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마다 옷 입음새가 다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돋보이기 위해 입는다는 면에서는 어느 곳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네덜란드는 좀 남다르다. 겉으론 그다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해 보이지만 은근하게 배어나오는 멋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튜울립의 나라,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알다시피 네덜란드는 튜울립으로 유명한 나라다. 그런 나라답게 꽃이 사람들의 삶에 아주 가까이 다가 가있다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 살펴볼 수 없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다니는 곳에 꽃집이 아니라 꽃 노점들이 포진되어있다는 것이 그만큼 꽃이 일반화되어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꽃을 사기도 쉬울뿐더러, 특별한 기념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나 꽃을 사는 우리와는 달리 꽃을 기르고, 집을 장식하는 일이 이들에게는 아주 일상화되어있다는 것을 도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열차 안에 까지 꽃그림을 그려 넣어 여행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을 정도이니 네덜란드 사람들의 꽃을 좋아하는 품성들은 정말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품성들은 일반사람들의 정서를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었고, 나아가 디자인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덜란드 현대 디자인들을 보면 꽃을 모티브로 한 것들을 의외로 많이 발견할 수 있고, 대단한 것은 그러한 경향들이 그저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데에서 멈추어서 전원적 풍경만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게 조율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산업 디자인으로 유명한 드룩(Droog)의 매장을 보면,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종이 꽃 모양의 차양이 지극히 현대적인 이미지로 세련되게 디자인되어있다는 것을 살필 수 있다. 식물 줄기와 꽃 모양을 가진 라지에이터를 보면 꽃을 사랑하는 네덜란드 인들의 마음이 그저 낭만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도 통용될 수 있는 산업적 자원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디자인을 구상해낸 창의력도 감동적이지만 단단한 쇠붙이에 불과했던 라지에이터에 이런 생명감을 부여하고 있는 디자이너의 감수성과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네덜란드인들의 품성이 이 디자인을 그저 흐뭇하게 즐기고 볼 수만은 없게 만든다. 꽃을 좋아하는 이들의 품성은 산업적 가치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일반인들의 옷차림에서도 꽃무늬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물어볼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다른 나라와는 달리 네덜란드 사람들은 꽃무늬가 들어간 옷을 즐겨 입는다. 문제는 그런 꽃무늬의 효과가 화려하고 장식적인 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인상을 자아내는 쪽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프랑스나 영국같은 나라에서도 여성들이 꽃무늬가 들어있는 옷들을 입기는 하는데 그럴 때는 대체로 식물 무늬의 장식성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런 장식적 성격보다는 자연으로서의 꽃이 가지는 생명감, 내추럴 함을 맨 앞에 내세운다. 그래서 꽃 무늬 옷을 입은 사람들은 대체로 화려하고 귀족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수수하고 편안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경향을 가지고 꽃무늬를 도입할 경우에는 자칫 촌스럽고 세련되어 보이지 못하게 되기가 쉽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는 수수하지만 덜 세련되어 보이거나 촌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색을 잘 조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꽃무늬가 들어간 부분은 시각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무채색을 쓴다든지, 다른 부분의 옷은 꽃무늬가 전혀 안 들어가고, 색채를 비교적 강하게 써서 꽃의 화려함을 조형적으로 눌러준다. 이런 고난도의 색채 전략들을 일반인들의 옷차림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사실이다.
그냥 보기에 네덜란드 사람들의 옷차림은 영국이나 프랑스 보다는 덜 화려하다. 게다가 꽃무늬같은 것들이 옷에 많이 들어가 있어서 세련됨 보다는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많이 주는데. 조금만 살펴 들어가 보면 만만치 않은 내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명도 대비나 형태나 색상의 대비와 같은 접근들은 사실 일반인들이 구사하기에는 좀 난해한 면이 있다.
이런 수준은 거의 전문 가급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데 네덜란드에서는 일반인들 수준에서 이런 접근들이 표현되는 것을 보면 만만치 않은 패션 내공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각종 소품들과 옷의 어울림에서도 꽃무늬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옷의 무늬·개성 강한 색상 돋보여
가령 상의에 꽃무늬가 많이 들어있다면 가방은 심플한 것으로 맨다든지, 가방이 꽃무늬 일색이라면 옷은 전체적으로 미니멀하게 입어서 가방과의 조화를 꾀하는 부분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전체를 보는 안목이 없으면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흔히 손에는 명품가방을 들면서 그 가방의 색과 옷의 형태와 색이 전혀 맞지 않아서 오히려 촌스러운 모습들을 우리는 시내에서 종종 보는데, 짧은 안목에서 오는 그런 실수를 네덜란드에서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옷의 무늬와 더불어서 네덜란드 사람들의 독특하면서도 개성이 강한 면모들은 색에서 또한 많이 드러나고 있다.
푸른색을 좋아하는 사람들
일반적으로 옷에 좀 신경썼다하면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표출하기 쉽다. 그런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는 좀 남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옷의 색들을 보면 화려하게 튀기 보다는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개성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네덜란드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프랑스와는 다르게 수수하면서도 푸른색 계열의 색들을 많이 선호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화려하고 튀는 색보다는 그렇지 않은 차가운 색 계열의 색들을 많이 입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약간 보라 빛에 가까운 색의 옷들을 많이 입거나, 연한 녹색, 청바지의 청색과 가까운 색들을 주로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들이 화려하고 튀는 빨강색이나 오렌지 색들을 선호하지 않고 이런 차분한 색들을 선호한다는 것은 좀 의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네덜란드 사람들의 옷차림은 다른 나라의 옷차림과는 뚜렷하게 차별화되고 있다.
튀는 것보다는 개성이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 사람들의 패션 논리는 다양하게 구축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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