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식이나 화려한 색상으로 예뻐 보이는 것은 일차원적이다. 반면에 일체의 장식 없이 비대칭적 옷으로 두드러지지 않고도 눈에 띄는 것은 훨씬 고차원적이라 할 수 있다. 비대칭은 그저 하나의 조형원리이지만 잘만 쓰면 몇 캐럿짜리 귀금속에 해당하는 장식효과를 낼 수 있는 지적장식 방법이다.
예뻐 보이기
옷의 역할이 비바람 차단하는 것보다는 예쁘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넘어간 지 꽤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옷으로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장식을 부가해서 예뻐 보이도록 하던가, 화려한 색을 통해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레이스라든지 아름다운 무늬가 들어간 옷은 그렇지 않은 옷들 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화려한 색으로 디자인된 옷은 칙칙한 색으로 디자인된 옷들 보다는 예뻐 보인다. 이런 옷들을 챙겨 입게 되면 당연히 그저 그런 옷들을 입는 것 보다는 훨씬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장식이나 색깔은 옷의 본질적인 부분이라기보다는 옷의 표면에 뿌려진 양념 같은 부가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장식이나 색상을 잘 어울리게 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장식도 잘 못 활용하면 유치해지기 쉽고, 화려한 색도 잘 못 꾸려 놓으면 촌스러워지기 일보직전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식이나 화려한 색상들은 옷의 근본적인 부분들 즉, 구조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예컨대 옷에서 장식이나 색상 부분들을 빼더라도 옷은 성립된다. 그런 점에서 색상이나 장식은 옷의 구조가 성립된 이후에 첨가되는 조형적 조미료 내지는 표피적 마무리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음식도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맛이 오래가고 좋은 것처럼 옷에 있어서도 본질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깊은 아름다움의 맛이 그 어떤 장식이나 색상보다도 흔들림 없고, 파장이 큰 아름다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장식이나 색상의 부가 없이 옷의 본질적인 구조 그 자체로 장식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비대칭이다.
비대칭으로 장식하기
사람의 몸이 대칭형이기 때문에 옷도 자연스럽게 대칭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리 조형요소가 많아도 대칭형이 되면 복잡하게 보이지 않게 된다. 화려한 장식과 많은 형태요소들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조형적으로 크게 혼란스럽지 않게 보이면서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칭 형태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대칭 형태는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변화를 꾀하기가 어렵고 엄숙하고 단단한 인상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옷에 레이스나 화려한 문양들을 넣는 것을 조형적으로 말하자면, 좌우 대칭적인 옷의 단조로움, 엄격함에 변화와 파격을 추임새처럼 넣어 옷을 보다 두드러지게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해서 딱딱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옷 형태에 변화가 초래되긴 한다.
하지만 옷이 궁극적으로 좌우 대칭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은 장식이나 색상의 효과는 조형적 양념의 수준을 넘어서기는 힘들다. 양념이 지나치면 음식의 맛이 안 좋아 지는 것처럼, 좌우 대칭의 단조로움을 넘어서기 위해 장식과 색상을 과다하게 쓰게 되면, 변화는커녕 더 유치해지고 촌스러워지게 되기 쉽다. 이것이 표피효과의 한계이다.
이럴 때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 비대칭이다. 비대칭의 효과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브로치이다. 목걸이나 귀걸이는 좌우로 동일한 형태나 구조가 더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좌우 대칭을 오히려 강화한다.
하지만 브로치의 경우 좌우 대칭으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이 한쪽 가슴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어떤 장신구보다도 브로치의 역할이 큰 것은 바로 안정된 좌우 대칭을 일순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가령 좌우 대칭이 분명한 옷을 입고는 왼쪽 가슴 위쪽에 화려한 브로치를 단다고 생각해 보자.
크기가 아무리 작고, 두드러지지 않는 모양이라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의 시각을 흡수하는 힘은 그 어떤 장식보다도 강하다. 몸도 대칭, 옷도 대칭일 수밖에 없는 꽉 막힌 상황 위에 살짝 자리 잡은 브로치의 비대칭적인 위치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독보적이면서도 시원하다.
비대칭의 활약
이처럼 비대칭의 효과는 조그마한 브로치 하나만으로도 그 어떤 장식보다 강렬하다. 이런 비대칭의 효과가 좀 더 적극적으로 옷에 적용된다면 대단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것은 물을 필요도 없다. 특히 옷에서 비대칭의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은 옷 자체가 대칭 형태를 벗어던지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도 한 몫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대칭의 원리는 패션에서 특히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겠다.
대칭적 성격이 강한 옷에서 많이 활용되는 비대칭적 접근은 강한 대칭성 위에 비대칭성을 구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단정한 정장에 스카프를 비스듬하게 매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정장은 대칭성이 강해서 단단하고 엄격한 인상을 준다. 대신에 멋이나, 여유, 조형적인 시도가 개입할 여지는 적어진다.
이럴 때 전혀 반대의 표현을 곁들여 주면 대단히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카프는 이런 효과를 매우 쉽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고, 이리 저리 자유롭게 걸칠 수 있기 때문에 비대칭의 효과를 얻기에 적절하다. 멋쟁이 소리를 듣는 사람들치고 스카프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멋쟁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스카프가 아니라 스카프를 통해 비대칭적 표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안에 입은 옷이 비대칭적이거나, 대칭적인 형태라도 레이스나 기타 장식들이 많이 들어간 옷이라면 비대칭의 효과는 감소되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장 한쪽 가슴 주머니에 손수건을 반쯤 내놓는다든지, 모자를 살짝 비뚤게 쓰는 것들이 모두 같은 접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비군들이 군복 상의의 윗단추를 풀고 모자를 비스듬하게 쓴다든지, 교복 바지의 한쪽 다리를 접어서 입고 있을 때 우러나는 불량스런 모습들도 모두 강한 대칭성 위에 비대칭성이 표현된 모습들이긴 하지만 그 효과는 완전히 극과 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대칭적 표현은 쉽지 않다. 멋과 불량끼가 종이 한 장 차이로 달라지기 때문에 세심한 감각과 전체를 조율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어쨌든 패션에서 이런 표현들은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고, 이런 표현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때 디자인이든, 코디네이션이든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패션이 아니라 그림이나 조각 등에서 소통되고 있는 조형적 논리의 기본을 숙지한다면 한층 이해하고 표현하기가 쉬울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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