의 건물색이나 날씨 때문인 게 분명하다.
고전적인 백화점 건물에 약간 밝은 톤의 붉은색 배너의 어울림을 보면 그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붉은 색을 쓰더라도 약간 밝게 쓰고 있다. 이런 약간의 감각적 처리가 전체적인 인상을 확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같은 붉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는 독일사람을 보면 건물에 사용된 붉은 색과 같은 원리로 붉은색의 옷을 매치해 입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지의 벽돌색과 연한 파란색의 번득이는 색감이 특이한데, 이렇게 밝고 화사하게 색감을 구현한 데에는 앞서 언급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날씨가 좀 더 좋은 문화권에서는 원색을 쓰더라도 좀 더 깊게 쓴다. 색의 명도를 높이는 것은 우중충한 느낌을 탈피하고자 하는 열망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한 무늬의 사용

한편 화려한 무늬가 들어간 옷을 입을 때는 또 다른 색의 조화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화려한 꽃무늬가 들어간 옷을 독일 사람들도 좋아 한다. 하지만 분위기가 꽃무늬의 나라 네덜란드나 이탈리아와는 사뭇 다르다. 그렇게 화사하고 장식적인 꽃무늬를 그렇게 칙칙한 색으로만 물들였는지 참으로 특이하다. 독일 사람들은 화려한 꽃무늬를 화려하게 내버려두지 못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름대로 그것이 독일의 개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역시 이유는 독일의 단순명료한 미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본능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화려함을 원하는 것도 본능이지만 독일이라는 문화권의 단순지향형의 미적취향도 본능이다 보니 무늬의 화려함에 차분한 색으로 절충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독일 사람들의 이런 취향은 결과적으로 독일 특유의 통일된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것은 틀림이 없으며, 우리로서는 남의 취향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 만의 독특한 미적취향을 관철시키고 있는 독일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정체성이 부러울 따름이다.



최경원 통신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