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셔츠의 간단한 구조
티셔츠가 왜 티셔츠가 되었느냐면, 옷의 모양이 T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T셔츠가 되었다고 한다. 몸통이 들어갈 부분이 그냥 통 같은 튜브 모양으로 하고, 거기에 두 팔이 들어갈 작은 튜브 모양을 붙여서 만들어지는 옷이다. 다른 서양의 옷들이 몸의 모양을 따라가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는 데에도 불구하고 티셔츠만큼은 사람의 몸을 별로 따르지 않고 자기 멋대로 생겼다. 만들기는 더 없이 쉽다.
팔이 몸통에 직각으로 붙은 모양의 천을 앞뒤로 붙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옷을 입으면 몸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옷과 몸 사이에 여유가 그런 차이들을 어렵지 않게 커버해서 몸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애초에 사람의 몸에 꼭 맞게 디자인 된 옷이 아니니 옷을 입는 사람이 마음대로 대충(?) 걸쳐 입어도 누가 뭐랄 것도 없다.
그런 융통성을 가진 점에서 티셔츠는 우리의 한복과 많이 닮아 있다. 그리고 이런 편안함 때문에 티셔츠는 요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편하게 입고 있다. 옷이 만들어진 원래의 개념을 보면 티셔츠를 가장 잘 입는 방법은 별 다른 생각 없이 그냥 막 입는 것이다.
어차피 멋 있으라고 만들어진 옷이 아니기 때문에 갖은 치장을 하고, 다른 옷들을 세심하게 맞추어 입을 필요는 없다. 여유로 가득 차 있는 옷이기 때문에 오히려 멋을 부리지 않으면서 멋을 부리는 것이 티셔츠를 입는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만 활용하면 오히려 그 어떤 옷보다도 쉽게 입을 수 있고, 다른 옷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옷이기도 하다.
티셔츠의 가능성
과연 그러한지 먼저 상의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티셔츠의 가능성들을 한번 살펴보자. 상의에서 중요한 것들은 목선, 어깨의 곡선, 허리선 등이다. 상의의 상태를 살펴 볼 수 있는 중요한 체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 티셔츠는 이 세 가지 부분들이 모두 덤덤하다. 목선은 라운드나 V넥 등이 거의 전부이고, 어깨선은 각지거나 과장된 것 보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허리 라인이 잘록하게 들어갔으면 티셔츠는 T셔츠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허리가 들어가고 목선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티셔츠도 나오긴 하지만, 티셔츠의 오리지널한 모습은 상의에서 체크해야 할 모든 요소들을 그냥 덤덤하게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 덤덤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티셔츠는 정교한 입체 재단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티셔츠는 그냥 펑퍼짐하게 생기기만 한 무미건조한 옷일 뿐일까? 사실은 정반대다. 티셔츠 만큼 변화를 많이 줄 수 있는 옷도 없다. 단지 그 변화는 티셔츠의 어떤 부분이 아니라 넓고 평평한 몸통 전체에 줄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옷과 다르다.
이렇게 보면 사각형 모양에, 넓게 하얗게 비어있는 티셔츠는 캔버스나 하얀색 도화지와 다를 게 없다. 무엇을 만들 수는 없지만 무엇이든 그려 넣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티셔츠는 다른 어떤 옷도 가지지 못하는 무한한 표현 공간을 독점하고 있다고 할 만 하다.
하지만 티셔츠의 이런 특징들은 패션 디자인에 보다는 그래픽 디자인에 더 가깝다. 물론 옷의 색깔 조화나 스타일 면에 있어서는 충분히 또다른 패션의 범주 안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티셔츠에 들어가는 시각적 이미지는 전적으로 그래픽 디자인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그냥 헐렁하게만 생긴 것 같은 티셔츠가 하늘같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데에는 다른 옷이 갖지 않는 이런 표현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티셔츠 잘 입기
그런데 형태가 헐렁하고 그래픽 디자인적 효과가 강한 것이 티셔츠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러한 티셔츠를 보는 게 아니라 입는다. 그래픽 효과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옷인 이상은 티셔츠도 다른 여러 옷들과의 관계 속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각적으로 강렬하면서도 헐렁하고 편안한 티셔츠를 어떻게 하면 잘 입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티셔츠의 특징은 한 마디로 헐렁하다. 그런데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헐렁한 상의에 헐렁한 하의로 대응한다면 어떨까? 타이트한 옷을 위, 아래로 입어도 엣지(?)가 날까 말까 한 판국에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것은 패션적으로는 자살행위(?)이다. 헐렁한 옷을 입을 때는 항상 ‘대비‘의 원리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까 한쪽이 헐렁하면 한쪽은 반대로 아주 타이트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헐렁한 티셔츠를 입었다면 그 아래에는 레깅스나 스키니 진처럼 다소 타이트한 바지를 입거나, 아주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으면 티셔츠와 대비 효과가 생겨서 오히려 다리가 실제보다 더 길고 날씬해 보일 수 있다. 나아가 헐렁한 티셔츠에 숨겨진 몸매도 황금 비례로 보일 수 있다.
몸에 쫙 달라붙지는 않더라도 티셔츠를 다소 타이트하게 입었을 경우에는 또 다른 대비 효과를 꾀할 수 있다. 티셔츠에는 그래픽 효과도 많이 들어가고, 모양도 단순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볍고 활발해 보인다. 여기에 풍성하면서도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하의를 하나 받쳐 입게 되면 대비 효과가 일어나서 옷 전체에 무겁지 않으면서도 단아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고답적이지 않으면서도 고전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무겁지 않으면서 세련되어 보일 수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은, 헐렁한 티셔츠를 조금만 손을 봐주면 몸매가 타이트하게 드러난 것보다 더 섹시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셔츠의 허리 부근을 허리띠로 조금만 묶어 주면, 일자로 내려오던 티셔츠에는 단박에 S라인이 생기면서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더욱 배가 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너무 단순해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티셔츠지만 이 안에서도 역시 대단히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고, 어떻게 입는가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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