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이중성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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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의 미학으로 본 패션 (35) - 옷과 색 ⑥

2009-06-26 오후 12:39:46








지금 우리는 색의 밝기, 즉 명도의 속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색을 쓸 때 명도를 알고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풍부한 색의 세계를 다룰 수 있게 된다. 비슷한 명도의 옷으로 코디했을 때, 또는 색상과 채도가 변수로 작용되면 어떤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억제된 화려함

지난 주 사진으로 확인했듯이 밝은 색, 흔히 파스텔 색이라 부르는 흰색이 많이 섞인 옷들을 함께 입으면 여성스러우면서 젊고 발랄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기분 좋은 꿈을 꾸는 듯, 봄바람 같은 인상이다.

반면 검정이 많이 섞여 어둡지만 맑은 색(외국물 좀 먹은 사람들은 ‘딥(deep)’ 한 색이라 일컫는)을 조화시켜 입으면 깊고 신비로운 우아함을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얌전한 청담동 며느리같이 보이고 싶다면 파스텔 톤으로, 관록 있는 마담처럼 보이고 싶다면 딥한 색의 옷을 입는 것을 고려해봄직하다.

밝기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는 색의 옷들을 잘 갖추어 입게 되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은은한 우아함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명도의 비밀은 이것이다. 색의 밝기를 억제하면 아무리 해도 색이 튀어 보이지 않게 된다. 즉, 색의 밝기가 비슷하게 조절되면 아무리 튀는 색들이 모이더라도 얌전하게 변한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좋게 말하면 무난해 보이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인상이 선명해 보이지 않을 공산이 큰 것이다. 이럴 때는 의도적으로 색의 변화를 강하게 해주면 튀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화려함을 지극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색을 변화시켜 줘야 할까? 우선 명도 차이를 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해 질 수 있다. 물론 명도차가 크게 날수록 인상은 더 강렬해 진다.

특히 명도 단계의 극인 검정이나 흰색이 들어가면 나머지 색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므로 다른 명도 단계의 색상에 대비되어 선명해 보이기도 한다.


고요 속의 외침

보색이나 준 보색의 색상을 사용하면 눈에 띈다는 원리는 이제 기본적인 상식이 됐다. 서로 공통점이 없는 색상 두 개가 계속 해서 싸우니 처음엔 눈에 띄더라도 계속 보면 피로감이 몰려온다. 특히 원색의 색상 대비들은 너무 강렬해서 실제로 옷에 쓰이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도 파랑과 주황, 노랑과 보라는 색 자체가 명도 차가 나므로 선명하게 인식이 되지만 유독 빨강과 초록색은 강렬하다 못해 유치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두 색의 명도차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빨강과 초록의 보색 대비에 명도 변화를 주면 매력적인 색의 조화가 이루어진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눈은 색상보다 명도를 먼저 인식한다. 따라서 비슷한 명도의 속성, 즉 얌전해 보이는 속성과 보색의 화려함이 합쳐져 은은하게 색의 개성이 배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마치 보색인 두 색상이 어떠한 막 뒤에서 크게 소리치면서 자신의 개성이 얼마나 강한지 소리 지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색을 잘 다루는 고수들은

이제까지 명도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인상과 명도가 같으면서 보색 대비가 나타날 때의 경우를 다뤄봤다. 이쯤 되면 ‘나, 색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 라는 자만에 빠질 법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색의 고수는 채도를 자유자재로 쓸 줄 알아야 한다. 명도 조절로는 낼 수 없는 더욱 깊이 있게 색을 구사할 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보색 대비에 명도 변화를 줘서 차분하면서 화려한 인상은 구축했다. 하지만 오른쪽 의상은 그 인상이 더욱 배가 되었다. 엄마가 나를 엄친아를 비교하면 억울해지듯 뭔가 억울하다. 이것이 채도의 세계다. 이제껏 흰색 또는 검은색이 색상을 좌지우지 한다고 생각했건만 한 단계 더 올라가려면 흰색과 검정색을 합한 회색을 알아야 한다.

위에 경우에 채도 대비가 다시 한 번 이루어졌을 때 얼마나 고상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이 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자. 차분한 인상은 더욱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은은한 강렬함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물론 채도까지 변화를 준 것이 우월한 색의 조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채도 변화를 줬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경우를 다 경험하고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색상의 옷을 자꾸 사게 된다. 옷장을 열어보면 같은 계열 색상의 의상들이 수두룩하거나 무채색의 옷들이 가득하거나 한다. 옷장을 보면서 입을 옷이 없다고 한숨 쉬며 인터넷 쇼핑몰 클릭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색을 조절하여 옷을 입어보자.

오늘은 같은 색상군 안에서 명도를 달리해서 입어볼까. 오늘은 고상한 자리에 나가니까 채도 변화로 우아한 멋을 내야지. 이렇게 매일매일 하나씩 변수를 바꿔나가면서 색을 가지고 놀다보면 색을 쓰는데 노련해지고,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에 체득하는 날이 오게 된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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