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쇼퍼 유혹하는 걸(girl)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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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46)

2009-09-18 오후 6:00:25




마치 종합 선물 세트를 받는 기분이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 음악성은 기본에 패션과 춤까지 갖추어진 멋진 퍼포먼스를 기대하게 할 만큼 가요계가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낀다.

솔직하게 터놓고 말해보자. 음악을 보여주는 무대는 무대 의상의 특성상 화려하고 평소 입는 옷보다 과해질 가능성이 높다. 여태까지의 문제는 그 무대 의상이 촌스러워 보였다는데 있다. 하지만 꼭 합심한 것처럼 다 같이 한 계단을 올라간 느낌이다. 문화란 그렇다. 개개인이 모여 다수를 이루고 흐름이 만들어지면 문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중심에 소녀시대가 있다. ‘Gee’, ‘소원을 말해봐’로 명실상부 국민 가수로 자리 잡은 소녀시대는 그녀들에게 꼭 어울리는 노래와 그에 꼭 들어맞는 춤, 세련된 패션으로 2009년 상반기를 휘어잡았다.

그녀들의 패션 전략은 ‘반복’과 ‘대비’의 매력에 있다. 인형 같은 소녀들이 9명이나 우르르 무대로 나오면 나이든 삼촌, 이모들은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정신이 없을 때 필요한 것은 정리를 하는 것이다. 책상 위가 복잡할 때 우리는 정리를 한다. 물건들을 분류해서 필요한 자리에 놓는 것이다.



반복이 주는 효과

그렇다면 다수의 사람들을 정리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니폼을 입히면 된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의 외모, 체형, 헤어스타일, 키 등이 제각기 다른데 옷마저 제각각으로 입으면 정신이 없어진다.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거나 군인에게 군복을 입히는 것 등은 결국은 사람의 개성을 줄이고 정리되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반복을 이용한 디자인 제품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패턴이라는 것, 벽지든 옷감이든 2차원적 시각물이 그렇고 요즘 유행했던 후크 송이나 보통 음악의 후렴구 등 음악의 분야에서도 반복은 중요하게 쓰인다.

다시 그룹 가수들의 이야기로 넘어와 보자. 반복이라는 것은 두 개 이상의 사물에 적용되는 효과이다. 따라서 쌍둥이가 아니더라도 두 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이 똑같은 복장,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을 해도 반복의 효과는 강렬해 진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빅터 & 롤프가 그렇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미미 시스터즈(이름마저 반복이다)가 그렇다. 그들은 진짜 쌍둥이는 아니지만 간단한 효과로 대단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정리의 차원에서 보자면 더 많은 인원이 반복을 이용한 시각적 효과를 이용하면 좋다. 사람마다의 제각기 다른 모습, 그 다양한 개성을 하나의 그룹으로 뭉치게 하는데 가장 쉽고 효과가 좋은 것이 반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도 중요하지만 그런 중에도 각 멤버의 개성은 존중되어져야 한다. 그것은 작은 소품들에 달렸다.



아르마니와 같은 전략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세련된 우아함의 대명사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디자인 전략은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형태에 작은 변화로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은 한 옷차림에서 뿐만 아니라 소녀시대처럼 구성원이 많은 그룹의 이미지를 규정할 때도 적용된다.

지금 그녀들은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자신들을 더 돋보이게 해줄 각기 다른 형태의 모자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각자의 헤어스타일과 얼굴형, 이미지에 어울리는 모자를 씀으로써 개성이 강화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옷이 다 똑같지 않다. 미묘하게 다른 형태들이다. 바지 색도 그렇고 재킷의 단추 갯수, 어깨 견장, 장식용 모조 훈장 등이 다르다. 우리는 단지 색이나 유니폼은 다 똑같을 것이라는 이미지에 속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아르마니의 디자인 규칙이다. 알고 보니 달랐네 라는 깨달음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어지고 깊이가 생기는 것 아닐까. 하지만 세련된 이미지를 만드는데 한 가지 공이 더 들었다. 바로 절제와 대비이다.



절제와 대비

말했다시피 무대 의상은 평소 옷차림 보다 과해도 관대하게 봐줄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저것 더하다 보면 강, 약 조절에 실패해 이도저도 아닌 조잡한 스타일이 된다. 이것이 디자인을 하거나 스타일을 만들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절제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이 절제를 통해 세련됨을 획득할 수 있다면 충분히 노려볼 만한 가치 아닌가. 상의는 긴팔, 하의는 아주 짧은 마이크로 미니 쇼츠를 입었다. 작게는 상의와 하의의 대비이고 크게는 옷과 쭉 뻗은 각선미의 대비이다.

사실 소녀시대의 첫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 때의 의상이 아쉬웠던 점이 너무 신체를 분할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흰색 상의와 짧은 미니 스커트인데 골반쯤에서 벨트를 맨데다 스니커즈를 신어서 몸의 한 가운데를 잘라 놨다.

게다가 세 줄이 들어간 반 스타킹은 정강이를 또 한 번 분할하여 'Gee' 때와는 반대로 시선을 자꾸 끊어 원래 길이보다도 짧아보이게 한다. 글쎄, 예쁜 다리로 시선이 가게 하려는 의도였을지 모르지만 키가 큰 멤버들에겐 무리가 없을지 모르지만 아담한 키의 멤버들에게는 조금 다른 비례를 적용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거나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다음 주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그룹 f(x)의 패션 전략이 어떤지 살펴보자.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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