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빅3, 젊은 소비층 잡아 미래 성장동력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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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2 오전 10:39:49

“젊은 소비층을 잡아라.” 최근 백화점 업계의 최대 화두다.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의 젊은 소비층의 확보가 앞으로 백화점이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를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매출의 주축 세력인 30~50대 기혼 여성의 소비 규모는 점차 축소하는데 반해, 차세대 성장 동력인 20대 소비자는 몰(mall) 등의 신유통 업태와 사이버 쇼핑몰 등으로 이탈속도가 큰 것에 따른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들마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이들을 잡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와 전략을 쏟아내고 매장 구색(MD) 개편 또한 이들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 패션 강화에 ‘생존’ 달렸다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영 패션 강화에 올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탈하는 젊은 소비자를 잡지 못할 경우 향후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지난 5년간 백화점이 18% 성장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사이버 쇼핑몰은 284.6%나 매출이 급증했다. 의류·패션 부문만 놓고 보더라도 사이버 쇼핑몰은 2004년 1조5831억원에서 지난해 2조995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반면 백화점 의류 시장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출점으로 인한 매출 증가분을 감안하면 실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사이버 쇼핑몰의 주요 고객이 20~30대 젊은 층인 것을 감안하면 백화점의 미래 수익원인 이들이 백화점을 외면할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백화점들은 무리수를 두더라도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손쉽고도 강력한 방법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자사에만 입점시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패션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했던 롯데와 신세계간의 신규 점포 입점 문제도 여기서 촉발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몇 차례 불거진 백화점간의 분쟁에서도 젊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 캐주얼과 캐주얼 브랜드가 집중 타깃이 돼 곤욕을 치러야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젊은 소비자층에 인기를 얻는 브랜드가 경쟁 점포에 입점하면 곤란하다는 입장에서였다. 또 젊은 층 소비자를 잡기 위한 하드웨어 구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신규 출점은 물론 기존 점포도 증개축과 리뉴얼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부산 광복점과 청량리 역사점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신세계는 영등포점과 의정부 역사점을 준비하고 있고 현대백화점은 일산 킨텍스, 대구, 서울 양재동, 청주, 아산, 광교 신도시 등에 2015년까지 6개점을 신규 출점할 계획을 밝혔다.



영 패션 늦둥이 현대, 공세 강화

롯데와 신세계가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에도 잠잠하던 현대백화점이 최근 공격의 깃발을 올리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럭셔리 백화점’ 이미지를 고수하며 젊은 층 공략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적게 뒀던 현대백화점은 과거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영 패션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매입본부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달 17일에는 여성 캐주얼 팀을 여성 의류와 영 패션팀으로 이원화하고 유연삼 여성 캐주얼팀장(부장)을 영 패션팀장으로 발령했다. 첫 번째 신호탄이 지난 8월 21일 신촌에 문을 연 유플렉스다. 기존 신촌점 옆에 별관 형태로 문을 연 ‘유플렉스’는 영 패션을 특화한 전문관이다. 지상 12층 지하 7층에 영업면적 1만㎡(약 3000평) 규모다.

유연삼 현대백화점 영 패션팀 부장은 “10~30대 젊은 층을 강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영 패션 전문관을 오픈했다”며 “지금까지 현대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쇼핑 공간과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포 리뉴얼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유통 시장의 핫 이슈로 떠오른 서울 서남부 상권에서는 빅3 모두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이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 현대백화점 목동점이 6월 12일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명품 백화점 이미지를 굳힌 압구정 본점에도 칼을 댔다.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지하 2층에 있었던 중장년 여성 매장을 3~4층으로 옮기고 이 자리를 여성 캐주얼, 진 캐주얼, 구두, 란제리 등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매장으로 대폭 물갈이했다.



신세계, 영등포서 일전 치른다

신세계는 영등포에서 일전을 시작했다. 기존 영등포점이 롯데 영등포점과 현대 목동점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3000평)여서 경방필백화점의 위탁 경영을 맡아 4만3306㎡(1만3060평) 규모로 거듭났다. 지난해 8월 문을 닫고 1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 9월 16일 문을 열었다.

