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불모지에서 단순함의 매력 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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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성지순례 - 독일

2010-12-10 오후 3:31:22



어쩌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패션의 불모지라 일컬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와는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독일을 인정한다면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패션이 없는 것 같은 패션의 나라
독일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역시 그 나라의 문화가 그 나라 사람들의 옷차림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거리에서 보게 되는 독일 사람들의 옷차림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일에서만 볼 수 있는 이미지로 점철되어있다. 사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패션만 생각하다보면 독일 사람들의 패션 감각은 상대적으로 좀 빈곤해 보이기까지 한다. 화려한 무늬와 색깔이 우선 눈을 호사스럽게 해주었던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패션 감각에 비해 독일 사람들의 옷차림은 우리 눈에 가져다  주는 혜택이 일단 덜하다. 독일의 거리에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옷차림새의 느낌은 좋게 말해서 심플하고, 정직하게 말하자면 볼게 좀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사람들이 입은 상의나 하의를 보면 그다지 두드러진 무늬나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단색조의 옷들을 맞추어 입은 모습이 일반적이다. 설사 무늬나 색이 들어간 옷을 입는다 하더라도 두드러지지 않는 기조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가운데의 커플들의 옷을 보면 무늬가 들어가 있더라도 회색의 톤으로 이루어져서 차분한 가운데에 장식적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색이나 무늬를 통해 시각적 화려함을 연출하고자 했던 이탈리아나 프랑스 사람들의 옷차림과는 반대의 경향을 가진 독일 사람들의 취향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옷과 관련된 취향뿐 아니라 독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조형적 경향이라는 것을 다른 디자인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의 그래픽 디자인들을 보면 사각형을 기본으로 하는 형태에, 한 눈에 들어오는 단순한 모양과 색들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시성이라는 그래픽 디자인의 1차적 기능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그 외의 것들은 순위 바깥으로 빼놓는 독일 디자인의 독특한 취향이 엿보인다. 바우하우스 시절부터 기능 이외의 것들은 중요시 하지 않았던 독일 디자인의 전통적 특징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디자인이다.

독일의 지하철 역 내부를 보면 대체로 단순한 직선적 형태에, 역시 단순한 그래픽처리로 기능성과 정갈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두가 독일 사람들의 전형적인 심미감을 반영한 디자인이다. 이런 취향이 일반 사람들의 옷차림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밋밋해 보일 정도로 단순해 보이는 옷차림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일반적인 패션 감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없어 보인다는 것과 심플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없어 보인다는 것은 정말로 없다는 것, 빈곤하다는 뜻이다. 심플하다는 것은 군더더기가 제거된 상태, 즉 핵심만 추려졌다는 의미이다. 독일 사람들의 옷차림들은 그런 점에서 독일 사람들의 옷차림새는 빈곤 보다는 심플함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없어 보임과 심플함
거리를 걷고 있는 두 여인네들을 보면 옷 색깔들이나 옷의 형태들이 단순하기 그지없다. 캐주얼 차림이라고는 해도 상의와 하의의 색들의 명도를 심하게 대비를 준 센스는 그저 대충 편하게만 챙겨 입었다고는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검은색 바지와 검은색 신발을 맞춘 것을 보면 고도의 계산에서 나온 결과란 것을 알 수 있다.

계단을 내려오는 여성의 단순한 옷차림새도 만만치 않다. 상의와 하의는 단순해 보이지만 눈에 띄는 것은 은색으로 빛나는 신발이다. 역시 단순한 모양이지만 선재로 구성된 신발의 구조가 번쩍이는 질감과 함께 눈에 띈다. 강한 색깔을 구현하지 않으면서도 여신의 포스를 표현하는 매우 감각적인 차림새이다.
하얀색 숏팬츠에 검은색 티와 검은색 샌들과 고동색 가방, 청 윗도리로만 이런 세련되고 매력적인 표현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감각이 아닐 수 없다.

하얀색의 짧은 반바지 아래로 쭉 뻗은 다리의 피부색이 매우 강한 대비를 이루면서 보는 사람의 시선을 빠짝 앞으로 당긴다. 그 아래에 살짝 겹쳐져 있는 샌들의 감각적인 모양은 다리의 동세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발 끝을 매우 세련된 조형 이미지로 마무리 하고 있다. 상의의 검은색 톤은 역시 얼굴을 비롯한 상체의 색상을 매우 돋보이게 해주면서 차분한 가운데에 화려한 인상을 불어넣고 있다.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고동색 가방은 하얀색과 검은색의 무채색의 옷에 차분한 색감을 더불어 넣으면서 머리카락의 색과 동기화된다.

역시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각적인 강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무리는 역시 오른쪽 어깨에 언발란스하게 걸치고 있는 청윗도리라 할 수 있겠다. 직접 걸쳐 입더라도 다른 옷들과 세련된 어울림을 연출할 것 같지만 지금의 상태는 차분함에 비대칭적인 역동성을 불어넣어서 매우 인상적인 옷차림을 완성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심플한 인상에 이처럼 비대칭성이 부가되게 되면서 조형적으로 정형적 이지 않은 아주 고급스러운 구성이 이루어진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 사람들의 패션 감각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경향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단 형태나 색에 있어서 심플하다는 기조를 전체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독일 사람들의 패션 경향이 일정한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즉,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독일 사람들의 패션 감각은 패션의 불모지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미적 기준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유럽지역에 비해 시각적인 자극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독일의 전통적 조형성에 일반인들의 옷차림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것은 유행이라는 허상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상황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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