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시크하고 트렌디한 옷을 입었다 해도 한 여름 더위에 짜증난 몸에 달라 붙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된다. 특히 스키니 진이나 레깅스는 입는 자체가 고통스럽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원피스만큼 시원하고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옷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더운 지방에서는 당연히 입었을 원피스 형태의 옷을 입지 못하는 현대 남성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원피스를 입은 그녀들을 보면서 마냥 좋아하는 게 남자의 본성이니 어떡하랴…
원피스를 입자
무더운 여름엔 남의 시선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럴 땐 멋이고 뭐고 시원하고 단촐한 게 최고다. 원피스 하나만 걸치면 위 아래로 통풍은 걱정 없고, 나름대로 섹시하게 드러나는 몸매로 시선을 자극할 수도 있으니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일단계 준비는 끝난다.
하지만 시원한 것도 좋고, 매력적인 것도 좋지만 아무렇게나 입는다고 모든 원피스가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다른 옷과 달리 원피스는 몸에 여유를 주기도 하지만 달라 붙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원피스를 입는다면 오히려 몸의 단점을 숨김없이 드러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원피스를 고르고, 어떤 방법으로 원피스를 입어야 할까. 그냥 보면 원피스는 그저 몸매 위를 타고 흐르는 한 조각 천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원피스야 말로 얇은 천 하나로 몸매를 비롯한 옷차림의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니, 나름의 구조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몸과 조화를 이루면서 옷맵시를 결정하기 때문에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원피스의 형태, 쉽게 말하자면 원피스의 실루엣을 이해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원피스의 실루엣은 코트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허리가 많이 강조되지 않는 H 라인, 허리를 조인 X 라인, 아래로 갈수록 점점 퍼지는 A 라인, 몸을 부풀린 O 라인. 이렇게 네 가지 실루엣의 범주에서 원피스의 특징들을 살펴볼 수 있으니 차례로 따져 보자.
몸매에 어울리는 허리선의 높이
원피스는 말 그대로 하나의 천 조각으로 이루어진 옷이다. 따라서 위·아래가 한 통으로 구성되기도 하지만 상·하의가 허리쯤에서 붙어 하나의 옷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때 어디쯤에서 옷의 위 부분과 아래 부분이 결합되었는지에 따라 전체적인 비례가 결정되고, 여기에 어울리는 몸매가 결정된다.
오목하게 들어간 허리의 가장 가는 위치에서 원피스의 위 부분과 아래 부분이 접합되어 가는 허리를 강조하면서 여성의 몸매를 부각시키는 X 라인이 있다. 허리의 오목한 곡선 바로 밑으로 치마의 폭이 넓게 퍼질수록 엉덩이 선이 강조되어서 몸매가 풍만해 보이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강조된다. 포인트는 가슴 부분과 엉덩이 부분이 허리 부분과 얼마나 많은 대비를 이루는가 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육감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반대로 갈수록 단아해 보이기가 쉽다.
그런데 이런 X 라인의 원피스에다 치마를 H 라인으로 내릴 경우엔 이미지가 확 달라진다. 치마 부분에 절도가 생겨서, 원피스의 편하고 섹시한 인상 위에 단단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가 스며들게 된다. 이런 구조의 원피스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직장 여성의 이미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X 라인의 원피스이지만 약간의 차이만 주어도 확연히 다른 인상을 표현할 수 있다.
한편 상체는 말랐는데 하체가 통통한 사람이라면 원피스의 위 부분은 상체에 조금 달라붙고, 원피스의 아래 부분은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숨기고 싶은 엉덩이와 허벅지가 치마의 풍성함에 의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X 라인을 가진 원피스가 모든 체형을 책임질 수는 없다. 마른 체형인데도 허리에 굴곡이 없는, 소위 통짜인 체형이라면, 입어서 하나도 득 될 것이 없는 것이 X 형 실루엣의 원피스이다. 이런 체형이라면 차라리 허리선이 밑으로 내려간 로우웨이스트 라인의 원피스를 입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년대 풍의 갸르손느 스타일의 원피스는 여성적인 굴곡보다는 소년처럼 중성적인 인상을 풍기므로 색다른 인상을 구축하기에 좋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슴이 좀 있는 여성이 입으면 그 특유의 중성적인 매력을 표현하기는 좀 어렵다. 허리 선을 가슴 바로 밑으로까지 높인 엠파이어 라인의 원피스인 경우에는 우선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치마의 형태에 따라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세련돼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엠파이어 라인이 원피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모두 잘 어울리긴 하지만 상체가 다소 통통한 사람에게는 가슴 부분이 너무 크게 부각될 수도 있다. 보기에 따라 섹시해 보일 수도, 둔해 보일 수도 있으니 원하는 이미지에 맞는 치마 형태를 선택하자. 그렇다면 허리 선이 잘리지 않은, 통짜인 원피스는 어떨까?
서양식 몸매가 미의 기준이 된 현시대에 긴 다리와 가느다란 허리와 같은 완벽한 비례를 갖춘, 정말 예쁜 몸매가 아니라면 이런 옷으로 예뻐 보이기는 힘들다. 특히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 우리 같은 동양인의 몸매에 서양인의 몸매가 가장 두드러질 수 있게끔 만들어진 옷을 입는다는 것은 이미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통짜 원피스처럼 몸매를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 옷을 입는다는 것은, 서양인과는 다른 긴 허리와 짧은 다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꼴이 된다. 어지간한 롱다리가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을 옷이다. 그렇다면 동양인은 통짜형 원피스를 입지 말아야 할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원피스로 아름다운 몸매의 곡선을 뽐낼 수 없다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지만 잘만하면 단점을 가리면서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낼 수도 있다. 열쇠는 액세서리와 원피스에 겹쳐 입을 겉옷 같은 요소들과의 코디이다. 체형의 단점을 이런 요소들로 가리면서 나머지 장점들을 드러내주기만 한다면 이런 문제들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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