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서인국을 스타로 만든 대중의 힘
지난해 여름 전 국민을 상대로 열린 대대적인 스타 발굴 프로젝트 ‘슈퍼스타K’. 케이블 TV이자 뮤직 엔터테인먼트 기업 Mnet 미디어의 주최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어 71만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차례에 걸친 오디션은 케이블 TV를 통해 공개됐고, 케이블 TV 시청률 사상 최고인 8.47%를 기록했다. 보통 케이블TV의 인기 프로그램 시청률이 1~2%대를 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할 때 놀랄만한 수치다. 최종 회에서 1위를 선별하는 투표에는 16만여 명이 참여했고, 지지를 얻은 이들은 일약 국민 스타로 등극하는 기회를 안았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한 서인국은 대중이 선택한 가수로 인기를 얻으면서 혜성처럼 나타나 연예계의 이슈가 됐다. 대중의 힘이 한 사람의 평범한 인생을 비범하게 바꿨다. 연예기획사나 특별한 집단의 단독적인 의사로 키워지던 기존의 가수와는 달리 대중이 선택한 가수가 됐다. 때문에 데뷔와 함께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슈퍼스타K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의 대표적인 사례다. 대중의 지식, 관심, 능력 등 대중의 힘을 빌리는 크라우드 소싱이 최근 사회 전 분야의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내부의 역량 혹은 아웃소싱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내던 기업이 대중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효율을 강조하고 있다. 보편화된 컴퓨터와 모바일은 모두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경계가 사라진 프로추어 시대가 IT를 넘어 사회 전 분야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지식을 내 것처럼
크라우드 소싱은 기업 중심의 언어로, 내부 혹은 협력 업체가 아닌 대중의 힘을 빌려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업무 방법이다. 그러나 출발과 관계없이 대중이 주최가 되는 대중 중심의 활동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대중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보자는 의미이다. 크라우드 소싱의 방법은 대중의 지성을 하나로 모으는데 집중하는 통합적인 방법과 기업의 방향에 맞춰 선별해 내는 선택적인 방법으로 나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대중의 필요에 직접적인 상품으로 공급하기는 기회를 갖는다. 대중이 원하는 것을 공급해 적중률을 높이고, 대중 친화적인 기업으로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역할을 동시에 누리기도 한다. 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업은 기존보다 빠르고 활동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미국의 티셔츠 판매 사이트인 ‘Thread less’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올린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대중이 판단해 상품화 시키는 시스템으로, 아이템 제안과 선택 모두를 대중에게 맡기고 있다. 2주간의 평가를 거쳐 선정된 일부 작품을 상품으로 판매해 작가와 업체 모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회원이 50만명을 넘어서고 연간 매출이 4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이 업체의 직원은 고작 80명 내외. 크라우드 소싱 활용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효율 vs 혼동, 스크리닝 작업이 중요
크라우드 소싱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적인 운영을 꼽을 수 있다. 기업 내부에에 인력을 두지 않아도 되고, 아웃소싱 역시 불필요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소싱과 홍보, 매출이 하나의 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각각의 분야에 대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 누구에게나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에게만 주어지던 일이 대중에게 폭넓게 오픈돼,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목표와 방법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진행할 경우 크라우드 소싱이 오히려 브랜드와 기업의 이미지를 망가트리거나, 일의 혼동을 야기할 수 있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대중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다 보면 자칫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잃거나 방향이 빗겨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중의 의견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스크리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종 선택은 대중이 하지만, 전문가의 안목으로 방향성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슈퍼스타K에서 전문가들의 스크리닝 작업이 없었다면, 경쟁력 갖춘 실력자가 선별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또 진행 툴을 정돈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량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들어올 경우, 이를 필터링하는 작업에서 오히려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으로 오히려 비용을 많이 치러야 했던 미국 하인즈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인즈(Heinz)는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광고를 크라우드 소싱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내부 인력으로 필터링이 어려워 아웃소싱하게 되면서 비용과 효과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냈다.
24시간 온라인 환경이 대중의 힘 모은다
‘트위터(Twitter)’는 20명이 채 안 되는 직원이 이끄는 작은 회사이지만, 가치는 4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트위터를 만든 이들은 대중이 쉽게 참여하고 네트워킹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대중은 잘 만들어진 플랫폼에 기꺼이 참여해 기업의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트위터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자유로운 온라인 환경이 구성됐기 때문이다. 80%의 평범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나다는 ‘롱테일의 법칙’ 처럼, 크라우드 소싱은 80%의 대중을 직접적으로 비즈니스의 중심에 등장시키는 방법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에서는 1년에 한 두 권씩 팔리는 책의 매출 합이 상위 10%에 해당하는 밀리언셀러 합보다 크다는 것은 유명한 사례다. 이는 온라인 환경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온라인을 통해 방대한 상품 정보를 선보이는데 문제가 없고, 일년에 한 두 권 팔리는 책에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크라우드 소싱의 효과는 모바일의 발전과 비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크라우드 소싱도 하나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너무 생소하면 대중의 참여가 어렵고, 기업 중심의 사고방식이나 단계가 복잡한 작업 및 방법은 외면되기 쉽다.
반면 식상한 크라우드 소싱은 역시 대중의 호기심을 사는데 역효과를 낼 것이다. 대중의 말랑말랑한 지식과 마음을 모으는 작업인 크라우드 소싱이 기존의 인 소싱과 아웃 소싱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갈 것인지에 대한 답은 도전하는 기업들에게 달려 있다.
장영실 기자
jang@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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