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으로 눈길을 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화려한 장식이나 장신구로 그렇게 하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고, 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런 것 없이 옷 자체만으로도 그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비대칭의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정말 멋쟁이라면 아무런 부가물의 더함 없이 눈에 띄게 하는 효과나, 눈에 띄는 마술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얌전한 비대칭적 표현들
좌우 대칭이 엄밀한 일반적인 옷에 장신구를 더하게 되면, 단지 장식이 되어서 눈에 띌 뿐 아니라 대칭성이 어긋나는 데에서 초래되는 시각적 긴장감으로 전체 옷차림에 생기가 감돌게 된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아무런 장신구를 더하지 않더라도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예 옷 자체를 비대칭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옷이 노골적으로 비대칭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하게 되면 몸에 부담을 주어서 불편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튀어서 난잡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림 1>의 옷처럼 전체적으로는 엄격하게 좌우 대칭인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가운데 부분을 살짝 비대칭적 형태로 디자인하게 되면, 차분함을 유지하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변화를 구현할 수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형태의 비대칭적 변화를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전체를 크게 보면 단정한 모양의 코트이다.
단순한 모양의 좌우 대칭형 실루엣과 차분한 회색톤은 옷에 대한 믿음을 고조시키고, 추위를 잘 막아 줄 것처럼 보인다. 이런 단단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 패션은 칼라로부터 내려오는 앞 여밈선을 살짝 비대칭적으로 구사하고 있어서 자칫 단조롭고 엄숙하기만 했을 옷의 분위기를 탁 틔워 준다.
차분한 느낌이 너무나 단단하게 옷 전체를 흐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비대칭적 처리만으로도 그 변화의 효과는 크게 다가온다. 변화가 거의 없는 분위기에서 구현된 변화라서 그 강도는 다른 화려한 옷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이런 정도로는 비대칭의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좀 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그림 2>같은 경우는 안에 입은 원피스를 비대칭적으로 매치하여 변화를 꾀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목 부분과 치마 부분의 비대칭적 처리가 전체 분위기에 활력을 가하고 있다.
그 위에 입혀진 검은색 가죽 재킷과 검은색 가죽 바지와 구두가 그러한 비대칭적 활력을 잔뜩 누르고 있다. 때문에 전체적인 안정감이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변화가 촉발되고 있다. 그래서 앞의 옷보다는 비대칭적인 활력이 활발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파격적인 모양새는 아니다.
반면에 <그림 3>은 단순한 옷 모양 위에 비대칭성을 아주 효과적으로 구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냥 봐도 이 패션 디자인은 그렇게 복잡하거나 파격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추라던가, 브로치 같은 장신구도 하나 없다.
그냥 하얀색의 원피스만이 있다. 너무나 단조로워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 디자인이다. 특이한 점은 단하나. 한쪽 어깨는 하얀색 천으로 단단히 감싸고, 한쪽 어깨는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 하나가 큰 파장을 남기는 것처럼 그저 그런 하얀색 원피스에 구현된 이 비대칭적 표현은 마치 다이아 몬드 목걸이를 걸은 것처럼 눈에 확 띈다.
특히 노출과 감춤이 극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는 두 어깨의 상반된 인상은 그러한 비대칭성 위에 대단한 시각적 힘을 실어 놓고 있다. 눈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이런 대비효과는 우리의 시선을 뿌리부터 압도하는 마술을 부린다.
아울러 왼쪽 목에서 오른쪽 가슴으로 내려오는 급한 경사는 얌전해 보이는 원피스에 강렬한 구도의 힘을 심어 놓고 있다. 효과적인 비대칭적 표현으로 단순한 형태 속에 무한한 시각적 흡수력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디자인은 대단히 심층적이고 지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처럼 극히 단순한 형태에서 무한한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값비싼 장신구나 눈을 자극하는 장식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원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비싼 물질이 아니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교양인 것이다.
<그림 4>의 디자인도 앞의 디자인과 거의 같은 정도의 비대칭적 강도를 가지고 있다. 한쪽 어깨와 반대편 치마에 표현된 비대칭적인 표현 때문에 우리의 시선을 강렬하게 이끄는 디자인이다. 그렇다고 비대칭적 표현이 눈에 띄게 강하게 다가온다거나, 화려하고 장식적인 효과가 구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원피스 자체는 얌전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색깔은 검은색으로 가라앉아 있고, 어떠한 복잡한 부분 없이 단조로운 구조를 가진 옷이다. 하지만 그 위에 살짝 구현된 비대칭적 처리가 이 얌전한 디자인에 커다란 파장을 새겨 넣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화려하고 복잡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 정도의 비대칭적인 효과로는 눈에 띄기 어려웠을 것이다. 원피스를 전체적으로 얌전하고 차분하게 처리한 덕분에 이런 정도의 비대칭적 처리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옷에서 비대칭적 구조가 너무 과하게 적용된다면 자칫 불편해지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 디자인은 그런 문제에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효과적인 비대칭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강한 비대칭적 표현들
하지만 비대칭적 효과를 좀 더 강하게 표현함으로써 장식적인 효과를 배가시키고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사실 꾸미려면 화끈하게 꾸미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어차피 옷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입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경우에는 모든 것들을 강하게 드러내고, 강도 높은 비대칭적 표현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림 5>를 보면 차분한 색들로 아주 우아한 인상을 풍기는 옷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우아함 아래로 매우 과격한 비대칭적 표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특히 재킷의 비대칭적인 구조가 전체의 분위기를 화려하고 격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왼쪽 칼라에 달린 꽃장식이나 리본의 불규칙한, 그러면서도 장식적인 모양들은 전체 패션에 심한 불규칙성을 구사하면서 시각적 인지도와 화려함을 극대화 하고 있다. 대칭적인 형태였다고 해도 화려해 보였겠지만 비대칭적인 구조 위에 피어난 장식들은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림 6>의 패션 디자인은 비대칭적인 표현에 조형적인 불규칙성이 더불어서 전체적으로 대단히 파워풀한 인상을 주는 디자인이다. 정리 안 된 목걸이들이 한 뭉치를 이루면서 양쪽 어깨를 비대칭으로 감싸면서 보여주는 불규칙한 모양은 무척 변화무쌍해 보인다.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지만 밝은 색의 목걸이와 어두운 색의 옷이 강한 명도대비를 이루면서 어울려있어서 복잡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미학적으로 강한 인상을 이루고 있다. 치마의 비대칭적 처리도 상체의 불규칙한 비대칭적 형태적 속성과 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그러한 불규칙성으로 통일된 일관성을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파격적인 옷차림에 대해 추하다거나 복잡하다는 느낌보다는 강한 미적 감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좌우 대칭이 반듯해야 할 것 같은 옷에 구현된 비대칭적 질서는, 그것의 강도가 강하고 약하고에 관계없이 모두 시각적 인지도를 강화하고 장식이 없는 장식의 효과를 발휘한다.
어설프게 어울리지도 않는 값비싼 장신구로 잘나 보이려는 노력보다는 이런 원리를 구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중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옷을 잘 입으려면 눈을 키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원리를 잘 새겨 놓는 것이 좋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