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성지순례 ⑧ -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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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희끗 희끗한 노인들도 멋내기 고수

2010-10-01 오후 6:37:57



꽃무늬, 파란색 계통의 색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네덜란드 사람들의 패션 취향은 이렇게 요약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네덜란드 사람들의 옷차림에는 독특한 점이 몇 가지 더 있다.
따뜻한 계통의 색들을 차분하게 챙겨입는다든지, 나이든 분들의 옷차림들이 더 없이 아름답고 분위기가 있다는 것, 남자들의 옷차림이 매우 인상적이란 것들이다.

따뜻한 색을 차분하게 입는 사람들
어느 나라를 가나 옷으로 돋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적지 않게 발견된다. 앞서 말한 차가운 색들은 이런 점에서는 그리 유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좀 두드러져 보이고 싶을 때는 어김없이 눈 부실 정도로 화사하고 튀어 보이는 색들을 많이 선택하였던 것을 살펴보았다.

네덜란드에서도 따뜻한 색들을 피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색을 매치하는 면모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매우 독특한 취향과 안목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하면 먼저 오렌지 색이 연상된다. 하지만 옷에서 정확한 오렌지 색들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대신에 오렌지 색에 준하는 특징을 가진 따뜻한 색들을 많이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연한 핑크색, 연한 보라색들이다.

이런 색들은 원색에 비해서는 밝기 때문에, 발랄해 보이면서도 차분해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프랑스 같았으면 좀 더 색을 원색에 가깝게 써서 눈을 자극하는 정도를 세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따뜻한 색들을 한 번 누그러뜨려 씀으로써 보다 차분하게 중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눈여겨 볼 부분은 그렇게 하면서 동시에 검은색에 가까운 색들을 매치해서 완화된 따뜻한 색들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색을 한번 눌러주고, 주변의 색들을 무채색으로 매치함으로써 화려함과 차분함을 동시에 취하고 있다.

그냥 보면 네덜란드 사람들의 수수하고 차분한 취향만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더 생각하고 나서 보게 되면 색에 대한 매우 심도 있는 접근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하얀색에 가까워서 연한색의 점퍼와 구분되어 보이면서도 같아 보이는 가방의 색이나 최소한의 면적만을 가진 신발들은 이런 옷차림을 훌륭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안에 받쳐 입고 있는 옷의 색이 가장 두드러져 보이면서도 차분해 보인다. 색에 대해서 매우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구사하기 힘든 차림이라고 하겠다.

어린이들의 옷에서도 매우 뛰어난 색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좀 놀라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오렌지 색에 가까운 치마에 회색 카디건을 매치한 감각은 매우 네덜란드 적이면서도 세련되어 보인다. 심지어 추리닝을 입고 조깅을 하는 사람조차 피부색과 옷 색들을 전문가 수준에서 맞추고 있다는 사실은 네덜란드 인들의 소리 없이 강한 색 감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대체로 과격한(?) 원색들을 피하면서 자기 맵시들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모습들은 고난도의 감수성이라하지 않을 수 없다. 핑크나 보라색은 아니지만 노란색과 같은 난색을 표현하는 것도 보통이 아니다. 만일 이 그림에서 연한 보라색 가방을 매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형편이 좋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옷차림이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노란색 상의에 검은색에 가까운 색의 바지를 매치하여 일단 노란색을 두드러져 보이게 하고 있으면서, 그 위에 연한 보라색을 매치한 감각이다. 검은색에 노란색의 매치는 강해 보이긴 하지만 길거리 공사장이나 지하철을 연상케 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함정을 완전히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 연한 보라색 가방이다. 알다시피 보라색은 노란색의 보색이다. 그걸 알고 이런 가방을 매치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결과적으로는 보색대비를 통해 매우 세련된 표현을 하게 되었다.

무채색도 네덜란드 식으로
무채색 즉, 검은색이나 하얀색, 회색들은 알다시피 차분하고 세련된 느낌을 환기시키게 된다. 네덜란드 사람들도 이런 무채색들을 적지 않게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무채색 계통의 색을 쓰더라도 네덜란드 사람들은 수수하면서도 자기네들만의 세련됨을 추구하고 있다.

검은색과 흰색만을 입으면서도 짧은 바지에 검은색 부츠는 매우 세련된 매치를 구현하고 있다. 검은색 선그라스와 하얀색 목도리로 간단한 옷차림을 세련됨으로 불타오르게 만들고 있는 것은 보통의 감각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수수하고 차분함을 잃지 않는 우아함은 검은색과 흰색의 속성을 휜히 꿰뚫고 있지 않으면 구사하기 어려운 경지이다. 다양한 밝기를 가진 무채색으로 더 없이 세련된 색감을 구사하고 있는 커플은 커플룩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재킷 안에 입은 여성의 상의는 전체적으로 일관된 무채색의 향연에 매우 강한 이미지를 심고 있다. 푸른색에 가까운 무채색들과 고동색은 역시 보색관계이다. 우연일까?

네덜란드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매우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노인들의 옷차림이다. 흰머리에 주름진 피부는 분명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네덜란드의 노인들은 이런 특징들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분명 눈에 띄는 감각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내면으로 스며드는 아름다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는 문명시민국가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색을 입을 줄 아는 심오한 안목 앞에는 그 어떤 디자이너라도 함부로 명함을 못 내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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