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라이프가 열어가는 신 소비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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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1 오후 6:22:17


모바일 생태계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최근 일어난 스마트폰의 열기가 군불 정도가 아니라 대형 화재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KT에서 도입한 아이폰의 가입자 수가 작년 12월 이후 4달 만에 50만명을 돌파해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뉴스나 SKT의 누적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5월에 100만명을 달성했다는 뉴스에서 보듯 이 대형화재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불쏘시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불구경(?)을 좋아하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이 대형화재는 갑작스러운 산불이 아니라 오래전 불씨가 생겨나 연속적으로 커지고 있던 불길이 가시화된 것일 뿐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원래 이 불이 처음 일어난 것은 디지털과 IT 기술이 본격화되던 90년대부터이고, 현재의 상황은 10여년 전부터 떠돌던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가 이제야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게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엄청난 파급효과가 한순간에 몰아닥치는 것이 경이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변화를 하나의 과정 속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꼭 강조하고 싶다.


변화의 패턴
큰 변화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이 하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큰 변화란 시대의 정의를 바꿀 정도의 규모와 범위를 가진 에너지, 테크놀러지,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를 말한다. 이런 변화들은 수십년에 걸쳐 완성되는데 흥미로운 패턴은 처음의 도입기, 1차 성장기, 잠복기, 2차 성장기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모바일 혁명이라고 부르든, 모바일 생태계의 도래라고 부르든 이 변화의 처음 도입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디지털과 IT의 시대가 시작된 90년대다. 이 도입기에는 이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점치는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신기술의 쇼크가 지배하는 시기다. 그러다가 실용적인 쓰임새가 확인되는 순간 1차 성장기가 온다. 한국의 경우 90년대 말부터 목도했던 벤처 붐과 IT 버블이 이 1차 성장기에 해당한다. 변화 자체에 엄청난 의미를 두는 것이 이 1차 성장기의 특징이다. 하지만 1차 성장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변화는 인간의 삶과 스타일에 충분히 적응되지 못한데서 오는 장벽을 만난다. 2000년대 초반 불거진 벤처 거품의 붕괴는 그래서 생성된 것이다. 그 이후 변화의 성장은 완만해진다.


하지만 변화 자체가 사그러드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변화를 위한 잠복기일 뿐이다. 이 시기에 많은 보다 실용적 진전들이 도처에서 실행된다. 2000년대의 지난 10여년간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디지털과 IT 시대의 작은 불들이 계속 일어나면서 더 큰 변화를 준비하던 기간이었다. 그리고 2006년의 트위터, 2007년의 아이폰, 2008년의 클라우드 컴퓨팅 등 속속 대형화재의 불쏘시개들이 등장하면서 2차 성장기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1차 성장기에는 새로운 기술이나 에너지의 신기하고 놀라운 특징이 강조된다. 하지만 잠복기를 거친 2차 성장기는 변화의 도입이 아니라 완성의 과정을 향해 나아간다. 즉 2차 성장기에는 그 새로운 기술이나 에너지가 어떻게 인간의 삶에 더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져 사람과 기술사이의 인터페이스, 그 기술을 생활 곳곳에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도입되는 것이다.


예컨대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우리가 열광하는 것은 아이폰에 도입된 신기술의 혁신성 때문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보여주는 아이폰의 활용도와 가능성 때문인 것이다. 디지털과 IT 기술은 이제 2차 성장기, 즉 본격적인 ‘적용기’에 도달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가 도입된 이후 수십년이 지나 ‘적용기’에 도달하면서 20세기 중반 이후 도시의 발달, 도로 건설, 주거지의 이전, 새로운 직업,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을 주도했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어떤 학자는 요즘 우리가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비만’의 문제도 자동차 생활을 하게 되면서 활동량이 줄어든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한 시대를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에너지의 파장은 깊고 넓다는 의미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것처럼 ‘스마트폰’ 하나에 열광하고, 거기에만 주목하는 것은 현재의 변화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 아니다.


