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자극제, 지금이 새 수익모델 만들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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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바이어가 말하는 위기의 한국 여성복 시장 해법은? ①

2009-08-17 오전 11:02:18


MD출신 슈퍼바이저 태부족 한국형 SPA 전문인력 절실
F&F·에이션패션·제일모직·현우Int등 차세대 리딩컴퍼니




박상병
롯데백화점 지방영패션MD 팀장


박상병 팀장은 본인 스스로가 마케팅 전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경력도 13년간 현장 마케팅 분야에서 몸담았으며 안양점, 대구점, 동래점 등 신규 점포는 모두 거쳤다. 상품본부에서 여성복을 맡은 지는 이제 3년째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여성복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것이 박 팀장의 생각이다.

“디자이너 손에서 만들어진 ‘상품’에 의존해서는 더 이상 새로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품은 시장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야 할 너무나 당연한 객체다. 상품 외적인 ‘새로운 경쟁력’이 절실한데, 이를 위해서는 이를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박 팀장은 새로운 경쟁력을 판매현장에서 찾고 있다. 고객과의 접속 코드를 현장에 맞춰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품을 잘 아는 디자이너와 머천다이저를 슈퍼바이저 혹은 점장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화점은 흔히 상품이 백 가지고, 소비자 성향이 백 가지고, 상황이 백 가지라고 말한다. 이처럼천차만별의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숍매니저가 ‘머천다이저 역할’로 확대돼야 한다. 영업맨들도 상품기획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박 팀장은 최근 패션업체 경영자들을 만나면 “MD 출신 슈퍼바이저가 필요하다”는 말을 수시로 건넨다. 시장상황이 바뀌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급변하는 만큼 종사자들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러다임 변화 읽고 전문인력 키울 때

롯데백화점은 이번 가을 MD 개편에서 「자라」를 안양점, 부산점, 노원점에 입점시켜 유통망을 5개점으로 늘렸다. 이와 동시에 「코데즈컴바인」 「숲」 「르숍」 「폴햄」 등 국내 브랜드에 대해서도 120~200㎡짜리 중대형 매장을 할애하는 등 파격적인 MD를 단행했다.

“소비자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풀 코디를 하고 싶어한다. 특히 트렌드와 가격을 함께 만족시켜 줄 수 있는 SPA형 브랜드에 관심이 높다. 아직까지 국내 브랜드는 해외 브랜드에 비해 콘텐츠가 열악하고 면적 대비 효율이 낮다. 그러나 새로운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백화점도 같이 고민하고,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결정했다.”

일부 해외 SPA 브랜드에 대한 파격적인 조건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박 팀장은 “초기에는 새로운 긴장점을 만든다는 입장이었으며, 향후 국내 브랜드에 대해서도 실력이 검증된 후에는 판매 수수료 등 조건을 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패션업체가 ‘한국형 SPA’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패션산업은 과거에 비해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 SPA 형태의 출현 역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과거 디자이너 중심으로 경쟁력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판매현장 중심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또 소싱에 대한 인프라가 탄탄해야 하며, 지속 가능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이뤄져야 한다.”

박 팀장은 앞으로도 시장을 주도해 나갈 기업(브랜드)을 묻는 질문에 △에프앤에프(시슬리, 베네통, MLB) △에이션패션(폴햄) △제일모직(르베이지) △현우인터내셔널(르샵) 등 4개 기업을 꼽았다. 에프앤에프는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라이선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너의 추진력과 전문 디렉터들의 노하우가 접목되면서 높은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폴햄」은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를 실현하고 있으며, 케어(CARE) 등의 캠페인을 통해 의미있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이를 상품전략과도 연동시킴으로써 최고의 효율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의 「르베이지」는 새로운 틈새시장 공략과 대기업의 투자를 접목시킨 미래성장형 브랜드로 꼽았다. 「르샵」은 트렌드를 빠르게 잡아내는 능력과 다양한 스타일, 탄탄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소통의 채널 만들어야 상생 가능

박상병 팀장은 아주 특별한 스케줄이 아니면 오후 1시50분 이후에는 사무실을 벗어난다. 예전에는 패션업체 본사만 방문하면 됐지만, 지금은 창고는 물론 생산공장까지 체크하고 있다. 또 영업 책임자 외에도 디자이너, VMD 등 실무 부서장들과도 만나 ‘소통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박 팀장은 “패션업체와 유통업체, 어느 한쪽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시대는 지났다. 또 한쪽이 살기 위해 어느 한쪽이 희생돼서도 안 된다. 서로의 고민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나갈 때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현우인터내셔널 「르샵」
다양성·스피드·가격 완벽 NO.1 도전


「르샵」이 국내 여성복 시장의 새로운 성장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올해로 4년차를 맞는 이 브랜드는 지난 7월말까지 450억원의 누계 매출을 기록했다.

