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컬렉션과 함께 전개되는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전시회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여 유럽에서는 밀란의 ‘스포사 이탈리아’와 쌍벽을 이루는 전시회로 웨딩계에서는 주목할만한 웨딩 이벤트이다.
유럽의 각 도시마다 소소한 웨딩 업계 전시회가 있지만 쟁쟁한 파리나 런던, 밀란 등을 제치고 바르셀로나에서 주최하는 웨딩 컬렉션은 말 그대로 국제적이다. 물량으로는 중국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양과 뛰어난 디자인력으로 선두에 서 있는 프로노비아스가 웨딩 업계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컬렉션이 있는 이 시기에 프로노비아스는 1700여명이라는 전 세계의 바이어와 프레스를 초대해 대대적인 컬렉션과 바잉, 파티를 개최한다. 각국에서 초대되어온 바이어들은 프로노비아스만이 아닌 같은 시기에 개최되고 있는 웨딩 전시회에서도 바잉을 하므로 온갖 손님을 끌어모아주고 있는 프로노비아스의 역할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이러한 역할은 로사 클라라나 페페 보테야 라이몬 분도 등 중규모의 다른 회사들도 맡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웨딩 전시회를 빛내주고 있는 요인은 프로노비아스나 로사클라라와 같은 빅 컴퍼니만이 아니다. 스페인의 깊은 파티 습관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이면 많이들 갖는 모임도 곧 파티 드레스의 발달로 연결되어 더욱 이 시장에 활기를 갖게 해준다.
한국에서도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하우스 웨딩처럼 유럽에서의 결혼은 이런 하우스 웨딩이 보편적이다 보니 결혼에 초대된 하객들은 신부못지 않게 의상구입에 신경을 쓰게 된다. 간단한 파티나 결혼식, 이벤트 참석에 자연스럽게 드레스가 착용되다 보니 이래저래 다른 나라에 비해 파티 드레스가 유난히 발달되어 있다. 전시장과 컬렉션에서도 파티 드레스는 웨딩 드레스 못지 않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드리드 웨딩 전시회의 경우 10살 전후에 이루어지는 첫 영성체 의식에 사용하는 드레스 전시회도 많이 이루어져 있다. 스페인은 의식도 많고 의식에 따른 드레스 코드도 많이 발달한 나라여서 자연히 이 분야에서 발달을 보게되었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살아도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 유럽 젊은이들이다 보니 결혼식에 비중을 두는 일이 적어지고 있지만, 가톨릭의 영향이 강한 남유럽보다는 북유럽에 이런 성향이 더 강하다. 스페인,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남유럽은 아직 가톨릭 의식을 중요시하므로 “결혼식”의 필요성이 다른 나라보다 큰 점도 웨딩 드레스의 발달에 밑받침을 이루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시회의 역사는 이탈리아에 뒤져있지만 웨딩 컬렉션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선두적인 입장에 있어 유럽의 유명 브랜드들이 앞을 다투어 바르셀로나 컬렉션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금은 각 나라마다 웨딩 컬렉션을 개최하고 심지어 밀란의 스포사 이탈리아조차도 최근 2, 3년전에 웨딩 컬렉션을 개최하게 되었지만 바르셀로나는 오랜기간 웨딩 컬렉션의 파이오니아로 전통과 관록을 지녔다. 이 또한 스페인을 웨딩계의 선두로 끌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이승진 ‘스포사’ 해외에서 선구자 역할
Nadie es profeta en su tierra. (자기 땅에서 인정받는 예언자는 없다) 예수가 태어난 이스라엘이 유태교로, 부처가 태어난 인도에서는 힌두교가, 공자의 고향 중국에서 공자와는 무관한 공산주의가 성행하듯이 자신의 땅에서 인정받는 예언자들은 드물다.특히 우리가 성인이라 칭하는 위대한 인물들마저 그 땅에서 인정받는 일은 더욱 어려운 듯하다.
여기 한국의 웨딩 드레스 디자이너 이승진에게 딱 맞는 표현같아 인용해본다. 유럽인이 아닌 동양의 브랜드에게는 까다로운 바르셀로나 컬렉션의 심사위원들이 컬렉션에 참가해도 좋다는 허락을 내주어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웨딩 컬렉션에 참가한 이승진 스포사는 하루아침에 유럽 웨딩계의 신데렐라와 같은 존재로 떠 올랐다.
한국에서는 질이나 수공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외국 드레스에 치여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던 이승진 스포사가 웨딩 드레스의 본 고장인 유럽의 바이어와 프레스들에게 이렇게 많은 찬사를 받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제 땅에서 인정받을 예언자는 없나보다. 디자이너 자신도 확신보다는 탐험심과 의구심으로 문을 두드린 유럽 땅이다. 하루를 빌려입고 마는 드레스가 아닌 일생을 자신과 함께 할 웨딩 드레스이기에 구입까지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이승진 스포사의 드레스가 통한 것이다.
컬렉션이 끝나는 날부터 시작되는 전시회에 그야말로 그의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다시 축하를 해주려는 프레스에서부터 이탈리아, 레바논, 모스크바 등 각 대륙에서 온 바이어들로 북적거리는 부스는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공간을 더욱 비좁게 만들어주었다.
유럽 드레스 제작 공장이 많이 쇠퇴한 가운데 드레스의 종류는 두 가지가 있다. 중국의 저가 드레스나 혹은 아트리에의 고급 드레스 집들의 고가 드레스. 고가 드레스이지만 손이 많이 들어가는 드레스는 또 제작이 쉽지 않다.
이승진 스포사의 드레스는 유럽에서 만들어내기 어려운 손이 많이 가는 드레스들이다. 한국인 특유의 섬세한 손으로 유럽에서는 제작비가 엄청들어 쉬 손대지 못하는 드레스들로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고급 브랜드들의 드레스는 제작비보다는 브랜드 네임으로 비싼 것이고 이승진 스포사는 질과 제작에 많은 비용이 투자되었다는 것을 유럽 바이어들이 알아차린 것이다. 심플하고 드레이프 일색의 유럽 드레스에 크리스탈과 장식이 화려한 이승진 스포사 드레스는 확실한 차별이 있었다. 마치 이런 드레스가 유럽 마켓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필요했었는데 그 구색을 갖춘 드레스가 굴러들어온 격. 그러니까 틈새시장을 일부러 찾은 것이 아니라 내 자리라 생각하고 들어와 보니 틈새였던 것이다. 예상 밖의 유럽 시장 안착. 이승진 스포사만이 아닌 한국의 웨딩계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드레이프 · 물보라 · 패턴의 테크닉 강조
컬렉션에서 보여주는 트렌드로 드레스가 좌우되지는 않지만 드레스에도 확실한 트렌드가 있다. 드레이프와 어깨의 풍성함,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 같은 어플리케이션 사용, 소재의 장식 보다 패턴으로 바리에이션을 준 점 등이 눈에 띈다.유럽에서도 나라마다 취향이 다르고 각 나라에서도 지방마다 취향이 달라 웨딩에서는 트렌드보다는 취향을 디자인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있다.
웨딩 컬렉션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트렌드를 제시하는것 보다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어필하는 장으로 이용하는 브랜드들이 많다. 그럴듯한 분위기에 빠져 여성들에게 몇 번이라도 새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들의 최고의 목적이다.
다음은 이번 전시회를 빛낸 웨딩 드레스, 턱시도, 파티복을 중심으로 인지도가 있는 디자이너들을 추려보았다.

스페인 = 이광복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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