새로 개장된 영등포점은 일단 규모부터 그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또 「루이비통」 「불가리」 등 20여개의 해외 명품 브랜드도 입점했다. 서남부 최대 복합 쇼핑몰인 경방 타임스퀘어의 흡인력을 등에 업고 경쟁 점포를 앞도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차별화된 매장 구성을 위한 편집숍도 눈길을 끈다. 동대문과 홍대입구 등지에서 활동해온 디자이너들을 한데 모은 편집 매장 ‘픽앤추즈(Pick N Choose)’가 바로 그것이다.

픽앤추즈는 7명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모여 디자이너별로 10~30대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각각 10~30종씩 선보인다. ‘픽앤추즈’의 특징은 월별로 강점이 다른 디자이너들이 한 데 모였기 때문에 겨울에는 모피, 2~3월에는 니트, 4~5월에는 원피스, 6~7월에는 티셔츠가 주력으로 나서는 형태가 가능하다. 시즌마다 ‘대표 선수’가 바뀌는 유기적인 매장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신세계 영등포점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간 매출 6000억원대의 현대 목동점과 5000억원대의 롯데 영등포점을 3년 내에 제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이에 앞서 강남점 또한 대폭 강화했다. 7월 26일 리뉴얼 오픈한 강남점은 본관과 연결되는 센트럴시티 3~4층 외에 5층까지 추가 임차해 영업 면적을 3300㎡(1000평) 가량 늘렸다.

5층은 ‘영 웨이브’로 이름 붙여 젊은 층이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와 편집숍 뿐만 아니라 커피숍과 아이팟 매장, 휴식 공간을 복합적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백화점 건물 5층의 이지 캐주얼·스포츠 매장과 연결돼 상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프리미엄 데님과 캐주얼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아이팟 전문점인 에이샵, 언더웨어, 주얼리숍 등이 눈길을 끈다.



롯데, MD 세분화·마케팅 강화에 초점

명동 ‘영 플라자’로 젊은 소비층 끌어안기에 가장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롯데는 청주와 대구에까지 영 플라자를 오픈하며 승승장구했다. 국내 소비 시장의 특성상 영 플라자 형태로의 추가 출점은 계획되지 않았지만 기존 점포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하드웨어가 갖춰진 만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젊은 소비자층이 선호하는 해외 SPA 브랜드 도입에도 적극적이어서 「유니클로」와 「자라」의 국내 도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 매년 신규 브랜드 가운데 일부와 NPB(National Private Brand) 계약을 맺고 자사 점포에만 매장을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아예 경영 전략의 중점 과제로 ‘영 타깃 마케팅’을 내걸고 속도를 내고 있다. 패션 잡지 슈어와 손잡고 온라인 쇼핑 매거진을 발행하는가 하면 메가숍을 확대하고 쿨 캐주얼, 영 럭셔리 등 MD를 세분화하는 등 다각도의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쿨 캐주얼은 15~20대를 타깃으로 하는 특화 군으로 올 하반기 매장 구성(MD) 개편에서 첫 선을 보인다.

에이션패션의 「팀스」를 비롯해 지오다노의 「BSX」 이랜드 「티니위니」 「라틀레틱」 「트위티」 「GPA」 등 7개 브랜드가 17개 점포에서 2개 브랜드 이상씩 구성된다. 또 쿨 캐주얼 전용 상품 기획을 통해 캐릭터 라인, 스타 라인, 유명 디자이너와 코웍을 통한 리미티드 라인 등 상품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 센텀시티에 일격을 당한 부산 상권에서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올 연말 안으로 광복점 오픈을 서두르고 있다.



하드웨어 경쟁 아닌 소프트웨어로 접근해야

업계에서는 백화점들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구애가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양상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패션 유통의 강력한 축으로서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파워를 갖고 있던 백화점이 다양한 신유통 채널의 등장과 함께 점차 주도권이 약해지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략 구상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백화점들의 경쟁이 하드웨어에 치중하고 있는 점은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백화점의 성장 한계가 나타난 마당에 무리한 신규 출점 경쟁은 어느 한쪽이 죽거나, 둘 다 죽는 ‘치킨 게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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