모바일 라이프나 모바일 생태계라는 인식도 그러므로 온전한 것이 아니다. ‘모바일’의 강조는 디지털과 IT로부터 초래될 총체적 변화가 낳는 변화의 방향성으로 봐야 하고, 따라서 이 변화의 방향이 갖는 현실적인 의미를 통해 ‘나의 선택’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지 못하면 머리로 대강 ‘이해’는 하지만 행동을 끌어내는 진짜 ‘이해’는 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진화의 방향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많다. PC와 인터넷으로 해왔던 거의 모든 ‘행위’가 이동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친구와 수다떨면서,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면서 가능하다. 생활과 소비의 패턴이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기술적 진화는 ‘휴대가 가능한 디지털 기기’(스마트폰이 아닌 기기도 포함된다)의 활용성을 점점 더 높일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 스마트폰이 보여주고 있는 이동성의 지원은 ‘조족지혈’이라는 점을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만한 기술은 클라우드 컴퓨팅, 증강현실, 센서 테크놀로지 등이다. 이 기술들은 우리가 과거 슈퍼 컴퓨터와 인공위성, 그리고 초정밀 현미경이 있는 실험실 등에서 전문가들이 사용가능했던 일들을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작은 디지털 기기로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런 물질적 변화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그 물질적 변화를 받아들일 소비자의 욕구, 동기다. 이것이야말로 변화를 끌고 가는 에너지다. 아무리 첨단 기술도 소비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무용해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의 변화를 끌고가는 소비자의 에너지를 ‘자신의 문제를 중심으로 세상과 기술이 접근해오길 원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기존에 하고 있던, 혹은 앞으로 하게될 모든 일과 놀이를 개인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언제, 어디서든 해결하길 원하는 것이 바로 이 시대의 근본적인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기술은 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려 한다. 예컨대 얼마전 미국 오레곤주의 포틀랜드 시에서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저녁 8시무렵 대형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테러나 지진에 준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래서 모두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알아보려고 움직였다. 어떤 장치가 동원되었겠는가?


스마트폰, 트위터, 구글맵이었다. 식당에서, 산책하면서, 사무실에서, 데이트하면서 이 소리를 들은 포틀랜드 주민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디지털 기기들을 이용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꺼내들었고, 트위터를 이용해 온라인 즉석 미디어를 만들어 이 문제를 논의했고, 구글맵에 자신의 위치와 폭발음의 크기를 표시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많지 않은 강변의 공원에서 가스 파이프가 폭발해서 생긴 일이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시 당국도, 기자도, 경찰이나 911도 해결하지 못한 일을 사람들이 했고, 문제를 풀었으며, 그제야 편안해졌다. 비슷한 일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때도 일어났다. 화산재로 항공기 운항이 정지되면서 발이 묶인 관광객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기기를 이용해 문제를 풀려했고, 토론하고, 힘을 모아 즉석에서 친구들을 만나 육로 이동의 해결책들을 찾아내곤 했다.


자, 이런 이야기들을 현실적인 소비 패턴에 적용해보자. 상품을 사는 행위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는가? 무엇보다 오프라인 소비를 지속시켰던 힘은 많은 소비가 지난 20여년간의 디지털 IT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으로 보고’ 나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브랜드 샵, 편집매장, 로드샵 등은 이 불변의 패러다임에 의해 유지된다. 두번째 불변의 패러다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즉 판매자와 소비자의 소통에서 ‘맞춤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비스를 받으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어보고 판매원이 전해주는 정보와 판단의 근거들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조정해가면서 맞춤화하고, 그래야 만족도가 커진다. 이 두가지 불변의 조건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


내가 보기에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모바일 라이프의 소비에 대한 영향을 가늠하는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 보듯 휴대용 디지털 기기 덕분에 일상의 생활을 해나가면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난 다음 자신의 문제를 푸는 실제 행위(예컨대 구매)를 현장에서 웹과 접속해 이것저것(가격, 디자인, 사용후 평가) 따져보면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상 디지털과 IT의 ‘적용기’인 지금 기술발전의 방향은 분명 이런 문제를 더 쉽고, 간편하고, 용이하게 만드는 쪽으로 향할 것이다. 소비자는 ‘눈과 귀로 보고 듣고’, ‘따져보고 맞춤화’를 하면서 동시에 가상세계와 접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갈수록 그 과정이 쉽고 간편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 두가지 불변의 조건은 훼손되지 않으면서 소비를 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발상의 혁신적 전환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이미 익숙한 관행, 진행된 투자, 고객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이 경우 성공적인 사업자일수록 고민은 깊어진다), 소비자의 이탈이 당장 눈에 띄게 표면화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두에서 장황하게 큰 불(변화)에 대해 언급한 의미를 살펴주었으면 좋겠다. ‘적용기’에는 실제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1차 성장기보다 더 넓고 실질적이며 강력한 변화다. 모바일 라이프는 디지털과 IT가 초래한 혁명이 완성되는 과정이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고 사소한 것까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의미다. 이제부터는 미친 듯이 ‘적용’에 몰두할 때다. 세상에 나와 있는, 그리고 앞으로 나올 온갖 기술을 소비자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적용’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벌어질 싸움의 실체인 것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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