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력 갖추고 지속성장 로드맵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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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5 오후 3:40:05

최근 국내 패션시장은 럭셔리 브랜드에서부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SPA 브랜드에 이르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상품력과 대형 점포, 막강한 마케팅력으로 무장하고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여기에 국내 패션유통의 중심인 백화점 마저 국내 브랜드는 홀대하는 반면 해외 브랜드에는 온갖 혜택을 베푸는 탓에 국내 패션업체들은 ‘글로벌’이란 새로운 선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 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국 패션업체의 글로벌화는 사전 준비 부족과 전문인력 부족, 수익관리 부재 등 갖가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패션인사이트>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을 살펴봤다. 현지시장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 해외시장을 진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패션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소비재 산업이기 때문에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과 체형, 지형과 기후 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역사와 문화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패션은 라이프 스타일 관련 산업이기 때문에 문화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시장에 신규 브랜드를 출시한 모 패션업체는 중국 정부에서 금기 시 하는 숫자를 브랜드 이름에 넣었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한국시장은 국토가 좁고 교통통신이 발달했기 때문에 직영점이 일반적이다. 또 대리점도 위탁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은 세일즈 렙을 통한 홀 세일이 발달돼 있으며, 중국은 대리상들이 막강한 권한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역별 산업 특성에 대한 인지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시장에서 여성복은 광동성 선전과 저장성 항저우가 중심 도시이며, 캐주얼과 스포츠웨어의 중심은 푸젠성이다. 또한 남성복은 저장성 닝보가 중심이다. 한국 패션업체들은 대부분 상하이에 자리잡고 있지만, 사실 중국 패션업체 가운데 상하이에 위치하고 있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현지 지역에 대한 이해는 향후 현지화 과정에서 고급 인력의 채용이나 소싱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핵심 인력 양성·현지화 중요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은 전문인재 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인재는 그만큼 초기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풍부한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 주기도 한다. 파리를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우영미 「솔리드옴므」 대표도 사람 때문에 10년을 고생했으며, 지금도 프레스와 커머셜 부문을 관리해줄 전문인력에 대해 부족함을 느낀다고 한다. 매출 300억원 미만의 규모에서는 유능한 사람을 채용할 수도 없고, 마땅한 사람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디자이너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트디렉터, 커머셜 디렉터, 스타일리스, 프레스 담당, 광고 등 부문별 현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영미 대표의 주장이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에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하며 문화적인 측면은 물론 패션사업 전반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중국시장에 진출한 후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국 기업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대부분브랜드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을 데려다 현지 책임자로 앉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면적이 좁은 한국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최소 임원이 나서야 해결이 되는데, 말과 문화가 다른 중국에서 중국말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중국사업을 맡기는 것은 처음부터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다. 아이디룩에서 20여년간 근무한 후 최근 중국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재성 사장은 “과거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때 상황을 되짚어보면 이해가 빠르다. 그들은 처음부터 인력은 책임자급부터 한국 사람을 채용했으며, 한국 책임자가 일을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투자했다. 현지화의 핵심은 국내 인력을 파견하는 것이 아닌 메커니즘의 현지화에 있다.” 현지 주류사회와 호흡하라 중국 상하이에서 여성복 「애니드」를 전개중인 윤경철 사장은 화이화이루 중심에 본사를 두고 있다. 대부분 한국 패션업체들은 우중로에 위치하고 있지만, 윤 사장은 물류창고까지 시내에 두고 있다. 윤 사장은 “현지화는 문화의 대한 이해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들과 늘 호흡하는 공간에서 일해야 한다. 사실 우중로에 비해 화이화이루 사무실 임대료는 큰 차이가 없다. 또 디자이너 등 현지의 우수한 경력사원을 채용하기 위해서라도 위치가 중요하다. 해외시장에 진출했으면 현지 주류사회와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지 또 다른 ‘코리안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중로를 벗어나는 것이 중국시장에 진출한 한국 패션업체의 또 다른 과제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지 소싱 기반은 수익관리의 출발점 패션사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적기에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에 소싱 기반을 갖춰야 한다. 특히 소싱 기반 현지화는 수익관리와 직결된다. 중국시장을 진출할 때 생산기반이 취약한 한국産 제품을 가져가서는 이익창출이 어렵다. 또 일부 럭셔리 브랜드 외에는 가격경쟁은 필연적이다. 유행에 맞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싱해 적기에 매장에 공급할 수 있는 소싱기반은 글로벌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최근 중국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트윈키즈」는 전체 물량의 50%를 자체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산둥성에 위치한 직영공장을 통해 생산을 직접 컨트롤 함으로써 소비자는 만족하고, 본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남기는 윈-윈 구조를 만들었다. 여성복 르샵 역시 베이징 직영공장을 비롯 상하이와 광저우에 소싱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 24개점인 중국 유통망을 연말까지 60개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화에 대한 오너의 분명한 의지 글로벌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 패션업체들은 규모가 크지 않고 투자 여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짧게는 한 두 시즌, 보통 2~3년 추진해 본 이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진출시장인 중국에는 현재 70여 개 패션업체가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랜드처럼 10년 이상 투자한 이후 빛을 보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단기간에 판단해 버린다. 준비가 안 된 기업은 진출 자체를 하면 안 되겠지만, 일단 진출했다면 오너나 최고 경영자가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사 결정권이 없는 직원을 앉혀놓고 리모콘처럼 조작해서는 절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성주 「MCM」 회장은 “글로벌 사업을 성공하려고 한다면 오너가 직접 전면에 나서서 진두지휘 해야 한다. 지시를 하더라도 현지시장에 대해 경험한 후 지시해야 한다”라며 징기스칸의 정벌론을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트윈키즈」도 지난해를 고비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문일우 사장은 “중국시장에 대한 성장잠재력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에 뜻을 굽히지 않았다”며 오너의 의지를 강조했다. 선점이 아니라 지속성장이 중요하다 글로벌 사업도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도 하지 못하면서 일단 깃발부터꽂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진출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 프리뷰 인 상하이의 영향으로 많은 국내 패션업체들이 중국시장과 인연을 맺었지만, 사전 준비가 부족하고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과 돈만 낭비하고 철수한 사례도 선점에 대한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됐다. 「폴햄」을 전개중인 박재홍 사장은 “지속가능성은 사회적 측면과 재무적 측면, 두 가지를 동시에 봐야 한다. 전자는 성장의 보람에 대해 구성원들의 가치가 공유되느냐가 중요하고, 후자는 시장점유율(MS)의 확장과 이익이 중요하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기본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하며, 이를 통해 기업의 프레임(frame)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성숙도에 맞는 단계적 진출도 검토해야 한다. 무조건 직진출하기 보다는 기업의 경제규모와 투자여력, 수익구조를 따져본 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중국사업은 초기보다는 볼륨화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자금부담이 늘어나므로 이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 진출=자금력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규모의 경제력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는 소싱력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투자여력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 디자이너들 또한 초창기 패션쇼만진행할 때문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컬렉션 이후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성훈 파비즈 대표는“일본 「겐조」가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유럽 자본과 결합한 것을 보더라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단계에서는 자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베이직하우스」를 전개 중인 우종완 사장은 “유통망이 100개점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고민이 많았다. 무엇보다 현금 회수 시간이 늘어나고 투입 자금이 늘어나면서 자금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베이직하우스」는 최근 중국시장에서 이랜드에 이어 또 하나의 성공모델을 만들고 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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