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패션업체들은 1992년 중국과의 국교 수교 이후 해외소싱을 시작으로 90년대 중반이후 내수유통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중국시장에 도전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소싱 중심에서 여성복을 비롯한 많은 한국브랜드들이 내수유통에서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0년, 우리 패션업체들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얻었는가? 그러나 성과를 얻었다기 보다는 상처가 더 심했다. 특히 최근 5년간은 잃어버린 5년이란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성공한 브랜드가 전무한 상태다.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낸 이후는 무엇인가? 필자는 지난 10년간 한국과 중국의 패션시장을 골고루 경험했다. 더욱이 중국시장 진출 이후에는 중국기업에서 근무하며 중국인의 시각에서 한국 패션업계를 바라볼 수 있었다. 중국인의 관점으로 본 한국패션의 중국진출 10년의 실패의 요인을 심층 분석해보았다.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의 성적표는 ‘D-’
지난 10년간 한국의 많은 패션브랜드들이 차이나드림을 꿈꾸며 중국시장을 줄기차게 들어갔다. 그리고 대부분의 많은 브랜드들이 쓰라린 결과를 남기고 돌아왔고 새로운 브랜드들이 다시 그 뒤를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이은 선발업체들의 실패의 반복 속에 후발업체들은 ‘공중증’까지 느끼며 이제는 중국시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까지 가지게 되었다. 중국 내수시장 도전 10년! 한국 브랜드들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국 브랜드들의 중국시장 도전의 결과와 문제점을 분석해 보았다.
10년 동안 쓰라린 상흔만을 남긴 이유
유럽 및 미국의 글로벌 브랜드들은 중국시장을 진입하기전 보통 3~5년의 사전 준비기간을 할애한다. 시간적 투자 외에도 저명한 컨설팅 기관에 컨설팅을 의뢰, 사전 충분한 조사를 하고 중국시장에 진입했다. 그들은 패션산업을 위한 기본 조건인 중국의 문화와 풍토는 물론 유통환경까지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그러한 컨설팅 이후에도 테스트 마케팅 등을 통해 컨설팅 결과를 자체 검증했다. 그런 연후에 그들은 확신이 섰을때 중국시장을 직진출하거나 실력있는 파트너를 찾아 함께 중국시장을 도모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의 패션브랜드들은 너무도 무모했다. 디테일한 컨설팅, 그리고 면밀한 테스트 마케팅도 없이 중국시장을 쉽게 진입했고 우리 스스로 ‘수업료’라는 신종 용어까지 탄생시키며 자위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보다 더욱 신중해야할 해외시장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조급했었는가? 또한 보다 더욱 어려운 해외시장을 우리는 왜 그렇게 쉽게 생각했었는가? 결국 우리 한국 브랜드들은 중국 유통시장에 대한 이해없이 뛰어든 무모함의 결과로 지난 10년 톡톡한 대가를 치렀다.
파레토 법칙 무시한 한국 브랜드
중국은 22개성, 5개 직할시 등의 넓은 영토이며 지역별 편차가 커서 신규 브랜드가 전중국내 입지를 구축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브랜드 로열티가 강한 중국인들의 마음을 조기에 바꾸기 역시 쉽지않다. 이러한 중국시장 특수성 때문에 중국시장에서는 철저히 비용사용의 파레토 법칙을 무시할수 없다. 비용사용의 파레토 법칙은 중국진출시 초기 1,2년차에는 전체 투자예산의 20% 이상을 사용해서는 안되며 본격적으로 시장 볼륨화 단계인 3년차 이후에 80% 이상의 비용을 사용해야한다는 중국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비용사용의 법칙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은 중국의 로컬 브랜드들은 물론 홍콩, 대만 등 화교권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들 역시 철저하게 준수했다. 그들은 중국시장 초기진입시 판관비를 비롯한 모든 비용을 최소로 사용했다.
하지만 한국 브랜드들은 이러한 법칙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특히 사무실, 창고 등 각종 임차료와 주재원 체류관련 비용 등 영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비용 사용에는 너무도 관대했다. 반면 마케팅과 같은 직접적인 영업관련 비용 사용에는 너무도 인색했다. 일전에 중국시장 진출 2년도 채 안돼 한국으로 철수한 모 여성복 브랜드 사례를 보면 그 브랜드의 사무실은 상해 중심부에 100평이나 되는 넓은 평수, 법인차량은 고급승용차 2대, 그리고 주재원수는 불필요하게 많았다. 결국 이 브랜드는 어느정도 입지를 구축하기도 전인 2년도 채 안되어 철수를 결정하고 말았다. 아마도 일전에 이 브랜드와 같은 비슷한 경험을 한 브랜드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중국시장 2~3년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을 알기 시작할 무렵, 투자비용이 20%도 채안남아 눈물을 머금고 한국으로 돌아가야했던 그 아픔을 겪은 이들은 그것을 ‘恨’이라고 표현을 한다. 반응이 늦은 중국시장에서는 철저하게 초기진출시 비용사용의 파레토 법칙을 준수해야한다.
글로벌 인재 있어도, 글로벌 기업은 없다
중국시장은 또 하나의 세계 패션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전세계의 많은 브랜드들이 진입한 글로벌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패션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시장에 익숙한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
한국 패션업계 역시 90년대 초반부터 줄기차게 중국시장을 진입하였기 때문에 디자이너, MD 등 한국 패션산업의 전략분야는 물론 영업, 소싱 등 많은 분야에서 이미 중국 자국민 이상의 노하우를 갖춘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중국 패션업체들은 한국 디자이너, MD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 중국 브랜드에서 높은 처우를 받고 근무하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 및 MD들이 늘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이기도 하다.
