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Best’ 아이템으로 돌아온 ‘베스트V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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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40)

2009-08-08 오전 11:07:23





실용과 멋,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조끼

이처럼 간단하게 이미지를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옷이 또 있을까. 조끼를 말한다. 형태를 보면 조끼는 재킷에서 소매를 없앤 모양이다. 이 모양으로 조끼는 셔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상의 위에 덧입혀져서 사람의 몸을 보온하고, 보너스로 멋 까지 보태준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형태의 옷은 오랜 시간 동안 동·서양에서 두루두루 사랑 받아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저고리 위에 배자를 입었고 서양에서는 셔츠 위에 베스트를 입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양 남성복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재킷의 소매를 떼어 낸 형태가 조끼인데, 그래서 조끼를 입으면 단단하고 격조 있는 남성적 이미지가 쉽게 표현된다.

턱시도에 받쳐 입을 것 같은 검정색 양복감에, 뒤쪽은 새틴으로 된 형태나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체크 무늬의 조끼들은 모두 스리피스 수트(재킷, 조끼, 바지로 구성 된 수트)에서 파생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캐주얼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 위에라도 이런 조끼 하나만 걸치면 금방 격조 높은 깊이감이 생긴다.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고나 할까.

아버지의 스리피스 수트에 갖추어져있던 조끼를 슬쩍 빼 입은 느낌. 게다가 스리피스를 갖추고 있을 정도의 아버지라면 멋을 모르지는 않을 분일 것이다. 아무튼 조끼를 입는다는 것은 포멀한 정장의 유전자로 패션적 변이를 일으키는 일이다.

그러나 잘못하면 돌연변이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요즘 난무하는 검정 턱시도 형태의 조끼에 복잡한 디테일이 들어가게 되면 깊이감은 커녕 대단히 저렴해 보일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라

패리스 힐튼처럼 한번 입은 옷은 버릴 수 있을 정도의 부자가 아니라면 옷을 사고 입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싸게 산 옷도 싼 티 나지 않게, 멋있어 보이게 입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옷의 껍데기가 아닌 내면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면 아주 기본적인 형태의 옷과 아예 독특한 형태의 옷을 동시에 선택하는 것이다. 이 때 기본 형태, 흔히 말하는 베이직한 옷을 고를 줄 아는 눈도 중요하지만, 흔히 접하지 않는 독특한 형태의 옷을 고를 줄 아는 안목도 중요하다.

여기서 베스트 드레서와 워스트 드레서로의 길이 달라지게 된다. 이런 안목은 전체적인 옷의 형태가 어떤 비례와 색을 가지는가, 면적 대비나 디테일, 소재 등은 어떠한지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단시간에 길러질 수 있는 안목이 아니며, 옷 만본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품들을 경험하고 이해한 데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기본적인 형태의 조끼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조끼에는 재킷에서 파생된 형태 말고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예컨대 니트 조끼 같은 것이 있는데, 이런 조끼 스타일에는 다양한 무늬가 들어갈 수 있다. 아가일 체크 같은 무늬가 들어가면 영국 기숙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교복같이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게 된다.

니트 크로셰 조끼는 손뜨개의 정성을 느끼게 한다. 안에 단색의 티셔츠를 받쳐 입으면 크로셰 조끼의 그 화려하고 복잡한 문양이 마치 레이스처럼 상체를 장식해서 여성스러워 보인다. 70년대 에스닉 룩을 연출하고 싶을 때 제격이다. 길이가 긴 레이어드형 조끼는 늘어진 길이만큼 시선이 뒤로 확장되며 일탈된 묘한 신비감을 표현할 수 있다.


겉과 안의 조화

하지만 조끼를 입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조끼는 언제나 상의와 함께 입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끼를 입을 때는 겉과 안의 조화에 많은 신경써야 한다. 간단한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고 단지 조끼 하나만 덧입으면 멋쟁이가 될 거란 착각을 하기 쉽다.

예를 들면 평범한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서 너무 단촐하다고 생각 될 때는 조끼 하나만 더해도 훨씬
근사해진다. 안에 입은 티셔츠가 아무 무늬가 없어서 조끼가 포인트가 될 수 있고, 화려한 그래픽이 들어가 있다면 조끼로 가려줌으로써 좀 더 세련 된 룩을 표현할 수 있다.

이때 후자의 경우에 중요한 것은 조끼가 티셔츠의 화려한 모양을 가려주면서 대비 효과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겉에 입은 조끼에도 현란한 디테일이 들어가 있다면, 믹스 앤 매치라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과도한 스타일로 전락하기 쉽다.

그렇다면 베이직하지 않고 좀 복잡한 상태일 때는 어떻게 될까? 기본 공식은 같다. 안에 입은 것이 단순하다면 조끼는 단순하거나 복잡해도 괜찮다. 하지만 안에 입은 셔츠나 블라우스가 복잡하다면 겉은 최대한 단순한 편이 좋다. 어깨가 부푼 퍼프 소매에 목 부분에 프릴이 달려 여성스러운 디테일이 있는 블라우스가 있다. 여기에 매니시한 조끼를 걸치면 과도한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이 중화되어 보이게 된다.


몸 위의 조각품

이렇듯 조끼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지만 기본 형태는 똑같다. 양 어깨와 앞, 뒤판의 허리만 붙어 있으면 된다. 사실 조끼는 조형적으로 몸통에 조각하나 덧붙은 형상이다. 게다가 몸을 가려야할 사회적 의무감이 별로 없는 옷이다. 오롯이 멋을 내는데 집중할 수 있는 아이템이고 보온성은 그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효과이다. 따라서 얼마든지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로변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요소를 하나 더 얹음으로써 간단하게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멋을 더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는 케이프(소매 없이 어깨에 두르는 외투)와 에이프런(의복을 보호하기 위해 앞에 두르는 작은 치마)을 들 수 있다. 이 세 개의 패션 아이템의 공통점은 모두 옷위에 덧입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마치 음식에 양념처럼 이런 아이템들은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으니 유의깊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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