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준 제시앤코 사장은 최근 한국 패션업계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얘기할 때마다 1순위로 거론된다.
이 회사는 2년 전 디자이너와 MD, 모델리스트 등 상품기획과 관련된 핵심부서를 모두 중국 상하이로 이전했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소싱을 강화하기 위해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영업을 위한 법인을 세운 사례는 많았지만, 상품 관련 부서를 모두 옮긴 사례는 없었다.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넘어 다소 위험하지 않냐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전 사장은 당장 눈앞에 닥친 고민이 아닌 최소 5년 뒤를 바라본 준비라고 말했다. 최근 체결이 현실화된 한-EU FTA가 시행될 경우, 유럽의 저가 브랜드의 공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가격경쟁력이 부족한 한국 브랜드의 설 곳은 더욱 없어진다는 위기감도 한 몫 했다고 한다.
“사실 지난 2년간 투자된 자금이 적지 않다. 사무실과 샘플 공장 등 하드웨어 관련 비용 외에도 인력을 구성해 정상 궤도로 올리기까지가 쉽지 않았다.”
현재 상하이에는 샘플 공장 인력을 포함해 모두 120명이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24명이다. 자체 공장에선 연간 50만장을 생산하고 있다.
“확실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패션 사업은 디자인과 소싱력이 가장 핵심이며 이를 위한 최적의 장소를 선택했다. 서울에서 한국 디자이너들로만 구성한 팀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상품력은 디자인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향후에는 소싱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시뉴욕」은 중국 내수 시장에도 매장을 개설하고 있다. 1월 현재 26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60개점, 내년까지 120개점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전희준 사장은 ‘제시앤코는 디자인 회사’라고 말한다. 누가 봐도 경쟁력 있는 디자인과 가격을 확보할 수 있다면 판매는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마켓에서는 상품기획과 리테일이 분리돼 있음에 따라 ‘디자인과 소싱’에 대한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사업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시장 환경과 유통방식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국에서 디자인하고 생산한 상품은 한국에서는 직영과 위탁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미국에서는 세일즈랩을 통한 홀세일로, 영국에서는 디자인을 제안해 수주를 받는 ODM으로 진행하고 있다. 복잡하지만 디자인과 소싱이란 핵심 무기가 안정된다면 어떤 모델에도 적응할 수 있다. 시장이 확대될수록 디자인 개발과 소싱에 대한 비용은 낮아지고, 경쟁력은 높아진다.”
전 사장은 글로벌 마켓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선기획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프로세스 재정비가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9년째 함께 일하는 디자인실장과 6년 이상인 팀장 등 핵심 인력이 안정됨에 따라 기획적중률을 높일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집중 투자를 통해 상품기획과 소싱 기반이 안정되면서 유통망 확대를 통해 외형성장을 추진한다는 것이 전희준 사장의 향후 비전이다. <정인기 기자>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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