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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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37)

2009-07-10 오후 5:29:40




장식이나 옷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옷들 보다는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장식이 많고 구성이 복잡하게 되면 혼란스럽고 불안정해 보이기가 쉽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된다면 애초에 원했던 아름다움은 혼란의 늪에 빠져 오히려 추함에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옷들은, 화려하고 복잡해 보이는 옷들도 시각적인 혼란에 빠져서 추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일 그래픽 디자인이나 프로덕트 디자인 분야에서 이런 정도로 복잡하고 화려했다면 아름다워 보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패션 디자인에서는 아무리 복잡하고 화려한 문양이나 장식이 들어가더라도 어수선하지 않은 것일까? 거기에는 ‘대칭’이란 조형적인 비밀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대칭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형태를 차분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좌우 대칭의 몸과 대칭형의 특징

옷은 거의 대칭 형태다. 그것은 물을 필요도 없이 우리의 몸이 대칭인 까닭이다. 크게 보면 우리 몸은 지표면과 수평인 어깨와 골반, 수직인 척추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팔, 다리들이 모두 대칭으로 붙어있다.

창조주의 신비라고밖에는 할 수 없지만, 지구상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동물들의 몸은 대칭 형태이다. 그러니 사람 몸에 입혀지는 옷은 자연스럽게 대칭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대칭인 몸을 염두에 두고 옷을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패션 디자인은 다른 디자인 분야에 비해 형태의 제약이 몹시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부터 바로크, 로코코 건축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고전 건축들은 거의 예외 없이 대칭 형태들이다. 그 정도로 대칭 형태의 장점이 적지 않다. 대칭 형태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라고 한다면 조형적인 안정감이 뛰어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복잡한 형태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칭이 되면 순식간에 바위보다도 단단한 안정감이 생긴다. 이러한 대칭의 효과는 패션에서 큰 장점이 된다. 아무리 치장이 복잡하고 현란하더라도 대칭 형태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언제나 안정된 조형적 상태를 구사하게 된다.

대칭 형태를 가지지 않는 다른 디자인 분야의 경우를 보면 이것이 얼마나 큰 장점이 되는지 알 수 있다. 비대칭의 형태인 경우 전체적인 조형적 안정감을 위해서는 비례나 구조에 대해 대단히 면밀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비례가 흐트러지거나 구조가 부실하게 되면 전체적인 조형적 안정감이 삽시간에 깨진다. 그래서 다른 디자인 분야에서는 패션에서처럼 장식을 함부로 도입하지 못한다.

대칭 형태의 또 다른 특징은 대단히 권위적이고 딱딱하다는 것이다. 사실 서양의 고전 건축들이 대칭 형태를 지향에 온 가장 큰 이유도 대칭의 이런 권위주의적 이미지 때문이다. 특히 17~8세기 절대 왕정기나 히틀러가 집권하던 시기의 건축물들을 보면 특히 권위적인 대칭형 건물들이 많다.

옷도 건축과 다르지 않다. 같은 옷이라도 예복이나 종교 행사에 필요한 옷들은 건축에서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좌우 대칭형이다. 장식이 좀 적고 좌우의 대칭적 성격이 강한 옷들은 차분하고 우아해 보인다.

좌우 대칭적 성격이 좀 심하면 권위적으로까지 보일 수 있다. 군복이나 사제복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좌우 대칭성이 잘 표현된 정장이 다른 옷들보다 안정되고 힘이 있어 보이는 것 같은 이유에서이다.

정리를 하자면 옷의 좌우 대칭적 성격은 화려하고 장식적인 옷들을 시각적으로 안정되게 만들며, 그러한 좌우 대칭적 성격을 극도로 강화시키면 엄숙하고 권위적인 인상을 얻게 된다. 이것은 옷을 입을 때 생각해야 할 중요한 조형적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성질들만 잘 활용해도 옷을 매치해 입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


참을 수 없는 지루함

안정감은 어떤 디자인이든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안정감만이 지나치면 따분하고 지루해진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재미가 없어진다. 좌우 대칭으로 옷에서 안정감이 구축되고 나면 엄숙함과 단단함은 얻어지겠지만 흥미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옷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자하는 인간의 본능에 역행한다.

인간은 안정감과 더불어 재미와 변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가지런한 수트에 브로치나 스카프로 변화를 꾀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와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단단한 좌우 대칭의 옷을 더 강력한 힘으로 파괴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대칭의 몸 위로 비대칭의 옷이 가능하게 된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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