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의 나라 이탈리아. 수많은 매력적인 여신들이 이야기와 조각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시내를 다니다 보면 여신들이 이야기나 조각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금방 하늘에서 강림한 듯 한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탈리아는 가 볼만 한 나라인 것 같다.
여신의 강림
이탈리아를 관광하다 보면 여신 같은 모습의 여성들을 적잖이 만나게 된다. 흘러내릴 듯 한 원피스 하나 달랑 걸쳤을 뿐인데도 옷 뒤로 넘쳐흐르는 품격과 신비로움은 웬만한 연예인들의 뺨을 칠 정도다.
단지 유행에 민감해서 이런 옷차림을 하게 된 것 같지는 않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탈리아 사람들은 우리처럼 유행에 휩쓸려 자신들의 취향이나 몸을 등한시 하는 일은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신비로운 옷차림은 남탓(?)으로 돌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지극히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취향에 입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과거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신화로 유명했던 그리스 시대에 완벽한 비례의 여신들은 이미 이 땅에 내려와 있었다. 니케 상이나 비너스 상과 같은 세기의 걸작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뇌리에 여신의 모습을 각인해 놓고 있었다.
그리스의 모방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 조각도 당연히 그런 여신들의 모습들이 다소 세속적인 화려함을 더해 만들어졌다.
이런 모습은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부활했는데, 미켈란젤로의 후배라 할 수 있는 베르니니같은 바로크 조각가들의 솜씨에 의해 여신의 모습은 더없이 화려한 외양으로 이탈리아인들의 눈을 자극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행이나 연예인들의 옷차림을 모범으로 따라하듯, 이탈리아 여인네들은 그리스 시대부터 내려오는 여신들의 모습에 영향을 받았으리란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게다가 몇 천 년 동안 검증된 모드이고 이미지이니, 한 순간 반짝하고 마는 유행과는 비교할 수 없지 않은가?
복잡함 속에서의 단순함
이탈리아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단순함이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적 화려함도 만만치 않으나 남자나 여자나 심플한 차림으로 안정되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옷차림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단순함의 멋도 사실 이탈리아 문화에서는 뿌리가 있는 경향이다. 이미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단순함의 귀족적 아름다움을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수많은 장식을 거느린 건축물에 비해 홀로 우뚝함의 경건함을 각인시킨 건축에서 단순함의 가능성을 세계에 전파했다.
강렬한 기하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된 안정된 구조체가 주는 견고한 아름다움은 이후로 이탈리아 사람들의 미적 감수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자동차나, 패션, 산업 디자인 등 현대 디자인으로도 나타났다. 대중들의 옷차림에도 그만한 영향을 미쳤음을 길거리에서 확인하면서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 얼마나 깊고도 넓은지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도도한 아름다움
이탈리아 사람들 특히 여자들을 보면 다른 나라의 여성들과는 좀 다르게 보인다. 도도하달까? 마피아도 엄마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 여자들의 성격은 만만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붙임성 좋고 활달한 이탈리아의 여성들에게서 그런 걸 직접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어느 누구를 보아도 도도해 보이는 옷차림새를 보면서 그런 성격들에 대해 어느 정도 갈피를 잡을 수는 있는 것 같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인은 그런 이탈리아적 성격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인 브랜드들의 옷들을 보면 다른 나라의 옷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것은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특징과 똑같다고 할 수 있는데, 다른 나라의 패션 디자인에 비해 디자인이 좀 세어 보인다. 이웃나라 프랑스의 패션 디자인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프랑스 패션은 당장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인과는 사뭇 다른 인상이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인은 안아 주기보다는 안겨야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하면 어떨까 싶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연인이나 여성들의 모습은 남자들과 동등한 당당함과 혹은 홀로 있어도 우뚝한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계 패션을 리드하는 이탈리아 적 패션의 동력이 되어왔던 것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옷차림으로 남녀가 평등하고, 여자도 남자 못지않은 인간적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예쁜 옷차림새를 넘어서서 인간의 평등을 이야기 하고 있으니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런 것들이 모여 이탈리아 도시들을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로 만드는 것 같다. 서울이 왜 디자인 수도가 되었었는지 더욱 이유를 알 수 없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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