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부분과 하의 부분이 하나로 이어져서 재단된 원피스는 시원하게 흘러내리면서 몸매를 감추듯 드러내는 맛이 다른 어떤 종류의 옷보다도 뛰어나지만, 특별한 장식이 들어 있거나 재미를 주려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없다면 좋게 말해 심플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해 보일 수 있다.
몸매 라인만으로도 뛰어난 조형적 재미를 자랑할 수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축복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몸매의 지루한(?) 라인을 커버하면서 원피스의 맵시를 한층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럴 때는 원피스 위에 각종 아이템들을 고루 착용하면서 원피스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좋다.

스타일링하는 재미
원피스와 어울리는 아이템 중에서 우선 살펴 볼 수 있는 것은 재킷이다. 원피스의 얇은 천하나 만으로 서늘한 온도를 막기 어려울 때 슬쩍 입어주면 손쉽게 피부에 돋을새김 되는 닭살을 멀리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재킷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재킷의 견고하면서도 격조 있는 분위기는 원피스의 섹시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와 너무나 궁합이 잘 맞다. 그래서 춥기는커녕, 땀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온도에도 자주 원피스 위에 차출 되는 것이 재킷이다.
그런데 이 원피스 위에 덮여지는 재킷의 어울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변수의 포인트는 재킷의 형태와 원피스와 재킷의 길이다. 원피스는 가장 여성스러운 옷이다. 그런데 재킷은 남성복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남성적인 견고함이 바닥에 깔려 있는 옷이다. 이 둘의 만남이 심상치 않은 것은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은 재킷의 종류이다. 재킷은 원래 남성복에서 출발한 옷이다. 그래서 재킷은 남성복의 재킷 이미지를 많이 변형하지 않은 스타일과 여성복에 맞추어 많이 변형시킨 스타일, 크게 이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따라서 전자는 다소 직선적이고 구조적 견고함이 두드러져 보이며, 후자는 곡선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종류의 재킷이 여성적인 원피스와 어울렸을 때는 전혀 다른 인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전자의 재킷과 원피스가 어울리게 되면 다소 직선적인 이미지와 곡선적인 이미지들이 서로 대비를 이루게 된다. 남성적인 인상과 여성적인 인상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옷을 입게 되면 여성 적으로 보이면서도 강건해 보이는 모순적인 인상을 표현할 수 있다.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지적으로 보이고 싶거나, 강인해 보이려 할 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허리가 잘록하고 어깨가 약간 강조된 곡선적인 스타일의 재킷을 원피스에 입게 되면, 둘 다 여성적인 곡선미가 뛰어난 옷들이기 때문에 대비감 보다는 일체감이 더해진다. 원피스의 여성스러운 곡선 위에 역시 여성적인 매력이 잔뜩 묻어있는 재킷이 더해짐에 따라 부드럽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미가 두 배로 증폭된다.
재킷의 격조있는 인상 위에 여성적인 이미지를 잔뜩 표현하려할 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재킷의 이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들만 잘 활용한다면 같은 원피스 위에 대단히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재킷의 형태가 주로 옷의 인상과 관련된다고 하면 재킷의 길이는 몸매의 비례와 관계가 있다. 특히 다리의 길이와 관계하여 늘씬하게 보이는가 그렇지 않은 가를 좌우하게 된다.
재킷의 형태와는 별개로 재킷의 길이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겨드랑이 부근에서 끝나는 볼레로 스타일의 재킷이 가장 짧은 재킷이고, 블루종(Blouson) 처럼 허리 부근에서 끝이 나는 재킷이 그 다음이며, 일반적인 재킷들은 엉덩이 끝부분에서 끝나며, 가장 길다.
이런 재킷의 길이는 원피스와 어울려서 몸매를 완전히 다르게 보이게 한다. 예를 들어 가장 길이가 짧은 볼레로 재킷은 허리선을 안 보이게 하고, 허리선을 아주 위로 올라간 듯이 보이게 하기 때문에 하체를 가장 길어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때 원피스의 형태가 어떤 가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만일 볼레로 재킷 안에 엠파이어 라인, 즉 가슴 바로 아래에서 치마가 시작되어서 허리 위치가 잘 안 보이는 형태의 원피스를 입게 되면 하체가 시원하게 빠져 보여서 다리가 무척 길어 보이게 된다. 하지만 허리의 위치가 잘 드러나는 X라인의 원피스를 입게 되면 볼레로 재킷의 끝단과 그 바로 아래에 있는 허리의 위치가 전체 신장을 잘게 나누게 되어서 길어 보이는 효과가 좀 반감된다.
짧은 원피스를 입는 경우에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볼레로 재킷의 끝단과 짧은 치마의 끝단이 전체 신장을 잘게 나누기 때문에 생각보다 다리가 길어 보이지 않게 된다. 이 볼레로 재킷에는 허리 라인이 강조되지 않은 긴 원피스가 가장 다리를 길어 보이게 만든다.
허리에서 길이가 끝나는 재킷의 경우에는 허리의 위치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하체가 웬만큼 길지 않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원피스 위에 입게 되면 상체를 아주 슬림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모른 척 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옷이기도 하다. 이런 재킷은 원피스의 폭을 잘 고려해주면 효과적으로 입을 수 있다.
요즘은 롱다리(?)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재킷을 문제없이 소화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경우는 안에 어떤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어도 상관이 없다.
재킷의 길이따라 스타일 변화무쌍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재킷 아래 부분부터는 아래로 넓게 퍼져 나가는 치마를 가진 원피스를 입는 것이 좋다. 길이로 내려오는 시각적 운동감을 가로로 퍼지게 해서 다리의 길이가 짧다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다리가 긴 사람이라도 원피스의 길이와 상관없이 폭이 풍성한 원피스를 입게 되면 다리를 길게 보일 수 있다. 물론 다리에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어서 긴 다리를 뽐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재킷은 재킷 중에서도 가장 길이가 긴 편이다. 재킷의 길이가 엉덩이를 거의 덮기 때문에 이런 재킷을 입으면 원피스와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다. 말하자면 안에 입은 원피스는 재킷의 부가물처럼 보이고 재킷을 받쳐주는 하의의 역할을 주로 하게 된다.
이럴 경우에 원피스는 길이 보다는 다리에 얼마나 달라붙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원피스의 치마 부분이 큰 존재감 없이 다리에 달라붙어서 다리의 선을 잘 드러내어 준다면 가장 무난하고 잘 어울릴 수 있다. 재킷을 돋보이게 해줄 수도 있으며, 재킷에 의해 허리 라인이 가려지기 때문에 재킷 아래로 내려온 치마 부분이 슬림할 수록 다리가 날씬하고 길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치마 부분의 폭이 넓고 풍성하다면 재킷과 대비를 이루면서 전혀 다른 국면을 표현할 수도 있다. 치마 부분이 조형적으로 재킷에 전혀 밀리지 않고 대비를 이루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조형적으로 긴장되고, 상당히 표현적인 옷차림이 될 수 있다. 강하게 자기 표현을 하고 싶다면 이런 어울림이 슬림한 것 보다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재킷 하나 만으로도 원피스에 다양한 변화를 초래 할 수 있다. 각각의 조형적 성격만 잘 활용한다면 적은 수의 아이템만으로도 엄청나게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원피스에 활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재킷뿐이 아니다. 벨트와 스타킹, 구두도 대단히 큰 역할을 한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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