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제이피플 관계자들이 보면 조급 섭섭한 말이겠지만 「리트머스」를 두고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라고 말하기에는 사실 좀 멋쩍다.
1000억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처럼 100평 넘는 대형 플래그십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빅3 백화점 메인 점포에 입점해 있지도 않다. 그래서 소위 ‘패션’을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이 브랜드에는 남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탄탄한 ‘내공’이 있다.
「리트머스」는 2000년 봄 론칭해 초반 3년 자리잡기까지 ‘수업료’를 낸 것을 빼고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오히려 매년 꼬박꼬박 20억원 가량을 영업이익으로 거두고 있다. 기복도 거의 없는 편이다.

지난 10년 동안 격변기를 거치며 손에 꼽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브랜드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 「리트머스」는 살아남았다. 화려하게 등장했다가도 소리소문 없이 없어지는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착실하게 ‘정도(正道)’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캐주얼 시장이 활황일 2000년대 중반 당시 목 좋은 곳에 매장을 열기 위해서는 매출 보장, 인테리어 지원 등 편법을 써야 했다. 백화점에 있어야 좋은 브랜드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주요 백화점에 들어가려고 기를 썼다.

「리트머스」는 이런 관행을 ‘거부’했다. 가장 주목받았던 명동 대리점이나 백화점 매장이라도 매달 수천 만원씩 손해를 보자 과감하게 철수했다. 대신 다른 브랜드들이 관심을 갖기 전에 대형마트와 신흥 상권에 눈을 돌려 차근차근 매장을 열었다. 2010년 10월 현재 매장 구성은 백화점 15개, 대리점 40개, 대형마트와 기타 유통점포를 합쳐 110개 수준이다. 철저하게 효율 위주로 짜여있다.
상품 관리도 철저하게 효율 위주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중위권 이하의 브랜드들은 시즌 초반 매출이 뚝 떨어졌다가 중반 넘어가면서 안정세를 되찾고는 한다. 상위권 브랜드에서 잘 팔리는 히트아이템을 베껴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익율 관리는 뒷전이다. 열심히 만들어서 팔고도 결산을 해보면 밑지기 일쑤다. 그렇게 3~4년 지나다 보면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 브랜드를 팔거나 심한 경우 부도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공식은 「리트머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수익률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보다 데이터와 고객의 반응에 집중한 결과다. 시즌 초반이건 후반이건 부침 없이 고른 매출을 유지한다.

굳이 무리해서 1등을 따라 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현재 「리트머스」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대리점주와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우선이다.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도전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리트머스」와는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이 회사는 올 봄 「엠할리데이」를 론칭했다. 물론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신중함 때문에 론칭 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렸다. 2007년 「멤버할리데이」 상표권을 인수했으니 만 3년 만이다. 그간 글로벌 금융위기다 뭐다 해서 워낙 경제 전반이 불확실 했기 때문에 론칭 시점을 계속 미뤄왔다.
기다린 보람이 있으려는지 시장의 반응이 꽤 좋아서 올 하반기부터는 매장 오픈에 불이 붙었다. 그렇다면 「리트머스」는 어떤 브랜드일까. 어쩌면 당대에 「리트머스」가 캐주얼 시장의 1등 브랜드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1등이 뭐 대수인가. ‘알토란’ 같은 브랜드 만들어 가면서 고객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것이 진정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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