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인프라(기반사업)와 미국에 대한 소비재 수출로, 오랜 불황으로부터 안정세를 찾은 일본 경제도 그 구조는 1991년의 버블경제의 붕괴와 급속하게 밀려든 글로벌화, 빠른 보급을 보인 IT화에 의해 크게 변화되었다. 10년 장기 불황을 통해 본 일본 패션 산업의 경쟁력을 살펴본다.
최근 10년간(정확히 말하자면 12년간) 대기업 은행이나 제조업의 인수합병, 과거 산업의 쇠퇴와 IT 관련산업의 대두 등 산업구조 변혁과 함께,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생활에서 윤택함이나 위안을 대표하는 정원가꾸기, 애완동물 기르기, 반신욕, 게임센터나 엔터테인먼트 등 인간의 마음과 기분에 관련된 마켓이 급성장해 왔다.
이와 같이 하드한 분야는 축소와 통합을 지향하고 반대로 소프트한 시장이 확대되면서, 당연히 패션유통산업의 구조나 머천다이징의 수법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12년간 일본의 불황은 사람들의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한 것이 아니었다. 지나친 버블 경기 후에 나타난 풍족함 속에서의 불경기였지 적어도 굶주린 사람(일부의 홈리스도 있었지만, 그들 중에서 굶어서 죽은 사람은 없고, 반대로 영양과다로 인해 당뇨병이 많다)은 없었다. 성숙한 사회 속에서의 불황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일본 패션시장의 꽃은 기획, 생산, 판매를 일괄해 한 기업에서 행하는 SPA 업태였다. 반대로 한국은 소매업보다 먼저 어패럴 산업이 대두되어 SPA에 근접하는 비즈니스로 일본보다 먼저 행해졌다. 일본에서는 제조업체, 의류업체, 도매업, 소매업 등의 기능이 나누어져 있었기 때문에 SPA의 출현은 비교적 새로웠다. 생산자 측의 이미지나 콘셉트가 명확히 고객에게 전달되기 쉽고, 또한 시장의 반응이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불황 속에서도 순이익을 얻기 쉬운 장점 때문에 SPA는 90년대의 주력 업태가 되었다.
셀렉트 숍(Select Shop)의 대두
주류를 이루고 있던 어패럴 제조업이나 소매업이 모두 SPA적인 형태로 비즈니스 포맷을 변형시켜 상품까지 동질화되어 버리는 현상을 낳았다. 자체 생산에서는 어느 정도 생산루트가 필요하지만 생산루트가 많아지면 기획은 필연적으로 그 당시의 주력 상품으로 집중되기마련이다. 자체적으로는 오리지널 상품이라고 해도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상품이 되어버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오리지널이라고 하는 이름을 단 동질의 상품이 시장에 넘쳐나게 된 것이다. 이에 동업간의 경쟁이 가열돼 가격경쟁, 할인경쟁, 서비스 경쟁 등 결실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통의 것을 특별한 이미지로, 압도적으로 싼 가격에 판매한다’라는 비즈니스 포맷을 만들어 낸 「유니크로」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그 「유니크로」를 쫓아 일본 캐주얼 패션 시장은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들어간 것이다. 속칭 ‘유니크로 현상’이다.
대기업 체인점은 모두 이 머천다이징 방식을 채용했으나, 「유니크로」가 사명을 걸고 만들어낸 이 시스템을 뛰어넘을 기업은 나오지 않았고 GMS는 차차 그 머천다이징으로부터 손을 빼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품경향의 일원화와 가격경쟁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은 작은 부티끄들이 시작했던 ‘셀렉트 숍(Select Shop)’이었다. 셀렉트숍은 오너, 바이어의 감성을 축으로 해외상품, 국내상품, 때로는 에스닉이나 구제 옷까지 들여오고 잡화까지 구비하는 등, 개성과 다양함 그리고 신선도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동질화와 가격경쟁이라는 매너리즘화된 시장에 식상한 풍부한 감성의 고객은 순식간에 셀렉트 숍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 것이다. 현재 유력 전문점이라고 불려지는 <십스(SHIPS)>, <빔스(BEAMS)>, <유나이티드 애로스(United Arrows)>, <베이크루스(Bay Cruise)> 등은 이러한 타입이 성장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과 라이프 스타일 숍
경쟁이 심해지면 스스로 강하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시켜 자기 존재를 확립해 가는 것이 마케팅 전략상의 일반적인 수단이다. 일본 요리점이 초밥집, 덴뿌라집, 야키토리집으로 전문 특화되고 한국 요리점이 삼계탕이나 냉면, 비빔밥 등 카테고리를 한정시켜 그 맛으로 승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정 카테고리나 캐릭터 또는 타겟을 특화해 집중화해 간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는 고객을 확보하게 되더라도, 반대로 일정 범위의 고객 수는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분의 경쟁력을 갖추더라도 고객 수를 감소시켜 버려서는 매출을 늘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세그멘테이션에 맞춘 새로운 라인을 부가함으로써 매출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의 하나가 라이프 스타일 숍이자 패밀리 숍이라고 하는 업태다.
야나기다 노부유키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