7월에는 92개점서 6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점포당 6600만원을 판매했다. 롯데 본점과 신세계 본점에서는 100㎡ 이하에서 3억원대 매출을 올렸으며 12개 주요 백화점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백화점 바이어들도 호의적이다. 최근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여성복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미래 시장주도 브랜드’를 묻는 질문에 바이어들은 주저 없이 「르샵」을 꼽았다. △트렌드를 반영한 400여종의 다양한 스타일 △탄탄한 소싱 인프라&저렴한 가격 △경영자의 추진력과 직원들의 적극성이 바이어들이 말하는 「르샵」의 경쟁력이었다.

르샵은 중국 베이징에 50개 라인 규모의 메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물량의 40%를 이 공장에서 소화하고 있으며 거래는 100%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기획에서 납품까지 납기는 기본 40일이며, 원부자재가 준비된 리오더는 15일이면 가능하다. △기본 2000~3000장 규모의 물량과 △현금거래 △빠른 반응생산이 「르샵」만의 경쟁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르샵」은 최근 품질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 늘어난 로트를 기반으로 코스트를 절감함으로써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다. 또 지난 6월부터 한 달에 두 번 본사 직원들의 매장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정 이사는 “고객들의 성향과 요구를 현장에서 확인함으로써 디자이너, MD, 생산 담당자들의 마인드가 확연히 바뀌고 있다. 본사와 현장 간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해졌다”고 덧붙였다.

「르샵」은 지난 7월 왕십리 엔터식스에 220㎡ 규모의 중대형 매장을 오픈했다. 또 신세계 강남점과 센텀시티에는 130㎡ 이상으로 구성했다. 「르샵」 특유의 다양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적정 면적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매장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베네통코리아 「베네통」
오리지널리티 강화 올 상반기 50% 신장


「베네통」이 제 색깔을 찾았다. 이 브랜드는 지난 상반기 매출 외형이 전년대비 50% 늘어났다. 유통망이 27% 감안하더라도 기대이상의 수치를 기록했다.

백화점 바이어들은 “「베네통」 고유의 컬러감을 고급스럽게 풀어내면서 다운에이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회 전반적인 캐주얼 착장 확산 또한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됐다.

「베테통」을 총괄하고 있는 박승수 상무는 “2000년 이후 인터넷 쇼핑이 일반화되고 잦은 해외여행과 유학 등으로 트렌드 정보를 너도나도 접하면서 국내 여성복 브랜드들의 기획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다행히 「베네통」은 내추럴, 컬러, 이태리 특유의 다이나믹한 이미지 등 오리지널리티가 있어 그 부분을 최대한 부각시켰다. 반면 스타일과 품질에 까따로운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심도있게 재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박 상무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베네통의 오리지널리티를 재해석하기 위해 이태리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으며 과거 10년간 한국 시장 내 히스토리를 분석하기도 했다.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박 상무는 “2년 전만 해도 한 시즌에 4억원의 적자를 볼 만큼 상황이 좋지 못했다. 지난해 봄엔 4억원 흑자로 돌아섰으며, 겨울엔 흑자액을 15억원까지 늘렸다. 올 봄에 11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올 겨울엔 30억원 이상 예상된다”며 “연매출 500~600억원 규모에서 70억원 이상 흑자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베네통」은 최근 상승세에 힘입어 이번 MD 개편에서도 14개점이 추가돼 전체 유통망이 61개점으로 늘어났다. 시장환경이 급변한 만큼 브랜드도 과감한 패러다임 변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 박 상무의 생각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의 진입 이후 국내 여성복 업체들은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일방적인 해외 컬렉션 중심의 기획보다는 자기 브랜드만의 색깔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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