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 묻어나는 카리스마로 젊은층 압도
가+
가-
디자인 성지순례 ⑬-이탈리아

2010-11-29 오후 4:16:36




아름다움이 획일화될 때는 사회의 풍토가 그리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때, 특히 자신감이 없을 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문화적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은 옷차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옷차림새를 따라하기는 커녕, 이들을 연륜의 카리스마로 압도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노친네(?)들의 감각은 진정한 이탈리아 패션의 힘이 아닌가 싶다.


나이 듦의 아름다움
미켈란젤로의 조각들을 보면, 단지 사람의 겉모습을 만든 게 아니라, 겉모습을 통해 사람의 본질적인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비드와 같은 젊고 싱싱한 육체를 표현한 작품 보다는 나이든 사람의 조각에서 그런 것들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중 하나인 모세의 상을 보면, 물론 노인치고는 무지 몸 짱이긴 하지만, 나이든 사람의 모습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긴 수염에 연륜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과 위엄있는 자세. 도저히 젊은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차원의 아름다움이다. 탱탱한 피부와 S라인의 몸매만이 아름다움의 전부인 것 같지만 하얀 수염, 멋지게 그늘진 주름도 사람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젊은 육체야 본의 아니게 만들어진 결과이지만, 나이든 몸은 하루하루 자신이 살아온 행로에 의해 의지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깊이가 더해져서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니 명품이나 화려한 장식들로는 꾸며낼 수도 없다. 그래서 유일하고, 본질적이고, 깊은 것이다.


따라서 경험과 시간의 단련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지 부풀어오른 젊음의 탄력만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움으로는 따라잡기 힘든 것이다.


연륜의 아름다움
‘연륜의 아름다움’.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 전에 멸종되어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나이 듦은 추하고, 젊음이 결핍된 상태를 뜻하게 되었고, 나이 듦의 아름다움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관념이 되어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젊음으로부터 어떻게 해서든 축출되지 않으려는 몸부림. 시간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노력보다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젊음의 외피를 유지하려는 안타까움만 남았다.


덕분에 모든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에는 젊고, S라인의 매혹적인 육체를 가진 젊은이들만 우뚝하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세월과 연륜이 조각한 아름다움, 젊음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깊은 아름다움을 가진 노인들을 원 없이 만날 수 있다.


백발도 그렇지만 거기에 대머리라면 아름다움과는 그리 관련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막 노년에 진입한 듯 한 이 이탈리아 사람은 자신의 나이 먹음을 축 쳐지게 내버려 두지 않고 있다. 하얀색 폴로 티에 검은색 진, 드라이빙 슈즈. 별 것 아닌 평범한 아이템으로 그것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있으니, 묻어나는 노련함이 보통이 아니다. 젊음을 흉내내지 않은 것이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더불어 색과 아이템들을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해보인다. 맨발에 드라이빙 슈즈를 신은 것은 나이 듦에 활력을 불어넣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어두운 갈색이어서 경박하지 않고 중후한 인상을 유지시킨다.


바지의 흑색과 티의 하얀색은 강한 대비감을 줌과 동시에 차분함을 가져다주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전체적으로는 맑고 청아한 연륜이 느껴지는 옷차림이 된 것이다. 탱탱하고 발랄한 젊음에서는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깊은 맛이다.


이 영감님(?)은 헤어스타일부터가 범상치 않다. 가운데를 갈라 뒤로 넘긴 모양새는 어느 젊은이 못지않게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게다가 약간 얇은 모양의 선글라스는 단지 햇볓을 가리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머리 모양과 더불어 날렵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드는 소품이다. 풀어헤친 셔츠의 자유분방한 자태는 이런 일련의 느낌을 완전히 꽃피우고 있다.


원피스는 나이와는 좀 상극이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원피스는 젊음의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이런 할머니(?)의 옷차림에서 그대로 무너진다. 파란색 계통의 색들로 디자인된 원피스는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


피부의 색과 보색이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색으로 이 할머니는 벌써 우리들의 눈을 자극하면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더구나 검은색 가방의 럭셔리한 자태는 강한 색상의 대비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거기다 중후한 연륜은 이런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이다.


손녀를 앞세운 할머니의 모습이 정겹다. 그러나 낮은 채도의 연두색 머플러를 살짝 두르고, 역시 머리카락이나 머플러의 색과 유사한 색들로 그림이 그려진 티를 입고, 녹색의 가방을 든 할머니의 패션 센스는 그냥 할머니가 아니다.


금이나 화려한 모양으로 치장된 패션 아이템들은 역시 연륜과 이어질 때 시너지 효과를 발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할머니가 든 화려한 가방과 선글라스, 귀걸이 등을 새파란 젊은 여자가 들었다면 어땠을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오버된 패션 감각들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런 경우에는 아무리 돈으로 치장한다고 하더라도 값싸 보이게 된다. 모든 것은 자신과 어울렸을 때 효과를 발하는데, 이 이탈리아 할머니의 경우에는 정말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화려한 명품들이 난하지 않고 화려하게 어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패션 감각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젊은이들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패션이 아니라 이처럼 나이듦에 따라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노인들의 깊이 있는 패션 감각이지 싶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쉬운 점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젊은이들에게 한수 가르쳐 줄 수 있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없다. 어쩌면 존경할 만한 어르신이 없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떠밀려 패션이나 사회의 흠모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지.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