또한 항주, 우시 등 한국 브랜드들이 조기 입지를 구축했던 지역의 주요 백화점의 핵심 Floor를 한국 백화점으로 착각할만큼 한국 브랜드들을 집중적으로 유치시킨 유능한 유통전문가들도 있다. 그리고 90년대 초반 「데코」 「온앤온」 등 중국진출 선발 브랜드에서 소싱을 담당하다가 독립하여 자체 공장을 운영하며 이미 15여년 이상 중국소싱 노하우를 체득한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 면면을 보면 한국 패션업계가 중국시장에서 글로벌 인재가 없다는 말은 어패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재들이 결속을 하여 큰 힘을 내고 있는 일본 패션브랜드와는 달리 우리의 인재들은 각자의 개성이 너무도 강했다. 한국에서도 결속이 잘 안되는 디자이너와 MD들간의 의견차이, 그리고 유통전문가들은 회사를 떠나 자체 브랜드를 만들거나 철새처럼 많은 브랜드를 오가기에 바빴다. 소싱전문가 역시 근무하던 브랜드를 버리고 독립하여 자신의 공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 패션업계의 전문가들은 산산이 흩어지고 결국 글로벌 패션기업의 꿈도 그들의 행보처럼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중국법인에 대한 신뢰 부족했던 한국 본사
해외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열쇠는 본사와 해외 현지법인 간의 상호 신뢰다. 중국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많은 유명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법인을 철저하게 신뢰하였고 이러한 신뢰는 곧 중국시장에서 많은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현지밀착형 인력시스템을 운영중인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중국법인의 법인장을 자국민이 아닌 중국인에게 맡기고 있다. 패스트푸드 산업으로 중국내 최고의 입지를 구축한 KFC는 중국법인장을 중국인 王大东에게 맡기었고 그는 지금의 중국 KFC의 신화를 일구어냈다. 하지만 한국의 패션업계는 중국인도 아닌 자국민을 파견하여 법인을 맡기면서도 내심 불안해했다.
일부 한국본사는 중국법인에 대해 늘 신뢰보다는 불신을, 신망보다는 경계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쌍방간의 불신의 벽은 중국사업 실패의 중요한 요인으로 이어지게 됐다.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은 타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한국 본사는 더더욱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했고 그들에게 중국사업을 맡긴 이상, 끊임없는 신뢰를 주어야했다. 하지만 일부 브랜드들은 그러한 신뢰보다는 불신의 시선을 보냈고 소위 ‘리모콘 경영’으로 현지법인의 기능을 무력화 시켰다. 이러한 시각을 인지한 그들 역시 생존을 위해 한국 브랜드를 외면한 것은 아닐까?
다가올 10년, 어떻게 도전할 것인가
중국시장에서 성공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사례속에서 우리는 해답을 연구해야한다. 특히 북유럽 브랜드인 스웨덴의 H&M, 덴마크의 온리, 베로모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들은 현재 중국시장에서 만큼은 세계 패션의 원조인 지중해 연안의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패션 선진국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들이 중국시장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그들은 상품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H&M, 온리, 베로모다는 물론 자라 역시 공통적인 것은 연중 지속적인 기획을 통해 신상품 발주후 2주안에 기획, 생산, 유통까지 이어질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토대로 그들은 중국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매장에 공급할수 있었다.
둘째 그들은 중국내 경쟁력있는 소싱처를 구축하였다.
그들은 중국시장에서 일찍부터 중국내 소싱처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러한 소싱우위로 원가를 낮추고 높은 마크업을 확보하여 백화점의 세일 및 각종 유통규제 등이 많은 어려운 중국 유통구조속에서도 생존 할수 있었다.
셋째 그들은 철저하게 현지밀착형 유통전략을 구사했다.
그들은 중국시장에서 자사브랜드의 아이템을 팔기에 앞서 인재를 사려했다. 덴마크 베스트셀러사의 온리, 베로모다 역시 우수한 대리상들의 역할로 중국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수 있었다. 베스트셀러는 유능한 대리상들이 수익을 낼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만들어 그들에게 상품을 공급했고 대리상들은 본사 계획대로 중국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내었다.
중국 내수시장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도 인프라를 갖추어야한다. 중국시장에서 최근 지속적인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한국 패션브랜드에게 시급한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로 북유럽 브랜드의 성공 사례처럼 우리 역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물론 유럽 및 미국 브랜드와 동일한 시스템 구축은 한국의 패션업계 컨디션에서는 다소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브랜드의 컨디션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중국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은 필요하다.
둘째 글로벌 인재의 결집이 필요하다.
중국시장에서 오랜 기간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이랜드와 최근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베이직하우스의 중국시장 성공의 비결은 무엇보다도 핵심인재들이 각 방면에서 힘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트렌드와 패턴에 익숙한 디자이너와 MD, 그리고 중국 소싱공장들을 효과적으로 컨트롤 할수 있는 소싱전문가, 그리고 중국내 핵심매장의 주요 스페이스를 확보할수 있으며 중국 백화점 바이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유통전문가들이 바로 그들의 중국사업 성공을 이끌어가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재들의 결집이 필요하다.
2010년 상해 엑스포로 본격적인 거대 내수시장의 탄생이 예고되는 중국. 비록 한국의 패션업계는 지난 10년의 기록이 초라하지만 이제 다가오는 10년에는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에 편승하여 중국내 성공적인 입지를 구축, 글로벌 패션강국이 되는 계기를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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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해답은 향후 중국시장내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및 글로벌 인재의 결집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시장! 지난 10년은 우리 패션업계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지만 많은 교훈도 주었다. 이제 우리 패션업계는 중국시장에서 지난 10년의 기억을 발판삼아 향후 10년 힘찬 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진환 준위유한공사 이사․중국 패션유통취업과정 총괄프로젝트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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