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옷이 너무나 멋있어서 좌중을 압도할 만큼 강렬하게 보이는 것도 좋겠지만,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끝없이 우러나오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색으로 보자면 뻔한 색으로 튀어 보이는 것보다는 잘 알아보기 힘든 색으로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화려하게 보이는 여러 가지 방법
화려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색이 강렬하게 대비되거나, 눈을 파고드는 정도가 강한 색들로 이루어졌을 때 느낄 수 있는 인상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화려하다는 이 한마디에 포함될 수 있는 이미지는 그렇게 얇지 않다. 같은 화려한 느낌을 주는 옷이라도 다음의 옷들을 보면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화려하다고 생각되는 옷은 강한 색 대비로 눈을 자극하면서 그런 느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은근하게 화려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그림1>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옷은 화려해 보이기는 한데 옷의 색깔들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고 대비가 심하지도 않아서 오히려 눈에 잘 안 띄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으로부터 은은한 매력이 샘솟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화끈하게 화려한 색깔의 옷들은 많이 보았기 때문에 별로 신기할 것이 없지만 이렇게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색의 옷들에서 신비로운 화려함이 배어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디자이너가 옷 위에 마술을 부려 놓은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울수록 신비로움은 커지게 마련, 울긋불긋한 색으로 화려함을 치장한 옷에 비해서 이렇게 보일 듯 말 듯 한 가운데에서 은은한 화려함을 내 뿜는 색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이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이것을 보면 무조건 눈을 파고드는 색들로 화려하게 보이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하고 강한 대비를 이룬 색들의 옷들은 처음 볼 때는 강렬한 색깔들이 눈을 자극하면서 우리들의 시선을 강하게 이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시선을 끌기는 끄는 데, 자칫 잘 못하면 천박해 보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화려한 색일수록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자기는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주변인들에게 적지 않은 고통(?)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극적인 화려함은 오래 볼수록 그 강도가 체감된다는 특징이 있다. 너무 눈을 자극하게 되면 오래 못가고 질리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화려한 것 보다는 간접적으로 화려한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어느 정도 화려한 옷에 익숙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눈에 안 띄는 화려함이 더 눈동자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간접적인 화려함의 원리
눈으로 따져 보면 하나도 화려할 것이 없는 데도 화려해 보이는 것은 보통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냥 디자이너가 옷에 부려 놓은 마술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될 수 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옷을 챙겨 입으려다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원리를 정확하게 따져서 비밀을 내 것으로 할 수만 있다면 남들이 쉽게 시도할 수 없는 고난도의 색을 입을 수 있으니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화려해 보인다는 모순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를 살피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화려해 보이지 않아 보이는 법인데, 사실 화려해 보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일부러 화려해 보이지 않는 것도 쉽지는 않다. 촌스러워 보이지 않으면서도 화려해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옷 색깔의 밝기를 살펴야 한다. 색의 밝기는 색을 조화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옷의 색들의 밝기가 많이 차이가 나게 되면 아무래도 얌전해 보이기보다는 화려해 보일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애매하게 차이가 나게 된다면 오히려 어정쩡해서 촌스러워 보이기 쉽다. 대체로 색에 자신감이 없으면 어정쩡한 밝기를 선택하기가 쉽다. 화려해 보이지 않으려면 확실하게 색의 밝기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옷의 색들이 거의 비슷한 색으로 조화되면, 색이 잘 구분되지 않아서 모호해 보인다. 이런 현상을 제대로 활용하면 옷으로부터 묘한 신비로움을 자아 낼 수 있다. 이때 조심해야 될 것은 옷 색깔이다. 겉만 보고 명도 차이가 별로 안 나는 비슷한 색깔을 매치시키게 되면 신비로움은커녕 촌스러움으로 직행하는 길이 된다. 밝기도 비슷하고 색도 비슷하면 그냥 밋밋하고 얌전한 색 밖에는 안 된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색의 이중성이다.
일단 색의 밝기를 모호하게 만들어서 시각적으로 별로 부각되지 않게 했다면 그다음에 챙겨야 할 것은 화려해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화려해 보이기 위해서는 비슷한 색 보다는 대비가 강한 색들이 유리하다. 밝기는 비슷하게 하고 색상이나 채도는 강하게 대비시키면 색으로부터 묘한 느낌이 우러나오게 된다.
<그림3>에서처럼 색의 밝기는 비슷한데 색상이 거의 보색에 가깝게 대비되게 되면 얌전하고 우아해 보이면서도, 화려한 인상이 우러나오게 된다. 마치 고요한 호수 속에서 물고기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차분한데, 색들의 깊은 내면에서는 서로 강렬하게 싸우기 때문에 이중적인 인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요령은 간단하다. 색의 밝기는 일정하게 안정시키고 색의 다른 원리들만 강하게 대립시키게 되면 이처럼 독특한 색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원리만 알 고 있으면 다양한 변주들이 가능하다. 예컨대 색상의 밝기를 아주 밝게, 아주 어둡게 혹은, 그냥 중간 명도로 조율해서 색의 밝기에서 오는 다양한 느낌들을 표현할 수 있다.
신비로운 느낌이 우러나오더라도 아주 밝은 색으로 조율되었을 경우에는 화사하고 젊은 느낌이 만들어지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으로 조율되면 무언가 깊이가 있고 분위기가 있는 그런 느낌이 만들어진다. 이것만으로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채도 대비나 색상 대비 등이 더해지면 얼마나 다양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 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최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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