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패션 코리아(Global Fashion KOREA, 이하 GFK)’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GFK는 한국 패션산업이 가진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의미이며 △한국 브랜드의 해외진출은 물론 △해외 패션기업 및 브랜드 인수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국내 패션인력의 해외진출 등 다각적인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GFK는 국내 패션시장의 환경변화와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한동안 맹위를 떨쳤던 ‘글로벌 SPA 기업들의 약세’도 한국 패션업체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H&M」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기업들은 올 들어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신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가 패스트 패션의 강세로 인해 ‘가격 파괴’는 이미 일반화 됐다. 따라서 더 이상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글로벌 소싱을 기반으로, 유행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 여기에 현지(local)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마케팅 전략 등 한국 패션산업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unique) 경쟁력을 구축한다면 ‘글로벌 패션 코리아’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폴햄」 「코데즈컴바인」 「테이트」 「버커루」 등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는 해외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인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성복 시장은 「숲」 「르샵」 등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최근 어덜트 시장에서 성장한 「여성크로커다일」 「지센」 등은 어떻게 영(young) 시장으로 중심축을 확장하느냐에 따라 GFK의 실현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랜드 중국 매출 1조 돌파 … 대기업 중심 본격 진출 예고
이랜드 그룹, 베이직하우스, 이엑스알, 트윈키즈 등 중국시장 선점 기업들의 가시적인 실적도 GFK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랜드 그룹은 올해 8500억원의 매출에 이어 내년에는 1조원 이상의 외형이 기대된다.
선발업체의 성과에 따라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SK네트웍스 등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중국시장 공략이 예상된다. 제일모직은 올 하반기부터 중국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으며, LG패션은 「헤지스」 라이선스 진출에 이어 최근에는 상하이 핵심상권에 800㎡ 규모의 「TNGT」 매장을 오픈하는 등 파격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코오롱은 중국 법인장 경험으로 ‘中國通’으로 통하는 백덕현 대표가 본사 대표이사로 복귀함에 따라 「잭니클라우스」 「코오롱스포츠」 등의 적극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 인수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성주 그룹의 「MCM」 본사 인수와 휠라코리아의 글로벌 휠라 인수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특히 이로 인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실현되면서 ‘제조업과 유통’에 머물던 패션산업에 대한 인식이 ‘브랜드 비즈니스’ 단계로 올라서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성주 회장은 “패션산업은 대표적인 문화산업이며, 문화산업은 21세기 뉴 캐피털이다. 한국은 브랜드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패션 자본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해외 브랜드 수입을 통한 학습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이제는 자본이 있는 기업들이 나서서 해외 유망 브랜드를 사들이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며 브랜드 비즈니스를 강조했다.
정부도 GFK 실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Global Brand Project)’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1차로 12개 대상 브랜드를 선정해 사업을 수행 중이다.
국가 경쟁력 차원의 유통업체 인식전환 절실
GFK 실현을 위해서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의 패러다임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 패션업체들의 주문이다. 백화점의 품격과 MD 전략 차원에서 해외 브랜드를 ‘모셔와야’ 하겠지만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내셔널 브랜드가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상생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저가 SPA 브랜드에까지 20% 안팎의 판매수수료를 받으면서 입점시키는 것은 국내 패션산업의 성장기반을 위협하는 행위다. 판매수수료 15% 이상의 차이는 원가에서 50% 이상의 경쟁력 차이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니클로」 등 해외 리테일 기업들의 진출은 ‘브랜드’가 아닌 ‘리테일’로 인식해야 하며, 이들은 멀지 않아 ‘패션 전문 리테일’로 국내 유통업체들의 경쟁업체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일본 내 유니클로는 긴자점에 「유니클로」와 「UT」 등 유니섹스 캐주얼 외에도 「쟈지(ZAZIE)」 「엔라시네(enracine)」 등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 전문 리테일러로서 모습을 가시화시키고 있다. 결국 글로벌 SPA 브랜드에 대한 ‘파격적인 특혜’는 한국 패션기업에게는 물론 유통업체에게도 ‘공격 화살’이 돼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일본 유통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패션업체와 어떤 형태로 상생 경영을 펼치는지 벤치마킹 해야 한다. 유통업체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절실하며, 이를 위해서라도 GFK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